호작담이 목공방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최근에는 글 관련된 일을 많이 했고, 여름에만 운영하는 올빼미 영화관 좋아하는 분들 계시다 보니 '여긴 뭐 하는 곳인가? 그보다... 그쪽은 뭐 하는 사람인가?' 갸웃하는 분 계실까 해서요. 겨울의 공방은 춥고, 일거리가 줄어듭니다. 비수기인 셈이지요.
제가 목공 시작하게 된 계기를 작담이 통신에 쓴 적 있던가요?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탓에 헷갈립니다. 궁금하시면 말씀 주세요. 곧 적어보도록 하지요) 말하자면 긴데, 오늘 할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넘어가 보겠습니다.
오만방자한 생각을 이따금 합니다. 목공은 공예의 정점에 있지 않나 하고요. 줄 세우려는 건 아니고요. 우물 안에서 한 생각에 불과합니다.
나무를 통해 일상의 모든 것을 빚어냅니다. 큰 것과 작은 것, 몸에 닿는 것과 입에 닿는 것. 사람이 사는 곳,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까지도요. 이토록 극한의 실용성으로 무장한 공예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거예요.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몇 년 전에는 하이브리드 가구의 유행이 가히 광풍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접으면 의자, 저렇게 펼치면 테이블 되는. 두 가지 이상의 쓸모를 가진 가구들이요. 어떤 페어에 구경 갔는데, 한편에서 가구 공모전 시상식을 하길래 들여다보니 단상에 올라온 가구들은 하나같이 하이브리드인 거예요. 그들이 그걸 좋아해서 만든 건지, 주최 측의 의도를 파악한 건지는 알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업에 꽤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그런 품목은 종국에 한 가지 기능만이 살아남습니다. 고장 때문인지, 쓸모의 편중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되고야 맙니다. 저 또한 겪으며 체득한 거예요. 저는 하나의 기능이 최대한 끈적하게 들러붙어있는 것이 좋습니다. 나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헷갈리게 하는 사람 싫어하는 그런 맥락.
대학 시절에는 광고, 디자인 공모전에 몇 차례 참가했습니다.(저는 광고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기어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출품했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요. 이런 적이 있어요. 지면 광고 공모전에 친구와 둘이 팀을 짰는데, 작업 막바지에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관찰자인 우리가 카피를 전달하는 건 설득력이 없어. 역으로 가자. 카피를 없애. 그래야 완성돼." 주최 측이 정말 미워해 마지않을 아이디어였습니다. 무릇 클라이언트의 마음이란 색깔은 쨍하고, 글자는 두껍고 진해서 서울에서 들고 있으면 부산에서도 보일 만큼 눈에 띄어야 "옳지! 돈 쓴 보람 있구만!" 하는 법이니까요. 수상하지 못할 거라 짐작은 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대학시절 참여한 공모전 중 최고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대학 생활 말미에 '그래도 상은 한 번 받아야지' 생각하고 참가했던 공모전에서는 상을 받았습니다. 씁쓸.
최근에는 주문받은 작업 이외에는 조각 작업에 몰두합니다. 광고 공모전에서 카피를 빼버리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원 없이 해보기로 합니다. 다만 웅크리기 좋은 계절이다 보니 작업하는 양이 너무 줄었습니다. 반성.
창작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기복 없이 다작하는 것입니다. 파도에 부서지는 사람이 아니라 타고 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문제는 제가 수영을 못해요. 어렸을 때 무턱대고 뛰어들어 사경 헤맨 탓에 겁이 생겼거든요. 성인이 되고 '그래도 수영은 할 줄 알아야지!' 하며 두 번 시도했어요. 한번은 회사 다닐 적에 새벽반 다녔는데, 원래 네시에 잠들던 사람이 네시 반에 일어나 여섯 시 수업을 듣고 출근하려니까 죽을 맛이더라고요. 특히 점심 먹고 나면 정신이 혼미. 두 번째는 2년 전쯤. 이때는 꽤 진지하게 오전 수영을 다녔습니다. 자유형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지만, 배영 익히는 단계에서는 다시 겁나더라고요. 게다가 처음에는 바글바글하던 수강생들이 매주 조금씩 줄어드니 운동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는 거 있죠? '또 내 차례? 혹시 날 선수로 키울 셈인가?' 생각이 잠시 들었고요. 그래도 이때는 물속에서 숨 트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뭐랄까. 그 순간만큼은 작은 대야에서 첨벙거리던 제가 드넓은 바다를 헤쳐나간 것만 같았어요. 언젠가 다시 수영 수업에 등록하겠죠.
글 쓰고 나니 작업에 의욕이 조금 솟아오르는군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2월 첫째 주, 작담 플리
<클래지콰이 - Sweety>, <윤상 - 너에게>, <팔칠댄스 - How can i forget you girl>, <사공 - 모래성>, <원슈타인 - 당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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