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 많이 쓰잖아요.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나이 많다고 어른 되는 거 아니라니까."
어느덧 부쩍 제 나이가 늘어나 당황스럽지만, 여전히 어른은 되지 못한 터라 '스스로 되길 바라는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가' 생각한 일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진지하게 골몰한 건 아니지만, 이따금 떠올려본 순간이 있었더랬죠. 이어붙이면 꽤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끝에 다다라 얻은 명제는 '단정 짓지 않는 어른이 되자'였습니다.
가끔 사람들은 아주 잘 나온 사진 속 내 모습을 진짜라고 믿습니다. 잘 꾸민 날에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각도로 고개를 틀죠. 저는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진중한 내면을 갖춘 사람이며 꽤 점잖고 믿음직스럽다고요. 물론, 그런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요. 오롯이 그것으로 나를 상징할 수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마트에서 파는 트러플 맛 감자칩에는 트러플 시즈닝이 0.0000007% 들어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얘는 감자칩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감자칩이 아니니까.
저는 꽤 편협했습니다. 타인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정한 틀을 벗어난 부분은 인정하지 않은 채로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어 버렸던 거죠. 그리고 스스로 사람 보는 눈 있다고 착각에 빠져 지내고요. 속된 말로 '지 잘난 맛에 살았던 사람'인 거예요.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사람의 눈은 바깥으로 나 있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어렵다고 해요.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의 모양도 모른 채 타인의 모난 곳을 삿대질하기 바쁘죠. 다른 사람이 모난 부분 있는 게 내가 손가락질할 자격이 되나요? 자유이용권이라도 끊은 사람처럼 신나게 헐뜯을 생각만 하고 말이에요. 성선설이나 성악설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람은 늘 어리석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아지는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사실 오늘도 타인을 제 마음속으로 재단할 뻔했지 뭐예요. 저걸 왜 저렇게 할까. 근데,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스스로 계획이 있어서 했을 일을 제 틀에 가둘 수는 없는 일이죠.
공방 수강생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저는 개인 공방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관해 아주 긴 시간 이야기를 해왔고 그도 그것에 관해서는 수긍을 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며 제 울타리를 벗어난 작업을 하더군요. 그 문제로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잦았지만, 결국 저는 울타리를 철거했습니다. 그러면 그는 울타리를 벗어난 적 없는 거니까요.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기성 가구 같은 가구 디자인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디테일을 불어넣을 수 있을 수도 있고, 패션을 좋아한다는 그가 색감 좋은 패브릭을 기가 막히게 골라 가구에 포인트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요. 그저 나와 지향점이 다를 뿐 그에게 내가 배울 점이 많을지도 모른다고요.
공방을 꾸린 이래 가장 오래 다녔던 수강생은 자신의 공방을 차리겠다는 계획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니 '아직'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한 달만 쉬겠다며 떠난 게 일 년도 넘었으니 글쎄요.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글 쓰는 일이 정말 괴로웠습니다. 저의 기준은 늘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거든요. '아직도 연재에서 잘리지 않은 걸 보면 내 글이 영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니 이번 글은 괜찮았나 보다.' 타인의 안정이 곧 자기만족의 기분이었지요."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는 참 중요한 일입니다. 대체로는 스스로를 지키는 편에 놓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편향된 관점에 취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겠습니다. 어쩌라는 걸까요?
저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인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계양산'에 주 4회 이상 오릅니다. 듬성듬성 헬스장 출석도 하고요. 아니 근데, 살이 안 빠지는 거예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운동한 것 이상으로 먹고 있었던 거죠. 밥도 잘 챙겨 먹고, 과자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먹고 있더라고요. 과자 러버로 사는 건 정말 힘드네요...
지난 저녁에는 두부를 먹었거든요? 근데 그 와중에 두부 강정을 만들어버렸지 뭐예요. 물기 제거한 두부에 전분 옷 입히고 기름에 튀겨서 강정 소스에 버무렸어요. 진짜 정말 너무 맛있더라고요. 먹으면서도 '왜 한 모만 튀겼을까? 나 진짜 바보다. 아니, 오히려 좋아 내일도 해먹어야지.' 생각했거든요. 오전에 몸무게를 쟀는데, 제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노선 몸무게를 넘어버렸어요. 충격과 공포... 당장 식단 조절에 돌입합니다. 두세 달 정도 화이팅 해보렵니다. 엉엉.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2월 셋째 주, 작담 플리
<Milena - 독신주의(i love you)>, <Milena - Dear, Barcelona>, <jisokury Club - Horses>, <9와 숫자들 - 창세기>, <맥거핀 - Blac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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