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부야구에 거주하고 있는 YJ입니다. 곧 할로윈이 다가오네요🎃
할로윈의 살짝 으스스하면서도 귀여운 분위기는 좋아합니다만, 시부야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그리 반갑지 않은 날입니다.
청결하고 매너 좋기로 유명한 도쿄, 그중에서도 중심지인 시부야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할로윈 이벤트를 제재하기까지는 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을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면 어느 나라든 치안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연말, 월드컵 우승 등 이런 날은 불특정다수를 어떻게 매니지먼트하느냐가 키 포인트이고, 공통적으로 예상과 관리, 그리고 사후 처리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예상과 관리 그리고 사후 처리는 일반적인 피플 매니지먼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삼국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유비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그의 브레인인 제갈량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제갈량급의 또 다른 브레인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물, 방통은 등용되자마자 중용되기는커녕 시골의 현령으로 보내집니다. 못생긴 외모와 격식을 갖추지 않은 옷차림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방통이 그 시골에서 인정받아 유비에게 다시 돌아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태업하다가 결국 면직됩니다.
현대로 비유하자면, 주식회사 촉나라의 대표이사 유비는 회사의 No 2.이자 COO & CSO & CFO를 맡고 있는 제갈량만큼 유능하다는 방통을 추천받았습니다. 늘 인재 부족에 고민하던 유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죠. 그런데 면접날 방통은 낡은 청바지를 입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방통에게 큰 기대를 품었던 유비는 그의 외모에 충격을 받고, 결국 대리급으로 채용한 후 지사로 발령을 냈습니다. 몇 달 뒤, 방통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고 그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게 되죠.
방통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노릇입니다. 경쟁사 오나라의 손권이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는데, 대학교 동기 제갈량이 있는 촉나라를 함께 키워 보고 싶어 기껏 왔더니, 못생겼고 추레하다는 이유로, 예상와 달리 대리급으로 지사 발령을 받은데다 엑셀 작업만 주구장창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삼국지에서 방통은 천하를 통찰할 수 있는 지략가로 그려지지만, 유비는 첫인상에 의존한 판단으로 그를 평가 절하했습니다. 결국 유비는 방통에게 사죄하고 제갈량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었지만, 유비의 인재 관리 능력은 상당히 위험천만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정량적인 레퍼런스 체크가 있었음에도, 정성적인 평가로 결정함: 제갈량의 추천이 있었지만 외모와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방통을 낮게 평가한 뒤 지방의 한직으로 보내버림.
2)인재의 부서 배치 실패: IPO까지의 사업 계획이라는 큰 그림을 제갈량과 함께 그려내고 실행해야 할 천재한테 엑셀 작업만 주구장창 시킨 셈.
3)온보딩과 소통의 부재: 방통의 능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보고만 듣고 권고사직을 통보.
4) 평판 리스크 관리 부재: 태업하던 천재 방통이 그대로 촉나라를 떠나서 오나라로 갔다면 촉나라의 평판이 추락했을 수 있음.
특히 촉나라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 인재들을 잘 안착시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좋은 인재들은 단기적 보상보다 중장기적 성장을 보고 뛰어듭니다. 단기적 보상은 연봉 상승이겠지만, 중장기적 보상은 넓은 업무 범위, 재량권, 스톡옵션, 그리고 빠른 성장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보상은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의 갈등은 특히 더 힘들어집니다. 이 갈등은 결국 상사와 부하 직원의 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며,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상사와의 상성에 크게 좌우됩니다. 대기업이나 스포츠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조니 아이브의 사례를 보죠.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인격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창의성과 제품 비전에 강한 리더였으며, 조니 아이브는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뛰어난 디자이너였습니다. 잡스는 큰 그림을 그리는 혁신적 리더로, 애플 제품의 전반적인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잡스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아이브는 심미적이면서도 사용자 중심의 제품을 설계하는 데 능숙했습니다.
잡스는 아이브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아이브는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같은 아름답고 혁신적인 그리고 비싼 제품들이 탄생했고, 애플은 세계 최고 레벨의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갈등은 상성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간편하면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제품을 개발했고 눈 앞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혁신과 제품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리턴을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은 잡스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파격적인 혁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반면, 존 스컬리는 애플 조인 이전에 설탕물펩시 콜라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수익성과 안정적인 경영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스컬리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주주들의 가치를 중요시했으며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선호했습니다. 잡스는 벌어들인 수익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주도하려 했으나, 스컬리는 안정적인 재정 운영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우선시하면서 잡스의 과감한 혁신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몇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업은 한국 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는 일입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직면하는 피플 매니지먼트의 어려움은 주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 의사결정의 속도, 업무 스타일, 리더십 방식 등의 차이가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서서히 축적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상호간 이해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한국의 한 기업이 일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제품을 현지에 출시하려던 과정이 진행되던 어느 금요일 오후,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기업 측은 야근을 통한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빠르게 안건을 처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나, 일본의 파트너는 정해진 근무시간과 절차적인 업무 처리를 중시하였고 그 결과 한국 측은 일본 파트너가 즉각적인 대응을 해주지 않아서 굉장히 답답해하며 감정적인 대응을 하였고, 일본 측은 한국 측이 지나치게 긴급할 뿐더러 무례하다고 여겼습니다.
한국 측은 일본 파트너의 느린 업무 속도와 유연하지 않은 태도에 불만을 가졌고, 일본 측은 한국 파트너가 현실적인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의 상황만 고려하여 무리하게 요구를 해온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양측의 협업관계는 냉각되었고 사실상 협업의 성과를 보지 못하고 파트너십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계약의 갱신은 없었습니다.
위 예는 가상의 단편적인 스토리입니다만, 어쩌면 지금도 발생하고 있을 것 같은 양국간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한-일 비즈니스에서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피플 매니지먼트는 개인 간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기업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각 국가에 대한 이미지 형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사람과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글로벌 시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은 그러한 덕목을 갖추기 위해 매일 정진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4주 뒤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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