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일상 그리고?

생일자의 작은 메일 그리고 앞으로의 메일에 대한

2024.01.31 | 조회 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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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한동안 좀 소식이 뜸했지요. 이것 저것 고민해야할 일도 있고, 제가 해결해야할 일들도 있어서 바쁜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아, 며칠 전에는 제 생일이었네요. 지나가버린 생일 이야기 그리고 추후 메일링의 방향성에 대한 짧은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일상이 안정적 궤도에 올라온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여겨졌어요.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제 생일은 늘 고요하고 조용했어요. 나쁜 뜻은 아니고, 학기 중에 맞이하는 생일이 아닌지라 항상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냈거든요. 그때는 떠들썩하게 생일파티도 하고 싶고, 선물 교환식도 하고 싶은데 시기가 적절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욕심들은 사라졌던 것 같아요. 가족들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때로는 무한도전을 보고...... 그런 일상적이고 조촐한 생일을 좋아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제 생일은, 특히 생일 당일은 아주 일상적입니다. 행복 다섯 스푼이 더 들어갔을 뿐.

       대신, 당일이 아닌 생일 앞뒤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납니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생일 기념으로 얼굴을 보기도 해요. 이런 걸 보면 생일은 참 좋은 핑계가 됩니다. 보고 싶었지만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연락도 해보고, 언제 한 번 밥 먹자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생일에도 그런 연락들을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랜만이다, 생일 축하해. 이 두 말의 조합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고민해 보내준 축하 인사가 반갑고, 또 고맙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지만, 생일은 축하하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 마음을 알아서 그런지 더 소중하고 고마워집니다. 

       올해 생일에는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건축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엄마랑 나갈 채비를 한 뒤에 아빠 직장 근처로 가서 맛있는 사케동을 먹었습니다. 한강도 구경하고, 추운 바람이 부는 대교 위를 잠시 걷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케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2시가 지나기 전, 아슬아슬하게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초를 불고는 생각했어요. 이렇게 26일 막바지에 생일 초를 부니까 27일까지 내 생일인 것만 같다고. 

       그 착각은 27일까지 이어집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전송된 생일 축하 메세지와 선물들, 그리고 집으로 차곡차곡 도착하는 것들. 배송의 시차가 생일을 연장시켜주는 기분이었습니다. 27일 오전, 저는 밴드 합주를 위해 제기동의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좀 늦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다들 늦는다기에 마음 놓고 걸어갔더니만.... 생일 축하를 해주는 게 아니겠어요. 귀엽게 디자인된 도시락 케이크와 함께 말입니다. 아주 기쁘 신나는 마음으로 합주를 하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서프라이즈는 인생 처음이었거든요. 이번  생일은 그래서 참 독특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문득 여러분의 생일이 언제인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생일이 지나간 분들께는 축하했다는 말을, 앞두고 계신 분들께는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드려요. 올해는 어떤 생일을 보내고 싶으신가요? 복작복작한 생일도, 조촐한 생일도 모두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생일이니까요. 딱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맛있는 걸 양껏 드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일은 참 좋은 핑계가 됩니다. 스스로에게도 말이에요. 저에게는 생일이 더 행복하고 느긋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는데요. 생일이니까 늦잠을 자도 괜찮을 거야, 생일이니까 맛있는 걸 먹으러 가야지, 생일이니까 좋아하는 코디대로 입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일상 안에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씩 행복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도 생일이니까 더 행복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친구들이 해주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매일이 생일인 것처럼 행복하거라" 여러분께도 그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매일이 생일이라면, 생일이란 든든한 핑계를 대고 한 뼘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당분간 생일 같은 나날을 보내려고 합니다. 사회적인 약속을 파괴하는 일만 아니라면, 핑계에 기대 행복을 찾아가는 생활을 즐기려구요. 도착하지 않은 선물들과, 해결하지 못한 만남들을 기다리면서 일상을 보내야겠어요. 

       독자님들게 제게 궁금한 것들에 대한 응답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나, 지지부진한 독서 생활, 좋아하는 것들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해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하셔서 기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 중 아주 작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틴틴팅클을 아시나요? 난(insta: luv_nan2) 작가님이 연재하시는 만화입니다. 저는 틴틴팅클을 매우 좋아합니다. 만화에 나오는 모든 고양이들을 아끼긴 하지만, 그 중에 특히 콧물이를 좋아해요. 자꾸 콧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 틴틴팅클 일력을 가지고 있는데, 26일은 '멍 -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봐'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는 거야. 좋은 핑계를 대며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애써 슬퍼하지 말고. 여러분도 틴틴팅클의 매력에 폭 빠지길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31일입니다.

       마침내 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메일링을 약속했던 1월이 끝나갑니다. 아직 해야할 말이 남아서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메일링에 대한 간단한 공지글이 이어집니다. 

       메일리라는 플랫폼을 사용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구독자 관리도 잘 되고, 프로그램도 좋고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해진 일시에 (요일이나, 날짜에) 메일을 보내드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기성 있는 메일링이라기 보다는 제가 쓴 글을 무작정 보내드리는 데에 급급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1월 중순, 가장 글을 많이 써내릴 때에는 그냥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간 메일링 서비스를 확장해 제 글에 대한 구독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렇다는 점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과 메일리에서 포털/메일로 글을 보내드리는 것이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접근성을 생각하면 알람 설정을 하실 수 있는 블로그가 훨씬 낫겠지요. 결국 제가 블로그에 밀리지 않고 성실히 글을 쓰면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고로, 이젠 메일링의 방식보다는 천천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1월, 실험적으로 시작한 메일링에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명이 넘는 구독자라니, 제 인생에 이렇게 많은 독자가 있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글을 쓰며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경험과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절 궁금해해 주셨던 분들과, 정성스레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좀 말씀드릴게요. 

       저는 제 일상에서 느끼고 관찰했던 것들을 메모장에 파편적으로 기록하는 편입니다. 그런 글감들을 가지고 살아온 지 조금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일상 글 뿐만 아니라 작은 산문들을 써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처음 보내드렸던 메일과 비슷한 느낌으로요. 독서모임 속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 종로를 걸어다녔던 지난 여름, 읽었던 시에 대한 감상, 전공 공부가 얼마나 지난하고 힘든지에 대한 서러움, 미래에 대한 고민, 간단한 일상을 기록하는 글이나 독서 기록 등등 쓰고 싶은 것들과 써야할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블로그 생활도 기대가 됩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제 글에 대해, 저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 가져주셔서 늘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작은 대화를 나눌 때, 제 글을 읽고 난 뒤 어떤 말씀을 해 주실 때 저는 늘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긍정적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공스타그램을 운영했던 중학생 시절부터 좋은 숲에서 좋은 나무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좋은 나무들을 보며, 저도 미숙하지만 또박또박 걸어왔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흐름 안에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고 동시에 감사해집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 보려고 합니다. 

       버드나무 편지는 제가 처음 글다운 글을 써서 내보이는 시작점이었습니다. 1월 한 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배우고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드나무 편지는 여기서 끝이지만, 편지지는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버드나무 아래에서 저와 또 함께 해 주세요. 언젠간 또 편지를 쓰러 메일링으로 돌아올게요! 감사했습니다. 

1월의 마지막 날

ysy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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