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한권, 소개 편지.

2023.09.26 | 조회 2.9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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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서재

정지우 작가가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구독자님,

열네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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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번째로 고른 책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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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제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지적으로 놀라운 경험을 했던 책입니다.

어디가서 함부로 아는 척 하면 안되겠다, 하고 뜨끔할 정도로, 기존의 상식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토록 멋진 책을 만난 계기가 무척 우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만난 건 부산의 서점 <크레타>에 북토크를 가서였습니다. 직장과 육아 때문에 타 지역으로 강의 가는 일이 잘 없지만, 그 때는 뵙고 싶은 분들도 많고 하여, 일부러 먼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부산에 가서, 오랜 인연들, 또 새로운 분들을 여럿 만나뵙고 무척이나 따뜻해진 마음으로, 책 방을 둘러보다가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그저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인데, 돌아오는 기차에서부터 저는 이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책을 만나는 순간들에는 우연적인 데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SNS에서 발견하든,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 발견하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든, 책의 발견에는 유독 우연이 많이 개입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세상의 수많은 화려한 볼거리들 뒤에 책들은 보통 한 권씩 숨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마케팅으로 여기저기 광고되는 책들을 만나는 건 그다지 우연이라고 느끼진 못할 것 같습니다.

반면, 내가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영영 알지도 못했을 어느 책을 세상의 한 구석에서 만나고, 그 책으로부터 큰 감동을 얻는 건 어쩐지 근사하고 멋진 우연처럼 느껴지지요.

'세상의 모든 서재'를 받아보시는 여러분들께, 이 뉴스레터가 그런 즐거운 우연의 역할을 한번쯤 하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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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를 읽다 보면, '나 책 좀 읽는다'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상식이 깨어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이라든지, 심리학자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매우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루시퍼 이펙트 실험, 깨진 유리창 이론 등에 대한 매우 정교한 반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상식을 과감하게 박살내는 행보가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선한 본성'인데, 어쩐지 재미없는 주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아마 그 이유는 인간의 악한 본성, 이기심 등을 우리가 쉽게 믿으며 살아왔고, 실제로도 그것이 상식이라고 믿을 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각종 범죄라든지, 이기적인 기업가들, 악성 민원 현장, 탐욕과 전쟁 등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우리의 생각을 하나씩 정교하게 논박해나갑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충격적이었던 건, 과거 세계대전에서 대부분의 병사들이 '총'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세계대전에서, 우리가 전쟁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상대방 적군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 많은 사상자는 어떻게 발생했을까요? 한 번 책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이런 흥미진진한 사례와 이야기들이 저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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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책들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 본성'에 대한 책입니다.

특히, 과거에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진화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역사학 등 다양한 영역들이 결합되어 고유한 영역을 형성하는 것도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해 썼던 책이 하나 있는데,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라는 책으로, 인간 본성, 특히 이타성에 대해 나름 탐구했던 책입니다. 당시 진화심리학 책을 정말 많이 봤고,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죠.

인간 본성에 대한 책 몇 권을 더 추천해보자면,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가 정말 재밌습니다. 사실 번역 제목이 마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반대하는 책 같지만, 전혀 그렇진 않습니다. 어찌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책처럼도 보입니다.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도 물론 재밌었습니다. 인간을 일종의 '관념적 존재'로 정의하는 책인데, 상당히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인간 본성에 대해 집대성 된 책으로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을 꼽고 싶기도 합니다. 상당히 두껍지만,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스스로의 본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10월에는 연휴가 많군요.

멀리 떠나느라 바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책과 함께 가을을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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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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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

    0
    about 1 year 전

    궁금합니다. 수일 내에 주문해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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