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착각

2022.08.24 | 조회 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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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필패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드시 실패하고야 만다. 잔인한가요? 이는 장 프랑수아 만조니 교수와 장 루이 바르수 교수가 창안한 개념인데요, 아무리 일을 잘 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못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실제로 무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이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씌워 놓았기에 불신하고 마이크로매니징을 강화하죠.

바보가 아닌 이상 상사가 자신을 불신한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습니다. 개입이 심해지면 불만이 커지고 근로 의욕도 떨어지죠. 그 과정이 반복되면 본래 유능했던 직원이라도 무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구독자님도 어디선가 경험한, 혹은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리더십 분야 석학들이 발견한 현상이지만 꼭 조직에서만 통용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식을 못미더워하는 부모가 계속해서 케어하다 자식이 실제로 아무것도 못하는 금쪽이가 되기도 하고, 연인 관계에서도 '나 없으면 안돼'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옭아맬 수도 있죠. 꼭 맞게 적용할 수는 없어도 얼추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그래서 상대를 규정하는 말과 생각이 참 무섭습니다. 내가 상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무얼 해도 좋아보이고, 잘못을 저질러도 '실수'로 이해하고 넘어가죠.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 땐 그 반대입니다. 미운털이 박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죠. 더 무서운 것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상대의 실제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필패신드롬이 보여주듯 유능한 직원도 무능해지는 것처럼요.


저 역시 사람을 대할 때, 마음으로 이미 저만의 인물 사전을 만들고 바라보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좋은 사람보다 싫은 사람을 대할 때, 더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미워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보호막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 세계가 좁아지는 느낌도 받곤 합니다. 어쨌든 정해진 틀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게 좋은 태도는 아니니까요.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필패신드롬을 얘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자는 목적에서였습니다. 내가 상대를 무능하다 보는 프레임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저런 상황에 놓일 일도 적을 테니까요.
그런데 쓰면서 느꼈지만 참 그게 쉽지가 않네요.

다만 직장생활을 할 때만큼은 노력해야겠어요, 프레임 없이 바라보도록. 거기도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가는 곳이다 보니 정말 쉽지 않지만. 게다가 바깥에서보다 더더 프레임을 강하게 씌우기 쉬운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겠어요. 저 역시 이미 조금 그른 면이 있는 것도 같지만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이 더 기니까요.

당장 안 되더라도 머리로 기억이라도 하고 살아야겠어요. 적어도 제가 누군가의 '필패'를 빚어내지는 않도록요. 마찬가지로 저 역시 누군가로 인해 필패하지 않도록 단단해져야겠죠. 적절한 피드백과 가스라이팅과 일방적 비난과 진정한 충고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도 지녀야겠고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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