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었다

2023.10.31 | 조회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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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의 편지는 반성과 함께 시작합니다. 

어제 아침에 분명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자며 편지를 보낸 저는 오전 내내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공사 불문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생겨서 좋지 않은 기분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좋지 않은 기분도 유하게 말한 거고 여러모로 다방면에서 화가 났습니다. 행복이 빈도인 것처럼 분노도 빈도가 잦을 수록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친구가 점심 때 회사 앞까지 와줘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순간 모든 것을 뚱하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편지에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매사에 평온한 사람인냥 써놓고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작은 것에 툴툴대는 스스로를 마주하니 민망하더군요. 합리화도 했습니다. 온갖 진리를 말하는 성인들이라고 매번 자신의 진리를 실천한 것은 아니지 않겠냐며. 실은 그들이 성인인 이유는 입만 산 게 아니라 실천으로까지 잘 옮겼기 때문일텐데 말이에요.

언행일치는 과연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지, 나는 왜 스스로에게 한 다짐을 몇시간도 채 못지키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언제쯤이면 진실로 성숙해질 수 있으련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과연 지금 내가 느끼는 불만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불가항력적인 문제인지를 생각해보니 후자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지난주 북토크에서 들은 말인데, 세상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영역이 있고 이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을 붙잡고 늘어져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죠.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의 영역이라고요.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제 기분이지요. 제가 이를 해결할 방식과 태도고요. 이걸 알았다고 해서 사실 크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비슷한 불만이 일겠죠. 이에 따라 속상하기도 하고 마냥 짜증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를 반복하다보면 적어도 그 강도는 줄어들고, 불만이 해소되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지 않을까요. 그걸 또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더 잔잔해지겠죠. 그날이 올 때까지는 잘 화내고, 잘 회복하는 과정을 잘 반복하는 것을 연습해야겠습니다.

자가당착에 빠진 게 아닌지 고민을 했는데 뭐 빠지면 어떻습니까. 아직 26인데 이를 빨리 깨닫고 연습이라도 하면 적어도 36살에는 안 그러고 있겠죠. 우하하.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여나가는 거니까요. 그렇죠,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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