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순간을 사랑하는가

2023.11.01 | 조회 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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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 오늘 조잘조잘은 객원 필자가 보내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S입니다. 이번 주 조잘조잘에서 감정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데요. 발행인의 솔직한 소회를 읽고 있자니 저도 익명의 힘을 빌려 두서없이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단편적인 글을 적어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사랑하는 것들'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질문을 마주한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먼저 압도당했어요. 구독자님은 일상생활 중 '사랑'을 얼마나 말하고 쓰시나요? 저는 왠지 머쓱하고 부끄러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한 적이 잘 없습니다. 아마도 평생 손에 꼽을지도 모르겠네요.

더불어 정작 떠오른 건 사랑하는 누군가도 어떤 물건도 아닌, 특정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선선한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무작정 걷는 시간을 좋아해요. 시야 끝엔 푸른 하늘과 파릇파릇한 나무들 혹은 노을이 걸리고, 귀에선 틀어 놓은 음악이 들리고, 감사하게도 내 다리는 튼튼한… 그런 순간 말이죠. 고민과 상념에 유독 머리가 어지러운 날이면 다리를 재촉해 자꾸 걸으면서 흘러가는 바람에 잡념을 날리곤 합니다. 이 순간을 사랑해 버린 덕에 지탱할 수 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오늘도 걸어야겠네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건네는 '같이 걷자'라는 말이 제가 할 수 있던 사랑한다는 표현은 아니었을까요? 퇴근 시간쯤 노을을 볼 수 있는 나날에 혹은 노을 색을 닮은 단풍이 다 져버리기 전에, 한두 번이라도 더 걷도록 해야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함께요.

서로 누군지 모르지만 무작정 걷던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각자의 걸음을 응원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언젠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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