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머리에 익숙해지기

2024.07.23 | 조회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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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머리를 볶은 지도 어언 3주가 됐습니다. 파마 첫 주의 우울함은 어느덧 쥐도새도 모르게 가셨는데요. 회사 분들을 필두로 한 주변인들의 호응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는 처음 해보는 아주 뽀글뽀글한 파마와 댕강 짧아진 단발에 슬퍼하기도 잠시, 주변에서 어화둥둥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요. 칭찬 러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사 몇 번 해본 적 없는 선배들도 멀리서 오셔서 머리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머리 때문에 우울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으셨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덕분에 회복 중입니다.

사실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파마머리를 안 좋아했습니다. 9살 때, 뮤지컬 '시스터 액트' 속 우피 역할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해당 역할은 공연에 올라가기 전 아프로 헤어 가발을 써야했는데요. 저는 이 사실을 공연 직전에 알았고, 쓰기 싫다고 울고 불다가 결국 생머리로 무대에 올라간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실 각종 펌들이 유행할 때에도 한번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고요. 그래서인지 의도치 않게 다가온 갑작스런 뽀글머리에 우중충했나 봅니다.

이제는 좀 적응이 됐습니다. 당초 딱히 원한 적 없던 발랄하고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를 얻게 된 게 여전히 속이 쓰리긴 하다만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 머리가 얼른 기르길 바랄 뿐입니다. 그나마 여름이라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 변신이었지 않을까요.

사실 머리는 기르면 기르는 거고, 정 마음에 안 들면 또 미용실에 가도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고, 언제든 변신 가능한 이 변화가 사람 마음을 참 들었다놨다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누군가 헤어스타일을 대폭 변화하고 와도, 무조건 좋은 말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사자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위안이 될 수 있길, 마음에 들었다면 더더욱 새로운 스타일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면서요. 모쪼록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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