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난 뒤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2023.07.04 | 조회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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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지만 동시에 당장에도 죽을 수 있는 게 삶이니까요. 죽음을 떠올릴 때, 생각할 수 있는 주제는 많습니다. 죽음의 시점이나 방식도 있고, 장소도 있습니다. 장례 방식이나 무덤은 어떻게 할지도 고민할 수 있고요.

그중에서도 요즘 전 제가 사라지고 난 빈 자리에 대해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가 살던 집이 정리 될 것이고 제가 쓰던 전자기기를 가져가겠죠. 그 안에 제가 써둔 글이나 사용하던 앱이나 등등을 볼 수도 있겠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죽음이 무서워지기 보다는 살아 있을 때, 덜 부끄럽게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저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제 집에 남은 유품을 가지러 왔다가 말도 안 되는 집꼬라지에 놀라서, 추모하는 마음이 싹 사라지면 어쩌나요. 과거에 쓴 블로그 글이나 이런 편지들을 보며 기가 차면 어쩌나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살아야 하나 같은 잡념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이 답이 아닐테고 애초에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미 이름 석자 남겨보려고 아등바등 살고도 있고요. 그렇게 흔적을 남기면서 살 거면 그나마 좀 더 바르게, 덜 그르게 살아야겠는데 영 자신이 없습니다. 마음 한편에선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싶은 마음도 스물스물 자라나요.

굳이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하나? 어디 시골에 내려가서 조용히 살면서 성공이니 뭐니 거창한 것들을 내려놓고 살면 안 되나? 마음에 짐 없이 싫은 것 안 보고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전 그러지 못할 사람이란 걸 알기에 다시 현실을 보곤 합니다.

그렇게 내려놓고 살지 못한다면 쥐고 있는 것만이라도 똑바로 쥐어야겠습니다. 이미 잘못된 흔적을 남겨버린 과거가 있다면 심심한 사과를 전하며... 남은 인생이 구천만리인데 더 잘하죠, 뭐. 상대에게 전하지 못할 죄책감에 혼자 괴로워하는 것보다 더 큰 감사함으로 채우는 게 낫습니다. 주제가 영 이상하게 흘러갔지만 결론은 부끄럽지 않으려면 당당하게 살자입니다🦭 일단 아직은 지난 흔적을 공개하기 부끄러우니 좀더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오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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