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원이 누룽지

구독자님은 '평생 소원이 누룽지'라는 속담을 들어보셨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 속담은 '기껏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 하찮은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평생 소원이 누룽지'라는 속담을 처음 듣고는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뜻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누룽지라는 어감이 주는 구수함과 묘한 순박함 때문인지 더 푸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소원을 하나 빌라고 하면 다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가치있는 것을 답하고는 합니다. 이는 물론 상황마다 달라집니다. 일하기 싫을 때에는 하루에 100만 원씩 현찰이 생기는 가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날이 더운 날 길거리에서는 순간이동 능력을 간절히 염원하기도 합니다. 학생 때 체육시간엔 지금 시원한 물 한 잔만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이렇게 평소엔 '나'를 위한 소원이 주를 이루지만 때때로 가족을 위해 기도하기도 하고 쌩판 남을 위한 소원을 빌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아파 그 사람의 남은 생이 좀더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바다 건너에 있는 이름 모를 타국의 아이를 위해 기도한 적도 있네요. 무교인데도 말이죠. 아마 구독자님도 마찬가지이실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소원을 빌 때에는 지금 충족되지 않는 것들을 바랍니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면 더 나은 것을 바랄 필요가 없는 것이죠. 평생 소원이 누룽지라는 것은 본인이 아는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누룽지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미 모든 것에 만족하고 살고 있기에 딱히 거창한 것을 '소원'으로 빌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후자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후자쪽 해석에 더 마음이 기우네요. 별 다른 것을 간절하게 바라며 살기 보다는 내가 이미 가진 것들과 내 힘으로 가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살고 싶네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평생 소원이 누룽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