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다소 선선해지면서 출퇴근길이 더 산뜻해졌는데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집 밖에서 가을 풀벌레 소리도 들리곤 합니다.
구독자님은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란 노래를 아시나요? 왜인지 선선해지는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저는 요새 이 노래가 종종 듣고 싶어지는데요. 계절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쩐지 요즘의 시기가 꼭 이 노래 가사와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구독자님이 20대 후반이시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이제는 각자의 삶의 속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가 비슷비슷했는데 말이죠. 학생이거나 공부를 하거나 취준을 하거나 등등이요. 지금은 주위를 둘러 보면 정말 다양합니다.
앞으로는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가는 길은 더욱 달라지겠죠. 지금은 개개인의 일이지만 10년 뒤, 20년 뒤에는 가족의 형태라거나 삶의 방식이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그때에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혹은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이들과 어울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에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기대되는 마음이 있는가하면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제게 있어 누군가와 관계가 멀어진 까닭을 꼽으라면 상대 탓을 하겠지만 상대는 제 탓을 하겠지요. 이미 얼마되지 않은 시간 동안 스스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걸 느낍니다. 저는 그런 변화가 반갑지만 좀더 어렸던 시기의 조금 더 투명하고 뜨겁던 시기를 되돌아 보면 입이 쓰기도 합니다. 유달리 잔나비의 저 노래가 와닿는 이유일까요.
그러다보니 사람을 단언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지금도 다소 그런 편이긴 하지만 저는 마음에 바리게이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요소들도 많고요.
그런데 전혀 상상도 못한 사람과 모종의 계기로 친해지기도 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람과 사소한 갈등으로 영영 안 볼 사람이 되는 과정들을 겪다 보니 오히려 허들이 낮아지더군요.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거죠, 하하. 아무리 지금 당장 좋은 사람도 언젠가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반대로 지금 좋지 않은 사람도 언젠가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관계를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보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와중에도 차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안 나오는 걸 보면..🤔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그쵸.
다만 뜨거운 여름밤이 가도 남은 게 볼품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또 다른 안녕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행복합시다. 100년 뒤에 모두 흙으로 돌아갈 우리들이기에 남은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재미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김에 저는 오늘 오후 반차입니다. 재미나게 살겠습니다(?) 구독자님도 오늘 하루도, 이번 주말도 편안히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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