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주제로만 몇 시간을 이야기해 본 경험, 다들 있으신가요?
지난주에 카페 알베르게에서 지인들과 '여행'을 주제로만 말을 나눴습니다. 여행 취향,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행복했던 여행, 내일 당장 떠난다면 가고 싶은 곳, 내가 생각하는 여행.
평소에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도 "이런 게 좋더라~" 정도 한 두 마디로 끝나지, 그 이유나 혹은 얽힌 사정에 대해서 깊이 얘기한 적은 없던 것 같더라고요. 저 또한 평소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던 주제였고요.
그래서인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한편,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이면을 나누는 경험이 신선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여행에 대해선 대부분의 입이 한 데 모였습니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었죠.
저 역시 가장 행복했던 여행을 꼽으라면 오래 꿈꾸고 준비해서 다녀온 몽골도 아니었고, 한번 다녀오고 너무 좋아서 두번이나 갔던 코스 그대로 다녀온 도쿄도 아니었고, 고등학생 시절 친구랑 처음으로 보호자없이 둘이 기차타고 다녀온 부산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몇달 전 부모님이랑 별 생각없이 아침에 떠나자 해서 다녀온 함안이었죠.
정해진 게 하나도 없었던 여행입니다. 함안 안 가봤으니 가보자 ~ 해서 가다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으면 멈춰서 우리도 구경하고, 허허벌판에 높은 건물 하나가 있길래 궁금해서 핸들을 돌리고, 근처에 축제를 한다길래 들르고 그런 식이었죠. 하룻밤 잔 것도 아니고 정말 그냥 차 하나만 끌고 다녀왔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 반년 넘게 미술을 배우고 있는데 미술을 배운 계기도 이 여행이었어요. 너무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장면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어서였죠. 두어달 전에 그리긴 했는데, 다음에 한 번 더 그려보려 합니다.
한 가지 주제로만 나누는 대화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행복했던 여행으로 틀어졌네요.
아무리 오래, 깊이 알고 지낸 사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특히 일상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치관이나 취향 등에 관해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누기는 어렵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만 대화해도 끝이 없잖아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더라고요. 다음에 구독자님과도 함께 여행을 주제로, 또 다른 하나를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보내시길 바라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