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우울의 이유

2024.03.08 | 조회 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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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근래 제 편지에 잔잔한 우울감이 깔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실을 반영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듯한데요. 요즘 제 일상에 계속 우울감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직 수준의 팀 이동과 대학원 진학, 이사 등 인생의 굵직한 변화들이 한 번에 생긴 올해는 제 나름대로는 인생 제 3막이 열렸는데요. 대인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전 팀은 또래들이 많았고 소통이 잦아서 하루에 한 번은 사무실에서 웃음 소리가 났었습니다. 점심도 다 같이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자주 나누면서 친밀감도 높았고요. 계신 선배들도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 많고 개인적인 고민도 나눌 정도로 신뢰도 많이 쌓였었죠.

옮긴 팀은 이전 팀보다는 개인적인 분위기입니다. 익숙해지면 분명 장점이 크긴 하지만 새로 온 입장에선 적응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취재 분야가 확 달라진 만큼 제가 지난 3.5년 동안 해온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이라서 일도 어렵고요. 팀 내 선배들도 대부분이 저와 최소 12년차 이상 차이 나시는데 어쨌든 같은 팀원이고 같은 기자다 보니 그만큼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벅찼습니다. 꾸역꾸역 하고는 있지만 하나씩 완성하기 보다는 해치우는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기존에 전혀 모르고, 또 관심도 없던 분야여서 더 힘들었습니다. 사실 이건 현재 진행중이고요. 세 달하면 적응될 것 같아요, 를 말하고 다녔는데 아무래도 세 달로도 모자랄 것 같아요.

아무튼 못하는 게 싫어서 잘하는 것만 해오고, 못하는 게 싫어서 게임도 하지 않던 제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처하게 되니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이런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새로 맡은 일을 이해하는 사람이 일단 주변에 없고..! 같은 회사 분들께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고, 직장생활 4년차에 다시 '병아리'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마냥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이도록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힘든 걸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회사에서는 업무 얘기 외에는 정말 간단한 인사만 주고받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니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엊그제 이전 팀 사람들과 잠시 10분 이야기 나눴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기분이 확 올라가는 스스로를 보며 놀랐습니다. 팀원 분들도 팀 옮긴 지 두 달 만에 어른이 됐다며 농담 삼아 말씀하시는데 속으로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신입생 동기들과 처음으로 다같이 밥을 먹는데...너무 즐겁더라고요. 정말 별 대화를 안 해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근래 우울의 이유는 회사에서 온종일 아무 말도 안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나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친구한테 말하니 제가 팀을 옮긴 날부터 내내 우울해 했다면서, 말 안 해서 그런 게 맞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5분 대화만으로도 이렇게나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대문자 EEE가 맞습니다. 새 사람들 만나고 얘기하는 게 왜 이리 즐거운지요. 아무튼 ... 행복했습니다.

원인을 알고 나니 명쾌합니다. 솔직히 이쯤되니 다음주 수업이 기대됩니다. 다음주 수업에는 꼭... 앞자리 사람에게 말을 걸겠습니다. 이러면 I 들은 부담스러워 하려나요? 상황 봐가면서 친해져 보겠습니다. 그래도 우울의 이유를 알고 나니 해결책도 나와서 개운합니다. 행복해질게요, 구독자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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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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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쿔스

    0
    8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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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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