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원래 혼자다 vs.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2024.12.16 | 조회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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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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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잘조잘은 객원필자가 보내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객원필자 티거입니다.

"인생은 원래 혼자"라는 말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둘 다 많이 거론되는 명제이면서, 동시에 사뭇 상충되는 것 같아 보이는 명제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두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의존하는 삶을 살았었어요. 그걸 딱히 인지하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이 친구 없이도 나 혼자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내 삶을 이 친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요.

그러면서 나 혼자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사람은 혼자서도 온전한 삶을 영위할 줄 알아야 하고, 그래야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도 서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몇 년에 걸쳐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 혼자서도 온전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부단히 시도해봤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서 해결하려고 하고요.

그런데 그 결과로 마주한 제 모습은 우울과 불안, 오만과 고집이었어요.

난 분명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것 저것 시도하고 노력하고 애썼던 건데, 도리어 정신은 더 괴로워지고 더 나은 성품의 사람도 되지 못한 것 같아서 어딘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평안한 심리 상태로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같은데, 왜 난 이렇게 애쓰는데도 시간이라는 것을 마주하는 게 두렵고, 끝 없이 공허하고 우울해지기만 하는지 싶었죠.

게다가 더 세진 오만함과 고집은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벽을 치게 만들고, 그 결과 스스로를 더 혼자로 인식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낸 후에야 제 방법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혼자일 수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으로 인해 가능한 거였더라고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이, 사람은 자라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타인을 접하게 되고, 그들을 모방하거나 반면교사하고 익숙함을 느끼거나 낯설음을 느끼면서 '나'를 구축해갑니다.

특히나 더 가까웠던 친구나 가족을 생각하면, 그들이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사람들을 가까이 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테니까요.

결국 '나'라는 사람 안에는 수많은 타인들이 녹아있고, 나 혼자 판단하고 나 혼자 행동한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조차 결국 나 혼자 한 게 아니었어요.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이 진짜였던 거죠.
이 사실을 저는 완전히 잊고 간과하고 있었어요. '나'라는 존재가 이미 여러 타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의 삶을 만드는 데 있어서 타인의 역할을 부정하며 "사람은 타인 없이도 혼자 살 줄 알아야 해!"라고 생각했으니.. 그런 모순적인 방향으로 가다보니 도달한 곳은 우울과 불안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덤으로, 나만을 믿고 혼자 해결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과 고집을 불러왔고요.

혼자서도 온전해지고 혼자서도 잘 산다는 것은, 혼자 해내야 한다는 의미도,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벽을 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나를 구성하는 타인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도록 삶의 중심에 자신이 위치해있음을 지각해야, 혼자서도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삶의 중심에 자신이 위치해있음을 지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짝 고민해봤는데, 자신의 모습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감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일기나 브이로그처럼 내 생각들을 글로 시각화해서 감각하거나, 내 말투, 표정, 행동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감각하는 거죠. 우리는 일상에서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하지, 내 모습을 감각할 기회가 잘 없으니까요. 이렇게 하면 나라는 존재와 실체를 비로소 인지적,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런 일련의 경험을 거쳐 제가 저 두 명제에 대해 내린 결론은 둘은 같은 의미이고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혼자 = 혼자가 아님]이니까요.

이 생각과 결론들은 현재의 저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삶의 방식과 의미, 저마다의 세계를 갖고 있으니까요. 미래의 저도 또 다른 결론을 찾아낼 수도 있고요.

'혼자'라는 것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짧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편안하고 웃을 일이 많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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