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겪어 보면서 자신의 호불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과 무관하게 본인이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상 다양한 걸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예컨대 클럽도 안 가보고 나랑 안 맞다고 단정 짓는 것보다 가봤는데 영 아니었다는 태도를 좋아합니다.
물론 여기에 예외가 있습니다.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를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겠죠. 경험을 해보지도 않고, 미디어 혹은 주변인들의 말로만 판단하는 것을 지양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저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세상에 안 해본 것도 너무 많고, 지레 겁먹고 앞으로 하지 않을 것들도 많고, 단 한 번의 경험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들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죠.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책을 한 권만 읽는 사람이 제일 무식하고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최근에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제가 고수를 되게 싫어하는줄 알았습니다. 예전에 쌀국수 집에서 나온 걸 한번 씹고는 낯선 향과 맛에 질겁했거든요. 그전에 고수가 맛없다고 묘사한 한 웹툰을 미리 봐서 그런지 편견이 이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한 번의 경험때문에 모든 동남아 음식점에 갈 때마다 고수를 절대 넣어 먹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고수의 호불호를 물어보면 단연 불호라고 외쳤고요.
그런데 최근 여행을 다녀오면서 고수를 잘 먹게 됐습니다. No 고수가 적힌 종이까지 가져갔는데 첫날에만 딱 한 번 써봤네요. 고수 빼달라는 걸 깜박해서 어쩌다 보니 먹게 된 첫 음식이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았습니다. 사실은 오묘하게 뭔가 막 좋지는 않지만 딱히 싫지도 않아서 이게 뭘까, 싶어서 계속 먹게 됐죠. 애초에 고수를 빼달라고 해도 완벽하게 빠지지 않아서 더 먹게 되기도 했고요.
경험 없이 무언가의 호불호를 표하는 게,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딱 한 번으로 모든 게 그럴 거라고 단언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에서 먹은 고수의 기억은 좋지 않기에, 다시 먹었을 때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젠 아예 안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일단 주문은 해보겠다는 걸로 마음이 바뀌었으니까요.
아마 이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무수하지 않을까요.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은 거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때론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걸 이런 식으로도 깨닫습니다. 즐길 수 있는 기회 하나를 놓치는 건 너무 아까우니까요.
얼마 전 한 친구한테 한 행사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무진장 만날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평소 I 성향이 짙은 친구인데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한참 후에 왜 그때 바로 수락했냐고 물으니까 인생에 이럴 일이 몇번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하더군요. 저도 다른 일을 대할 때, 제가 평소 좋아하는 일이든 아니든 그렇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겠습니다.
구독자님,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오늘만 지나면 금요일이군요! 전 내일 연차를 씁니다. 놀러가는 이유가 아니라 오직 휴식을 위해 쓰는 연차는 또 정말 오랜만이네요.
오늘 하루도 편안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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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저지만 공감합니다. 저는 못먹는 음식이 좀 많은 편인데 한번도 안먹어 보고 못먹는다고 한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도전해보겠어요! ^^ 오늘은 이른 아침에 동료 직원 테니스 강습을 했습니다. 강습하면서 한 말 중에 "나랑 선생님은 키도 다르고, 팔 길이도 달라요. 연습하면서 본인이 공을 치기 좋은 거리를 느끼고 만들어야 해요." 몸과 테니스 공과의 거리를 직접 자신이 해보면서 익히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자기가 해보고 느끼는 것, 그 거리가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거리~! 즐거운 목요일 시작하세요! (저도 내일 연차를 씁니다. 양양을 거쳐 인제, 다음 주에 복귀ㅎ)
조잘조잘
저도 한번도 안 먹어봤지만 냄새를 이유로 못먹겠다고 한 음식들이 몇 있는데요. 과연 언제쯤 먹게 될지 잘 모르겠긴 합니다^^; 본인이 공을 치기 좋은 거리를 느끼는 것. 꼭 테니스가 아니라도 다양한 곳에 응용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누가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정말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거고요 ㅎㅎ 연휴 잘 보내셨나요? 다시 시작하는 일상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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