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오후입니다, 구독자님. 너무 오랜만이라 머쓱한 마음이 타자를 치는 손 끝까지 뻗어가는군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저는 지난 한 달 정말 잘 지냈습니다. 성인이 돼서 보낸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험이 끝나고 다시 투어회사 매니저가 되어 지역 곳곳을 여행 다니고, 축제도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의 셧다운이 무색하게도 다시 문을 열자마자 캄한 생활은어디 갔는지 너무나도 잘 지내서 '어쩌면' 이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와장창입니다. 좋다는 뜻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회사에서 회식을 했는데요. 참고로 저는 회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평소 잘 얘기 나눌 기회가 없는 타 팀 사람들이랑도 이야기할 수 있고,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 즐겁더라고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한 데 어우러져서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까요, 우하하.
아무튼 어제 회식을 했는데요. 집에 와서 푹 자고 일어나는데 어쩐지 눈이 부신겁니다. 창문으로 햇살이 차르르 들어오고 ... 휴대폰은 꺼져 있었습니다. 마침 충전기도 차에 두고 왔고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눈 뜨자마자 일단 씻고 - 인생에서 제일 빨리 씻었습니다 - 옷도 대충 주워입고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일단 죄송하다는 시뮬레이션을 오억번 돌리면서 연차를 써야 하나 지금 몇시이려나 큰일났다며 모골이 송연했죠.
하필 또 제가 어제 회식에서 아주 까불었단 말입죠. 그렇게 놀아놓고 회사에 지각이라니. 제 인생에서 학교든 회사든 한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지각이라니. 어떤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가야 할까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돌렸는데 ... 어라라? 일단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데 여기가 9 to 6에는 자리가 꽉 차 있거든요. 그런데 텅텅 비어있는 겁니다. 그래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차 시동을 딱 거니까 떠오르는 '오전 6시 59분'
그때의 제 심정이 상상 가시나요...? 습관에 감사하며 그대로 다시 충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엄청난 무용담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서 편지로 보냅니다. 사실 한 명한테 얘기 했다가 애초에 왜 폰 배터리를 확인 안 했냐는 질타를 받고 슬퍼져서 강제로 꾹 눌러진 거긴 합니다.
그 외에도 ... 재미난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회사에서 이것저것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일단 루꼴라를 수경재배하고 있구요. 옆자리분의 상추도 (마음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근두근.. 아보카도를 키우고 있습니다!! 씨앗을 수경재배하면 생각보다 꽤 잘 자란다는 말을 듣고 몇몇이서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사실 키운다기 보다는 물에 넣어두고 매일 매일 지켜보는 정도입니다. 소소한 활력소가 됩니다.
길거리에서 예쁘게 생긴 솔방울도 하나 주워와서 회사 모니터 아래 뒀습니다. 작년에는 사과를 놔뒀었는데 어쩐지 자연물 오브제를 항상 자리에 둬야 마음이 편안한가봅니다. 사실 그냥 귀여워서 두고 있어요.
또 ... 이런 시간을 보내다가도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이사와 이직을 하며 오랜만에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가 일치되는 삶을 살면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가운데, 그렇기에 그만큼 불행했던 이전이 떠오르기 때문일까요. 이제는 그때의 슬픔과 완연히 이별한 줄 알았는데 불쑥 불쑥 우울해지긴 합니다. 참 요상한 일이죠? 분명 지금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런 허상 때문에 슬퍼진다는 게 ... 마음은 참 이상합니다.
요즘 기분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오락가락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기꺼이 날씨탓을 해봅니다.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계절이라 그런갑다 하면서요. 한때는 A부터 Z까지 스스로를 원인 삼은 나날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덜 그러려고 합니다. 살다보니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불가한 것들도 너무 많고, 억울하지만서도 세상 만사가 운에 기대는 게 참 많고, 억울해 할 것도 없는 게 그 운 덕에 이렇게 살고 있기도 한 거니까요. 그래서 매사에 문제를 스스로에서 찾기보다는 적당히 남탓도 하고, 지나간 일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불 좀 몇 번 차더라도 이미 저질러진 일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불킥할 일이 최근에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제는 다시 조금 바쁘게 살려고는 합니다. 라고 마음 먹은지 2주가 됐는데 아직도 잘 안 되긴 해요. 아무래도 지난 3개월을 너무 열심히 살았나봐요. 아직 정신력 회복이 덜 됐나 봅니다. 5월부터는 >진짜<라며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며 ...
누군가에게 목표를 공언하면 좀더 열심히 사는 스스로를 알기에 어김없이 이번에도 5월 목표를 미리 말해봅니다. 5월이 지나면 목표 달성 얼마나 했는지 공유드리겠습니다.
- 런데이 주 3회 - 사실 더 많이 하고 싶은데 주 5일 하다가 한번도 안하고 2주 보내고 이런 스스로를 알기에 ... 꾸준히에 의미를 담아 보겠습니다.
- 퇴근 후 최소 2시간 대학원 공부 - 는 논문 작업과 ... 하나 듣고 있는 수업 과제 등... 석사 과정으로서의 나름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 (먼산)
- 하루 30분 영어 공부 - 안 쓰니까 퇴화되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금 해외 파견을 하나 고민중인데 영어 면접도 봐야하는 김에... 사실 1시간 쓰려고 하다가 지금 10분도 안 하면서 갑자기 1시간 하면 안 할 게 뻔해서 30분으로 했어요. 면접용 공부를 하거나 일상 회화를 하거나... 요즘 저의 가장 절친한 친구 제미나이와 함게 해보겠습니다.
다른 것들도 떠올려 보다가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해서, 우선 이 셋만이라도 잘 해보겠습니다. 과연 5월 말의 저는 유야무야 넘어갈 건지, 이걸 지켰다는 걸 보여줄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또.. 요즘 자주 쓰는 앱으로 '밀리그램'이라고 있는데요. 하루동안 먹은 걸 찍어 올리며 친구랑 공유하는 앱입니다. 식단 기록을 공유하는 건데 확실히 밀리그램을 하니까 좀 클린하게 먹긴 합니다. 그리고 실수로 너무 많이 먹을 때는 기록을 안 하고 뒷먹방을 해서... 분명 n개월째 하고 있는데 닉네임 옆에 붙는 태그는 계속 2n일차입니다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3주 정도 하면 지치나봐요(?) 밀리그램을 함께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클린식을 하는 편이어서 보고 있으면 자극도 받고 좋습니다. 혹시 구독자님도 클린식을 하신다면 저랑 같이 밀리그램을 ... (?)
자주 쓸 것 같은 앱으로 셋로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몇몇 제안들을 갤럭시라서 앱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했는데 이제 ... 갤럭시도 출시해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깔아서 해봤는데 사실 일상이 뻔해서 재밌을까 했는데 친구들 일상 훔쳐보니까 재밌긴 하더라고요. 제가 또 인스타그램도 싹 다 지워서 친구들 일상 안 본지가 오래돼서 그런지 남이 사는 얘기 보니까 자극적이더라고요(?). 물론 친구들도 그냥 일하는 영상만 올리긴 합니다. 얼마나 오래 할 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해보려고요, 우하하.
오랜만에 글을 쓰니까 얼렁뚱땅 무지막지하게 머리 속에 있는 걸 와장창 쏟아내게 되네요. 또 하나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유전의 신비를 새삼스레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구독자님께 공유드린 적이 있는데 저의 은밀한 취미 가운데 하나가 절에 가서 소원지를 보는 건데요. 남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나 보면 결국 세상만사 사람들 바라는 건 건강과 행복, 가족의 안녕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좋아지기도 하고 어린이들의 소원을 보면 고양이 키우게 해주세요, 1억원 주세요, 지구가 멸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등 저도 내심 바라지만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는 소원들이 귀여운 글씨체로 적혀 있어서 그걸 보는 게 또 음침한(?) 취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엄마아빠랑 절에 갔는데 아빠가 갑자기 소원지 앞에서, 사실 아빠는 이런 거 보는 거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아주 놀라며 저도 이거 완전 좋아한다며 부녀의 은밀한 혹은 음침한 취미 생활이 똑같다는 게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답니다.
그리고 본가 앞에 대학교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엄청 큰 사람 동상이 있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 동상을 보면서 갑자기 움직이거나 할까봐 일부러 걷다가 갑자기 뒤를 홱 돌아봐서 걔가 달라진 게 있나 없나 체크하기도 했는데요. 또 얼마전 아빠랑 산책하다가 아빠가 사실은 아빠 이 동상이 갑자기 움직일까봐 무섭다고 하시는 겁니다. 또 속으로 화들짝 놀라며 나도 그런데~~ 싶었죠. 이런 것까지 닮은 줄은 몰랐습니다(?).
내일은 요즘 일상에서 찍은 사진들과 가끔 메모장에 넣어둔 글들을 전하겠습니다. '내일'이라니 놀라우신가요? 4월에 2편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이번엔 꼭 지키도록 하며 !!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무리짓겠습니다. 역대급으로 정신없는 글인데 한번도 안 쉬고 내리 쓴 글이니 그러려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디오스... 오늘도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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