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멀게 느껴질 때

가족과의 갈등

2025.10.24 | 조회 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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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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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기대했던 것은 가족의 이해와 지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조울증이라는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제가 보이는 여러 모습들을 이해하기보다 통제하려 했습니다.

조증 시기에 나타나는 돌발적인 행동들은

가족에게는 불안하고 낯선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들은 저를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그때마다 저는 더욱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여러 기회를 만들어 주셨지만,

저는 그분들 앞에서 제 불안정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들조차 저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또 한 번 깊은 실패감에 빠졌습니다.

언제나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지만,

현실은 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의 걱정거리만 되는 자신이 미웠고,

같은 집에 살면서도 고립된 감정 속에

홀로 버텨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2] 이해하기 – 병의 언어를 모르는 가족과의 거리


🌫️ 조울증은 ‘보이지 않는 병’

조울증은 외상처럼 상처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피가 나거나 깁스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밥은 잘 먹잖아.”“밖에 나가서 웃기도 하던데 뭐가 그렇게 힘드니?”“이건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그 말 속에는 분명 걱정과 애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없는 걱정’은 때로 상처가 됩니다.

조울증은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도, 감정 기복의 문제도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반응 등

복합적인 생물학적·심리사회적 원인으로 작동하는 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여전히

‘이해’보다 ‘해석’을 먼저 하려 합니다.

그들의 언어는 “왜 그러는 거야?”이고,

당사자의 언어는 “나도 모르겠어…”입니다.

서로의 언어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

그 작은 틈이 점점 깊은 감정의 골로 변합니다.

가족의 말 한마디는 때로 약보다 더 큰 힘이 되지만,

반대로 무심한 말 한마디는

약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냥 네가 좀 단단해지면 돼.”라는 말이

조울증 당사자에겐 “네가 약해서 아픈 거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병의 언어를 모르는 가족과의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더 멀게 만드는 역설을 만들어냅니다.

가족은 사랑으로 말하지만,

당사자는 그 사랑이 칼날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반복되는 갈등의 패턴

조울증을 경험하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장면을 겪었을 것입니다.

  • 가족은 “왜 약을 계속 먹어야 해?”라고 묻고,
  • 당사자는 “그 질문이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아”라고 느끼며,
  • 결국 대화는 설명이 아닌

가족은 이해하지 못하고,

당사자는 몰라주는 게 견디기 힘듭니다.

감정은 부딪히고, 상처는 깊어지고,

대화는 멈추며, 마음의 문은 닫힙니다.

특히 아래의 순간에서 이런 갈등은 자주 터집니다.

  • 약물 복용 여부:
  • 입원 결정:
  • 일상 복귀 속도:

이렇듯 병보다 ‘관계의 오해’가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더 자주 다치고 더 깊이 아픕니다.


🔁 가족도 지치고 있다

조울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같은 병입니다.

한 번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좋아졌다가 다시 흔들리고, 또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긴 여정 속에서 가족도 서서히 지쳐갑니다.

처음엔 “우리 함께 이겨내자”고 다짐하던 가족이

몇 년이 지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이제 너무 힘들어.”“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니…”

그 말이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그 속에는 무력감과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아파하는 걸 보는 건,

그 자체로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돌보는 사람(Caregiver)이지만,

그들도 결국 하나의 인간입니다.

휴식이 필요하고, 지침이 필요하고, 이해가 필요합니다.

조울증의 회복은 ‘한 사람의 싸움’이 아니라

‘한 가족의 훈련’입니다.

누군가의 증상이 안정될수록,

가족의 이해도 함께 자라야 합니다.

가족은 ‘영원한 내 편’이라기보다,

‘이 병을 함께 공부하고 훈련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그들은 완벽할 수 없지만,

함께 배워갈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조우네 마음약국은 말합니다.

“가족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동반자입니다.”

이 인식이 바뀔 때, 관계의 언어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엄마도 이제 지친다더라고요”

 

“하루는 저녁 식탁에서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엄마도 이제 지친다….’ 그 말이 그렇게 슬플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엄마의 얼굴은 무너져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저를 다그치지도, 위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한참을 말이 없었어요.
그동안 제 병을 감당하느라 얼마나 버텨왔는지 그 한마디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엄마가 아프면 안 되는데…”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 순간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괜찮아지길 바라며 온 힘을 쏟은 사람이 
이제는 그 자신이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낯설고, 또 미안했습니다.

한 조울러의 고백


🌱 [4] 회복 가이드 – 가족과 다시 연결되는 대화의 기술

가족과의 관계는 병의 회복만큼이나 중요한 여정입니다.

하지만 조울증을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대화’는 언제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주고, 함께 살면서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족과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완벽한 대화가 아니라, 조금 덜 오해받는 대화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아래의 연습들은 그 작은 시작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입니다.


✅ 오늘부터 할 수 있는 3가지 연습

1️⃣ 감정이 아닌 정보로 말하기

“나 힘들어”라는 말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지만,

그 감정의 원인을 모르는 가족에게는 막연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지금 조증 증상이 올라와서 잠을 잘 수 없어”라고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이 한 문장에는 ‘감정의 이유’가 담겨 있어, 가족이 상황을 이해하기 훨씬 쉽습니다.

예를 들어 “나 요즘 예민해” 대신 “최근 수면 리듬이 깨져서 감정이 쉽게 흔들려”라고 말하면,

가족은 문제를 당신의 의지가 아닌 병의 흐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인식의 변화가 대화의 방향을 바꿉니다.

가족의 걱정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하고,

당신의 표현이 피해자처럼 들리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2️⃣ ‘너 때문’이 아닌 ‘나의 느낌’으로 말하기

가족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책임 전가’입니다.

“왜 몰라줘?”, “왜 그렇게 말해?” 같은 문장은

상대의 방어를 자극해 대화를 막아버립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혼자인 느낌이었어”라고 말하면,

공격이 아닌 감정의 공유가 됩니다.

가족은 ‘비난받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죠.

이렇게 ‘너’ 대신 ‘나’로 시작하는 문장은

대화를 싸움이 아닌 ‘공감의 공간’으로 옮겨줍니다.

그 작은 언어의 전환이 결국 관계의 방향을 바꿉니다.

 

3️⃣ 정보를 함께 나누기

병의 언어를 배우는 건 당사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가족도 함께 배워야 관계가 단단해집니다.

그렇다고 무거운 책을 건네거나 긴 설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조울증 관련 영상 하나를 함께 보거나,

마음약국 블로그 글을 인쇄해 식탁 위에 살짝 올려두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말’보다 ‘글’, ‘감정’보다 ‘데이터’가 때로는 더 안전한 다리가 됩니다.

이런 반복적인 정보 공유는 가족의 인식을 서서히 변화시킵니다.

결국 그들도 조울증을 ‘성격’이 아닌 ‘질병’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 피해야 할 오해

  • “가족은 날 절대 이해 못 해.”
  • “내가 완전히 나아야 관계가 회복돼.”
  • “이 병은 말할수록 관계만 망쳐.”

이 세 문장은 회복의 문을 스스로 닫게 만드는 생각의 함정입니다.

가족은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들이 모르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경험 부족’일 때가 많습니다.

당신의 한 문장, 한 번의 대화가

그들에게는 처음 듣는, 그리고 평생 기억에 남는 언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에서

“이해받을 수 있도록 알려주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뀔 때,

관계의 주도권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 마음약국 추천 실천

  • 가족에게 한 문장 편지 써보기
  • ‘내가 바라는 가족의 한마디’ 리스트 만들기
  • 회복 일지 공유하기

가족과의 관계 회복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한마디, 오늘의 대화가

내일의 관계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회복은 가족의 회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그 첫 문장을 용기 내어 건네보세요.


💌  [5] 조우의 편지 – 다시 손을 내미는 일

가족은 가장 가까워서 더 기대하게 되고,

가장 가까워서 더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들이 처음에 몰라줬다고 해서

끝까지 몰라줄 거라는 법은 없습니다.

조울증은 가족 교육이 절실한 병입니다.

가족도 배우고, 회복의 언어를 익혀야 합니다.

우리도, 그들도 훈련 중입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그들도 조금씩 다가옵니다.

이건 병을 이겨내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다시 잇는 일입니다.

그 복구의 첫마디,

제가 함께 고민해드릴게요.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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