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멀어지는 나

고립과 사회성 저하

2025.10.17 | 조회 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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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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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저는 사람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했고,

대화도 잘하고, 관계에는 진심이 있었죠.

하지만 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무너졌던 건, 다른 무엇보다 ‘사람 사이의 거리’였습니다.

조증기에는

너무 많은 말을 했고, 혼자 이야기를 이끌었고,

상대의 반응을 읽지 못한 채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우울기에는

문자 하나에도 답하지 못했고,

전화가 무서워 약속을 취소하거나 아무 말 없이 사라지기도 했죠.

그렇게 하나둘,

내 곁의 사람들이 조용히 물러났습니다.

그들이 나를 떠난 건지,

내가 그들을 밀어낸 건지조차 헷갈렸던 시간들.

‘사회성’이라는 건 원래 있었던 능력이었는데,

그 능력마저 병이 앗아가더군요.

 

🧠 [2] 이해하기 – 조울증이 만드는 관계의 틈

1) 증상이 ‘사회성’을 흔들다 – 기분의 병을 넘어 ‘표현과 관계의 병’으로

조울증은 흔히 ‘기분의 병’으로 설명되지만, 실제 삶에서는 생각(인지), 말(표현), 행동(경계와 속도) 전체를 흔듭니다. 관계는 말 몇 마디, 표정 한 번, 답장 타이밍 같은 아주 작은 단서들로 쌓입니다. 이 작은 단서들이 증상에 의해 달라질 때, 상대는 “이 사람이 달라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 조증/경조증 시기
  • 우울 시기

이처럼 언행의 흔들림은 주변 사람에게 비일관성, 감정 기복, 자기중심성으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상대는 이런 변화를 성격 탓으로 돌리기 쉽고, 당사자는 “왜 날 오해하냐”는 억울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자기 설명의 피로에 빠집니다. 그 사이 신뢰의 미세 균열이 누적되고, 관계는 서서히 ‘붙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유리’가 됩니다.

덧붙여, 조울증은 사회적 인지(상대 표정·어조 해석, 맥락 파악)와 실행 기능(충동 억제, 속도 조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상대가 보낸 ‘짧은 이모티콘’ 하나를 차갑게 해석하거나, 반대로 가벼운 농담을 지나치게 고조된 텐션으로 받아치며 리듬이 어긋나는 순간이 잦아집니다. 이 ‘리듬의 어긋남’이 반복되면, 관계는 피로해집니다.

관계는 내용(content)만이 아니라 속도·간격·리듬(context)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조울증은 이 리듬을 흔들어 의도와 수신 사이의 오해를 키웁니다.


2) 단절과 고립의 악순환 – “미세한 균열”이 “관계 공포”가 되기까지

악순환은 대개 아주 작은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1. 작은 어긋남
  2. 미해결로 남는 감정
  3. 자기해석의 왜곡
  4. 회피로의 퇴각
  5. 사회적 근육의 약화
  6. 증상 악화

이렇게 작은 균열 → 회피 → 기술 약화 → 더 큰 불안의 고리가 닫히면, 결국 머릿속에는 하나의 결론이 박힙니다.

“나는 원래 관계에 서툰 사람이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

여기에는 중요한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 못 한 것(증상과 리듬 문제)을 안 한 것(의지 결여)으로 오해하는 자기비난입니다. 혼자는 당장의 안전을 줍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회복에 필요한 사회적 영양을 결핍시켜, 다시 증상에 취약해지게 합니다.


3) 자기검열과 회피 – “나는 사회적으로 불편한 사람”이라는 신념이 굳어지는 과정

조울증을 오래 겪을수록, 머릿속에는 예측 시뮬레이션이 빨라집니다. “또 상처 주면 어쩌지?”,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면?”, “내가 어울릴 자격이 있을까?”와 같은 생각은 최악의 장면을 미리 재생시켜 불안을 키웁니다. 이를 낮추기 위해 우리는 안전행동을 선택합니다.

  • 일정 줄이기(‘그날 컨디션이 어찌 될지 몰라서’)
  • 온라인만 남기고 오프라인을 피하기
  • 메시지는 읽지만 답은 미루기(‘답장이 완벽해야 해서’)
  • 주로 정보 전달만 하고

이 안전행동은 단기적으로 안심을 주지만, 실제로는 회피-안도감의 학습을 강화합니다. 뇌는 “피했더니 무사했다”를 기억하고, 다음에도 더 빨리 피하게 됩니다. 이렇게 '관계의 ‘안전지대’는 시간이 갈수록 좁아집니다. 처음에는 대규모 모임을 피하더니, 나중에는 1:1 만남, 전화 통화, 심지어 간단한 안부 메시지까지 두려워집니다.

여기에 완벽주의가 결합되면, 자기검열은 더 강해집니다.

  • “기분이 100% 안정된 날만 만나야지.”
  •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 바로 물러서야 해.”
  • “내 말이 모두 논리적이고 실수 없을 때만 말하자.”

완벽한 조건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 사이 관계는 말라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내가 아니라, 흔들리지만 성실한 나입니다. 조절 가능한 작은 범위에서, 조금 어색한 채로 시작하는 경험이 오히려 신념을 바꿉니다.

“내가 불편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불안해서 회피했구나. 불편함을 견디며 연결을 시도하면, 관계는 다시 배울 수 있구나.”


4) 주변 사람들이 겪는 ‘지각의 간극’ – 오해를 줄이는 관점

이해의 다리 한쪽은 당사자, 다른 한쪽은 주변 사람입니다. 주변 입장에서 보면, 당사자의 변화는 예측 불가능성으로 체감됩니다.

  • 약속이 급히 늘었다가 갑자기 취소됨
  • 대화가 유쾌하다가 어느 날은 단답·무응답
  • 경계를 넓혔다 줄였다 하는

사람들은 예측 가능성을 신뢰의 핵심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기분-행동의 리듬 변화가 잦으면, 그 변화를 성격·태도 문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때 “의도와 능력의 차이(안 한 것 vs 못 한 것)”를 설명하고, “내가 흔들릴 때 보낼 신호와 요청(예: ‘지금은 답이 느릴 수 있어요, 대신 ○일까지 꼭 답할게요’)”을 합의하면, 관계의 마찰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당사자는 부담을 덜고, 상대는 안심할 기준을 받습니다.


5) 기억해야 할 핵심

  1. 관계는 리듬
  2. 회피는 단기 안도, 장기 고립
  3. 못 한 것을 안 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
  4. 작은 신호 합의
  5. 사회성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사용하며 배우는 기술’입니다. 다시 배울 수 있고, 회복됩니다.

💬 [3] 마음약국 노트

“다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어요.그런데 조증이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저를 피하더라고요.
‘말이 많다’, ‘자기 얘기만 한다’는 말에 정말 상처받았어요.
우울기엔 연락도 안 하고, 만나는 게 너무 벅차서 결국 아무도 안 남았죠.
회복된 지금, 다시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무섭습니다. 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제… 사람이 그립지만, 동시에 두렵습니다.”

한 청년 조울러의 고백

 


🌿 [4] 회복 가이드

 

다시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연습

조울증이 한 번 관계를 흔들고 지나간 뒤에는,

‘다시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관계는 한 번 무너졌다고 영영 닫히는 문이 아닙니다.

조심스럽게 손잡고, 한 걸음씩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작은 의식의 변화입니다.


✅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연습

1️⃣ 내 말과 행동 돌아보기 – 나의 ‘리듬’을 이해하기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감정의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조증기엔 너무 빠르게, 우울기엔 너무 느리게 흘렀던 그 리듬을 돌아보는 일은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 조증기에는
  • 우울기에는

이렇게 내 언행의 패턴을 ‘비난이 아닌 관찰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음 관계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여유가 생깁니다.

🪞 관계의 힌트는 자기비판이 아니라 자기이해 속에 있습니다.


2️⃣ 느린 관계 회복 연습 – 속도를 늦추면, 신뢰가 돌아옵니다

조울증 이후의 관계는 ‘다시 달리기’보다 ‘다시 걷기’가 맞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말을 잘할까’보다 ‘어떻게 부담 없이 가까워질까’를 고민합니다.

그 출발점은 느림입니다.

  • 1:1 대화부터
  • 짧은 문자나 톡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
  • 짧은 만남
  • 대화 중에는 ‘내가 지금 긴장하거나 들떠 있지 않은가’, ‘상대의 표정을 잘 읽고 있는가’를 관찰해보세요.

💬 신뢰는 깊은 대화보다, 반복된 안정감에서 다시 자랍니다.


3️⃣ 작은 교감에서 성취감 느끼기 – 사람은 결국 ‘작은 관계’로 회복됩니다

많은 분들이 ‘다시 관계를 맺어야 한다’ 하면 친구, 가족, 연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관계의 회복은 가장 작은 교감의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 택배 기사님께 먼저 “수고 많으세요”라고 인사하는 것,
  • 카페에서 커피를 받을 때 눈을 마주치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깐의 미소를 나누는 것.

이 모든 것은 ‘나의 사회성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짧은 상호작용 하나하나가 내가 다시 사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 관계의 회복은 재회가 아니라, 다시 교감할 수 있는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 피해야 할 생각들

관계의 회복을 방해하는 건 병보다도 자기 낙인일 때가 많습니다.

  • “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야.”→ 사회성은 성격이 아니라 ‘경험으로 회복되는 기술’입니다. 한때 흔들렸더라도, 다시 익힐 수 있습니다.
  • “사람들 앞에선 가면을 써야 해.”→ 가면은 일시적인 방어일 뿐, 진짜 연결은 ‘불완전하지만 진심인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 “내가 문제니까 혼자 살아야 해.”→ 아닙니다. 혼자가 편할 수는 있어도, 그 편안함은 오래된 상처의 방어막일 때가 많습니다. 진짜 회복은

☝️ 당신의 사회성은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의 병이 잠시 덮어둔 것뿐입니다.그 아래에는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고 연결되고 싶어 하는 본래의 마음이 살아 있습니다.


🛠️ 도움되는 도구

  1. 나의 대화 습관 체크리스트
  2. 관계 안에서 무너졌던 순간을 기록하는 일기

🌤️ 기억하세요.

관계의 회복은 단 한 번의 큰 만남이 아니라,

매일의 작고 진심 어린 시도가 쌓여 만들어집니다.

당신이 오늘 누군가에게 짧게 “잘 지내세요”라고 인사했다면,

그건 이미 회복의 길 위에 한 발 내딛은 것입니다.


💌 [5] 조우의 편지

혼자가 익숙해진 당신께, 다시 말을 겁니다

혼자 있는 게 편할 때가 있죠.

상처받을 일도, 눈치 볼 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고요한 방 안에서도 외로움이 찾아옵니다.

말하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다시 손 내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 마음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병이 잠시 덮어둔 것뿐,

당신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실수도 하겠지만

그 또한 회복의 과정입니다.

당신이 고립의 끝에서 조심스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그 순간,

저는 이 마음약국의 문을 열고,

같이 걸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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