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뭐지? 그리고 어떻게 하지?

‘너무 똑똑해서 그래’라는 말, 정말일까?

창의성과 조울증 사이, 뇌가 말해주는 비밀

2025.09.20 | 조회 255 |
0
|
조우네 마음약국의 프로필 이미지

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첨부 이미지

[1] 조우의 이야기로 여는 글

처음 조울증 진단을 받고 나서,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너무 예민하고, 생각이 많고, 똑똑해서 그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위로처럼 느껴졌지만, 동시에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남았죠.

‘정말 똑똑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조울증이 많을까?’

‘창의성과 뇌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단순한 위로나 미신이 아니라, 신경과학과 심리학에서 실제로 연구되고 있는 주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제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자존감의 불씨가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2] 이해하기 – 조울증과 창의성, 지능의 교차점

🎨 창의적 사람들, 왜 조울증이 많을까?

연구자들은 오래 전부터 관찰해왔습니다. 예술가, 배우, 작가, 음악가, 과학자, 철학자 등 창의적인 직업군에서 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을요.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이렇습니다:

  •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연상이 빠름
  •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섬세함
  • 기분 상태에 따라 몰입력과 집중력이 달라짐
  • 자기 성찰과 비판적 사고가 깊음

조증일 때는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증폭되지만, 우울일 때는 자기 비난과 해체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 신경학적 특징

조울증 환자들의 뇌는 일반적인 뇌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뇌 영상 연구(fMRI, PET 스캔 등)를 통해 밝혀진 사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측두엽(temporal lobe)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사이의 연결이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이 두 영역은 각각 언어적 유창성, 기억, 감정 표현집중력, 자기 통제,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데, 이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감정과 아이디어가 빠르게 이어지며, 창의적인 연상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조증 혹은 경조증 상태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 빠른 연상 작용
  • 독특한 연결성
  • 언어적 유창성

하지만 이 활발한 뇌 활동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 흐름을 조절할 브레이크(전전두피질의 자기 조절 기능)가 약해진다면, 창의적 연상은 곧 비현실적 사고, 논리적 비약, 망상적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창의성과 병리적 사고가 같은 뇌 회로에서 출발하지만, 조절 능력의 유무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조울증 환자의 뇌는 “잠재적 창의성의 원천”“위험한 현실 감각 상실”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복의 과정은 바로 이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건강한 방향으로 뇌의 활발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지능과의 관계

조울증이 곧바로 높은 IQ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조울증 환자들 중에는 지능이 평균이거나 평균 이하인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고지능과 창의성이 함께 발현되는 집단에서 조울증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지능이 높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조울증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지적 능력 + 창의적 감수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겹쳐질 때 조울증 발병 가능성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차원을 넘어, 세상을 깊게 성찰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병의 위험 요인과도 맞물릴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이슬란드, 핀란드, 미국 등에서 수만 명 규모의 예술계 종사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구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예술가, 작가, 음악가, 배우, 과학자 등 창의적 직업군에서 조울증 발병률이 일반 인구 집단보다 확연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자녀 세대에서도 조울증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유전적 요인과 창의적 환경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결과가 조울증을 곧 “예술가의 병”으로 낭만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창의성과 조울증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을 뿐,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조울증은 분명히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조울증을 예술적 재능의 조건으로 보는 오해에서 벗어나, 그 안에 잠재된 창의성을 더 건강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치료와 회복의 과정이 바로, 창의성을 병의 그늘에서 건져내어 자기 파괴가 아닌 자기 표현으로 연결하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마음약국 노트 – “나는 예민하고,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디자이너예요.고등학생 때부터 남들과 다른 감수성이 있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작업에 몰입하는 힘이 좋다는 칭찬도 받았지만, 때로는 그 감각이 너무 강하게 밀려와 밤새워 작업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졌죠.결국 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처음엔 무서웠지만, 조우님의 영상을 보고 제 감정과 창의성이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지금은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를 고민하며 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청년 조울러의 고백

 

[4] 회복 가이드 – 창의성을 자원으로 바꾸는 방법

조울증과 창의성은 분명히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제어되지 않으면 자신을 소진시키거나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창의성을 병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아래 방법들은 오늘부터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훈련입니다.


✅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

1. 내 창의성의 패턴 관찰하기

  • 언제 아이디어가 가장 잘 떠오르는지, 어떤 감정 상태에서 몰입이 되는지를 꾸준히 기록해보세요.
  • 단순히 ‘좋은 날/나쁜 날’로 나누는 것보다, 시간대·장소·감정 상태·수면 패턴까지 세부적으로 적어두면 자신만의 창의성 지도(Map)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고, 반대로 조증의 신호를 미리 알아차리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2. 조증 시기의 작업물을 따로 보관하기

  • 조증 시기의 창작물은 때로는 놀라울 만큼 참신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비현실적이거나 자기 과장, 불안정한 사고가 반영될 수 있습니다.
  • 그렇다고 그 결과물을 버리기보다는, 따로 보관해두고 안정기나 회복기에 다시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 차분한 시기에 다시 평가하고 다듬으면, 원석 같은 아이디어가 가공되어 진짜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창의성의 2차 정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안정기에도 루틴 유지하기

  • 많은 분들이 “조증 상태일 때만 창작이 잘 돼”라고 느끼지만, 이는 위험한 오해입니다. 조증에만 의존하면 창작은 불규칙해지고, 결국 자기 파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안정기에도 작은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30분 글쓰기, 주 3회 드로잉, 하루 10분 아이디어 노트 정리 같은 작은 습관이 창작의 지속성을 만들어 줍니다.
  • 이렇게 하면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지 않고도 꾸준히 작업할 수 있고, 창작 활동이 단발적 ‘폭발’이 아니라 긴 호흡의 ‘여정’이 됩니다.

❗ 피해야 할 오해

  • “나는 예술가니까 조울증도 괜찮아.”
  • “조울증이 내 창작의 원동력이야.”
  • “약을 먹으면 감정이 무뎌지고 창의성이 죽을 거야.”

👉 즉, 약물과 안정은 창의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켜주는 도구입니다. 불안정한 에너지가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고, 창의성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남도록 도와줍니다.

 

🛠️ 도움되는 도구

조울증과 창의성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감정과 창작의 흐름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힘”입니다. 그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감정-창의성 매핑 다이어리창작 루틴 + 감정 기록 병행하기입니다.


1. 감정-창의성 매핑 다이어리

① 무엇을 하는 도구인가요?

  • 감정 상태와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생을
  • 단순히 기분만 적는 것이 아니라,

② 왜 필요할까요?

  • 조울증은 기분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본인도 스스로의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 하지만 기록을 통해 “내가 언제 창의성이 잘 발휘되는지”, “어떤 감정 상태일 때 오히려 작업이 잘 안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를 통해 감정과 창작 사이의

③ 어떻게 기록하나요?

하루를 마치며 다이어리에 아래와 같은 요소를 적어보세요.

  • 오늘의 감정 점수
  • 창의성 발현 정도
  • 아이디어 키워드
  • 신체·환경 요인

④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요?

  • 1~2주만 기록해도 “나는 잠이 부족할 때 아이디어가 많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와 같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는 “창의적 몰입이 잘 되는 최적의 환경”을 스스로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조증·우울 상태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미리 휴식이나 상담·치료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2. 창작 루틴 + 감정 기록 병행하기

① 무엇을 하는 도구인가요?

  • ‘창작 루틴(규칙적인 창작 습관)’과 ‘감정 기록’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 즉, “창작 활동”과 “마음 상태 기록”을

② 왜 필요할까요?

  • 많은 분들이 조증일 때만 작업이 잘 된다고 느끼지만, 안정기에 꾸준히 창작 루틴을 만들어야 창의성이 지속됩니다.
  • 감정 기록을 함께하면, “루틴이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감정이 창작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③ 어떻게 실천하나요?

  1. 작업 시간 정하기
  2. 작업 후 감정 기록 남기기
  3. 주간 리뷰하기

④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요?

  • 창작이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안정적인 자기 표현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 감정 기록이 함께 병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감정 회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 이는 “창의성과 회복을 동시에 키워가는 방법”으로 작동합니다.

💡 두 도구를 함께 사용할 때의 시너지

  • 감정-창의성 매핑 다이어리
  • 창작 루틴 + 감정 기록 병행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창의성을 단순한 에너지 폭발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자원”으로 다룰 수 있게 되고, 조울증이 주는 불안정성을 줄이면서도 내 안의 재능을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5] 조우의 편지 – 당신의 예민함은 병이 아닙니다. 선물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고, 왜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며, 왜 어떤 순간에는 폭발적으로 창작하다가 또 다른 순간에는 침대에서 몸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제가 게으르거나, 남들보다 약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병이면서 동시에 제가 가진 고유한 감각과 에너지의 기질이라는 것을요.

당신의 예민함, 깊은 몰입력, 그리고 세상을 다른 언어로 바라보는 감정의 표현들은 결코 사라져야 할 결함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지금은 조울증이라는 이름 안에 잠시 갇혀 있을 뿐, 그 자체로는 누구도 대신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회복이란 그 선물과 병을 구별해내는 과정입니다. 병이 주는 혼란을 벗겨내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빛을 더 안전하고,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세상과 나누는 연습이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파괴가 아닌 창조로,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창의성이 상처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재능이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하고 깊게 다져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영광이자 감사의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동료지원 크리에이터, 조우 드림

 

조우네 마음약국은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을 통해 운영됩니다.

후원을 원하시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조우네 마음약국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조우네 마음약국

정신건강 뉴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