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회사는 B2B SW를 판매한다. 그리고 이번에 1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였다. 고객은 금융분야 대기업이다. 스타트업의 겨울을 맞아 2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흔들리던 회사는 단번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B2B 소프트웨어로 대기업에게 판매를 한다는 것은 죽어가는 회사를 살려낼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걸 새삼 체감하고 있다.
2. 오늘 주제는 길고 긴 대기업고객의 세일즈 사이클이다. 이번 경우, 고객을 처음 만나고, 계약 체결하기까지 시간을 모두 더하면 1년 6개월이다. 초기의 상호 탐색기간을 제외하고 PoC와 본계약 체결까지 기간만 해도, 9개월이나 걸렸다. 구체적으로는 PoC를 시작하기까지 예산확보, 입찰공고, 업체선정 등에 3개월, PoC 기간 4개월, 본 계약 논의 2개월이 걸렸다.
3. B2B SaaS 세일즈 사이클은 평균적으로 약 3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수백만원 단위의 소규모 계약은 1개월만에 되기도 하고, 1억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은 5~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이번 계약이 10억원 규모이고 9개월이 걸렸으니, 예상할 수 있는 기간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전 직장에서 $4.5M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데도 1년여가 걸렸었다. 즉, 대형 매출은 그만큼 긴 세일즈 사이클을 감안해야한다.
(출처: https://blog.hubspot.com/sales/saas-sales-ultimate-guide#saas-sales-cycle)
4. 이번 고객 계약이 체결되자,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연락이 온다. 그중 하나는 6개월 전에 견적서를 받아갔던 고객이다. 즉, 첫 소개를 하고, 본격적인 세일즈 리드가 되기까지 6개월의 리드타임이 걸린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비슷하다. 소개부터 세일즈 가능한 리드가 되기까지도 오래걸리고, 이 시간까지 기다려가면서 우리 회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고객은 그 중에도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세일즈 리드 전환까지도 수개월 심지어 1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5. 최근 스타트업 매출이 중요해지는 트렌드에 맞춰, 많은 B2B SaaS 회사들이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 세일즈를 확장하고 있다. 그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질문을 남겨본다. “대기업 계약 클로즈까지 얼마나 오랜 기간을 투자할수 있나요?”, “될지 안될지 모르는 계약에 1년 넘는 기간을 투자할수 있나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수 있나요?”
6. 앞에서 언급한 10억짜리 계약은, 계약 규모가 확대되어서 최대 20억까지 확장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기업은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업셀링에서도 큰 매출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질높은 인바운드 문의가 들어온다. 아웃바운드로 열심히 쫓아다니던 시절에 상상할수 없던 일이다. 대기업 계약은 고통스러울만큼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큰 매출과 업계 파급효과를 가져다 준다. 불확실한 미래에 장기간 투자를 하기 힘든 스타트업 현실을 생각하면 베팅하기 어려운 패이긴 하다. 하지만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언젠가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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