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뮤직데이터그램 4편의 여름씨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죠? 겨울에 초입에는 수능이 있고요. 이번 시간엔 수능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공부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에 대해서 열어보려고 합니다. 아시죠? 수능은 공부 끝이 아니라 공부 시작인 것을.. 각종 과제, 자격증, 면접 준비, 인터넷 강의까지 공부할 소재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시대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유튜브 알고리즘도 왕왕 공부건 일감이건 미루지 말라며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주곤 하더군요.
일단 아무런 재생과 검색 이력이 없는 유튜브 계정에서 '공부'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맥북과 적당히 어지러운 책상, 공부방 느낌이 나는 섬네일의 플레이리스트들이 여럿 나옵니다.
공부와 관련된 플레이리스트를 눈대중으로 분류를 하니 다음과 같이 묶어볼 수 있겠더라고요.
- 가사가 있는 것 : 가사가 있는 노래 중에는 국내곡 보다는 팝송 플레이리스트가 적잖이 있습니다. '공부할 때 듣는 팝송' 같은 종류가 많더군요. 흥얼댈 수 있는데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면 공부가 아니라 혼자 노래방 모드가 될 우려가 있어서겠죠?
- 브금형 : 클래식 음악, 드라마나 영화 OST가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인기 정말 좋았던 브리저튼 OST를 알고리즘으로 몇 번이나 마주쳤는지.
지난 뮤직데이터그램 3편을 보고도 이런 가사없는 플리 채널들을 추천해주신 구독자분이 계셨어요. 클래식 음악, 드라마/영화 OST가 많아 보였습니다.
- 화이트노이즈형 : 빗소리, 장작 소리,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등, 숙면용 음악과 겹치긴 합니다만, 공부나 집중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로 이것도 인기가 많아 보였습니다.
오늘은 이 공부 플레이리스트들의 '댓글 반응'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공부에 도움 되는 플리를 찾아내서 저도 이용해보려고요) 그래서, OST 위주의 플레이리스트인 경우는 오늘 분석에서는 제외합니다. 아무래도 OST가 삽입된 원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같아서 말이지요.
분석 대상은 다음 3개, 조회 수가 1백만~3백만 정도로 높고, 사람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보았습니다.
오늘의 준비물 : 유튜브 댓글 모으기
유튜브 댓글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김잉어님과 김로사님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김로사님 말씀으로는 유튜브의 댓글을 크롤링하는 과정은 지난번과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댓글은 댓글에 대한 답글도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답글이 모두 표시되는 것이 아니기에, '답글 보기', '답글 더보기'를 계속 펼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이 자료를 어떻게 분석할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니, 플레이리스트 제목보다 댓글은 날것의 표현이 많아서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정보가 없는 특수문자(@)를 제외하고, 단어 빈도를 보기 위한 불용어를 처리하다 보니 이모지나 초성 문자가 많더군요. 버리지 않고 댓글에 포함되어있는지 여부, 포함된 개수 등을 김잉어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분석 과정을 정리하면서, 오늘의 분석 대상 중 유일하게 가사가 있는 플레이리스트인 <이거듣고 공부하면 1시간은 쌉가능>의 선곡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댓글에 있는 선곡 목록을 제 스포티파이 계정의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서, <Sort your music> 이란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API를 통해,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곡들의 무드(BPM, 에너지틱한 정도, 발랄한 정도)나 맥락(생동감이나 청중에 의해 시끄러운 정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댓글을 읽기 전까지는..
<이거듣고 공부하면 1시간은 쌉가능>의 첫번 째 인기 댓글의 답글을 펼치면, 이런 이야기가 보입니다.
다음 인기 댓글들도, 즐겁습니다.
사실, 이 플레이리스트의 곡들의 꽤나 달달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제작자인 지인에게, (플리 제목을 알려주지 않고) 선곡된 목록만 보여드리니 '네가 보고 싶을 때 듣는?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 같은 제목이예요?' 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공부용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니 이렇게 달달하고 인기 있는 팝으로 공부가 되겠냐며...(Sort your music으로 본 이 플레이리스트의 평균 BPM은 120, 평균 danceability(춤, 흥을 유발하는 정도)는 60으로, mxmtoon의 Falling for you와 같이 혼자 둠칫거릴 분위기의 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공부할 때 듣는 장작 타는 소리 / Fireplace sound>를 볼까요.
아 첫 번째 댓글부터 이미 마음이 장작 소리에 푹 이입해있죠. 군고구마라니..!
그다음 댓글도 재밌습니다. 이 플리의 섬네일이 어두운 화면의 장작이다 보니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고 있군요. 공부하고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세 번째 댓글도 상당히 재미있는 잡담입니다. 그래도 두시간은 집중한 거라고 봐야겠지요?
마지막으로, <방안의 독서실 공부할 때 듣는 빗소리 델타파 집중력향상 3시간>의 인기 댓글 세 가지를 봅시다.
진짜 집중이 잘되는데, 공부 외에도 다른 모든 것들이 집중이 잘 된다는 댓글을 보면 정말 웃음이 아니 터질 수 없습니다.
그래도...공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자
댓글의 감성을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까, 다른 텍스트 분석과 다른 점이 무얼까 고민했는데요. 우리가 댓글을 달게 되면 많이 하는 일들이 있죠. 초성을 쓰는 일입니다. 다양한 한국어 분석 모형들을 적용하기에는 댓글에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너무 많이 있는 거죠.
그래서, 댓글의 문자 수 대비 ㅋ, ㅎ, ㅠ 등의 초성 개수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가설이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이 임박했으니 절박함의 'ㅠㅠㅠ'의 향연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고요.
...앗 이런, 어느 플레이리스트건 간에, 제일 많은 초성은 'ㅋㅋㅋ'인가봅니다. 우리 정말 플레이리스트 들으면서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걸까요? 너무 흥미로운 댓글이 많은 것 아닐까요?
하여 댓글의 단어들을 추출해서 빈도를 보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해봄 직한 세 개의 목표 단어를 살펴보았습니다. 공부, 집중, 시간에 대해서요.
댓글의 글자 수 대비 세 가지 단어의 출현 빈도는 비슷했는데, '집중'에 대한 상대적인 빈도수가 차이가 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세 가지 플리의 가장 큰 정량적인 차이는 '플레이리스트의 길이'입니다. <이거 듣고 공부하면 1시간은 쌉가능>은 1시간, <공부할 때 듣는 장작 타는 소리>는 2시간짜리이지만, <방안의 독서실 공부할 때 듣는 빗소리 델타파 집중력향상 3시간>이라니, 사실 플레이리스트 길이부터 이미 '3시간은 각 잡고 해야겠다' 마음먹은 사람들이 누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수험생분들, 눈 딱 감고 며칠만 더 힘내봅시다
아무래도 음악은 어떤 시공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버리게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죠. 그렇지만 책상 앞에 앉기도 괴로운 마당에 귀가 즐거운 노래가 있으면 그 시간이 훨씬 잘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집중이 잘 되게 돕는 건 아무래도 장작 소리, 빗소리 등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게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뉴스레터 작성을 하면서 장작 소리 덕을 크게 보았습니다.
그러니 분석 결과를 참고해보면,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는 신나는 감성 팝송을 들으며 앉았다가, 완전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을 적당한 소음을 만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해보는 식으로, 방법을 결합해보면 어떨까요? 댓글이 재밌어서 스크롤을 내리는 즐거움은, 잠을 깨기 위해 양보하면서, 수능과 같이 중요한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직장인 여러분 열심히 하시면 좋겠습니다:)
참,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분석에 활용된 댓글 데이터를 문의하실 분들은, 하단의 커피 보내기 혹은 메일(biz.kimlou@gmail.com)로 연락해 주세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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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이
오늘도 정말 잘읽고갑니다.
음악파는 김루씨 (991)
저 역시도 댓글 데이터 분석은 처음인데, 재미있더라고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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