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는 아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스포티파이 코리아의 런칭 속사정과 향후 전략 예측

2021.02.08 | 조회 2.1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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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스포티파이가 무슨 자신감으로 아이유 없이 런칭했는지 궁금하신 분
- 스트리밍 시장에서 K-Pop의 위상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신 분
-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2021년 2월 2일, 드디어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회사에서도 관련 보고서만 한 대여섯개 공유 받은 것 같네요. 기사나 보고서나 사실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그들의 UI/UX나 가격 정책, 보유 컨텐츠 등에 대한 내용들이죠. 그래서 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스포티파이의 진출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스포티파이는 진출 전 부터 국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핫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들은 나보다 내 취향을 잘 안다는 추천 알고리즘, 실시간 차트가 아닌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UX 등을 얘기하면서, 이거 진출하면 국내 서비스들은 다 망한다고 호언장담들을 했습니다만... 막상 한국에 런칭한 스포티파이는 그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단 한 사람 때문이죠. 바로 아이유입니다.

국힙 원탑 아이유의 위엄 (출처 : 1theK)
국힙 원탑 아이유의 위엄 (출처 : 1theK)

실제로 수 많은 기사와 SNS 인증 글들은 '아이유 노래가 없어요. 팝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용하실 듯'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스포티파이 코리아에 애플뮤직의 런칭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아이유 없는 서비스 런칭은 버거 없는 버거집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런칭을 강행했는데, 심지어 버거 뿐만 아니라 후렌치 후라이랑 콜라도 없는 상태입니다!

스포티파이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저의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스포티파이는 아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왜 아직도 런칭 안 하냐는 윗선의 압박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긴 하지만 말이죠...)

 

한국의 스트리밍 시장은 사실 작고 귀엽다

국힙 원탑 아이유가 필요 없는 스포티파이라니. 현재 애플뮤직의 시장 점유율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이 말이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지만,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면, 또 그렇게 헛소리는 아닙니다.

한국 진출에 대한 스포티파이의 보도자료는 아래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번역) 오늘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음악 시장인 대한민국에서 출시됩니다. 

Spotify

IFPI의 'Global Music Report 2019'에 따르면 한국 음악 시장은 글로벌 6위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 줍니다. 한국 위로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가 있으며, 그 밑으로는 중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로 이어집니다. 인구가 겨우 5천 만명인 이 작은 나라가 중국보다 음악 시장이 크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한국의 음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음원 플랫폼 사용 인구는 전년 대비 약 2% 증가한 960만명이고, 이 중 멜론과 지니, 플로의 점유율은 85%가 넘어갑니다. 자, 각자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검토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시장은 포화됐고, 끽해야 1천만명인 시장에, 기존 플레이어가 몇 년간 85%나 차지하고 있는 이 시장에 진출을 하는 것이 과연 스포티파이에 이득이 될까요?

출처 : 뉴스원
출처 : 뉴스원

결정을 돕기 위해 스포티파이가 비교적 최근에 진출한 인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약 2억명 규모로 알려진 인도의 음악 시장에 스포티파이는 2019년 초에 진출했고, 20년 말 기준 15%의 M/S를 확보, 약 3천만명의 가입자를 끌어온 것으로 파악 됩니다. 스포티파이의 IR자료에 따르면 18년 말부터 20년 말까지 유럽/미주 외 지역의 MAU가 약 4천만이 증가하였는데, 대부분을 인도의 가입자가 기여했을 것입니다.

20년 말 기준 스포티파이의 MAU는 3.5억명입니다. 한국에서 인도와 같은 15%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해도 스포티파이의 MAU는 3.515억명, 반올림하면 티도 안 나는 숫자 정도 늘어나는 것인데...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작고 귀여운 150만명을 위해 고생고생하며 아이유를 소싱해와야 할까요? 글쎄요...

 

여기가 K-Pop의 나라입니까?

그럼 대체 아이유가 아니라면, 스포티파이는 누가 필요한 것일까요? 스포티파이의 보도자료를 좀 더 읽어 봅니다. 

(번역) 2014년 첫 번째 K-Pop 플레이리스트를 출시한 이후, 스포티파이에서의 K-Pop 청취 비율은 2,000% 이상 증가했습니다.

Spotify

이제 K-Pop은 단순 신드롬을 넘어선 수치를 보여 줍니다. 아까 봤던 인도 얘기도 덧붙여 하자면, 2020년 인도에서의 스포티파이 상위 10개 앨범 중 6개가 K-Pop 앨범이었고, 시장 점유율 1위인 'Gaana' 라는 서비스에서의 K-Pop 청취량은 한 해 동안 350%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인이 봐도 놀라운 수치인데, 외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당연히 K-Pop과 K-Pop 관련 컨텐츠로 매대를 가득 채우고 싶어할 것이고, 이는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스포티파이는 해외에서 잘 팔릴만한 K-Pop 아티스트 및 컨텐츠를 현지에서 골라서 상품화 시키겠다는 것인데, 한국 드라마를 소싱해오면서 해외,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넷플릭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참고).

자 그러면, 한국에서 해외로 무엇을 가져다 팔아야 하는 것일까요? 확실한 건 그게 아이유는 아니라는 것이죠.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집계한 트위터 데이터를 보면 언급량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 아티스트는 전부 아이돌 그룹이며, 이들의 음악은 현재 스포티파이 코리아에서도 서비스가 되고 있습니다(단, 몬스타엑스는 글로벌 앨범만 부분적으로 서비스 되고 있음).

출처 : 스페이스오디티
출처 : 스페이스오디티

유튜브로 보면 아이돌의 글로벌 파워를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누적 조회수 기준으로만 봐도 Top 20까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외에 이름을 올린 가수는 싸이가 유일하며, Top 50까지 봐도 싸이를 제외하면 전부 아이돌 그룹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포티파이도 당연히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유가 아니라 아이돌과의 협업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유 노래가 없어도 서비스 런칭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K-Pop Daebak의 대박을 꿈꾸며

이제 막 런칭한 스포티파이가 한국 아이돌들과 어떤 협업을 펼칠까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습니다만, 스포티파이의 지난 행보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는 있어 보입니다.

스포티파이의 최고 무기 중 하나인 큐레이션은 크게 사람이 고르는 핸드픽 큐레이션과 AI가 해주는 큐레이션으로 나뉘어 집니다. 보도자료에서 스포티파이는 한국 음악 전문가를 통해 K-Pop 플레이리스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니 전자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 최고의 핸드픽 플레이리스트 'RapCaviar'를 생각해 봅시다. 2015년, 핫한 래퍼들을 소개하기 위해 런칭한 힙합 전문 플레이리스트 RapCaviar는 음악 시장 내 힙합의 성장세를 놓치지 않고, 대대적인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RapCaviar는 히트곡 소개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신인 아티스트 발굴, 이벤트 진행, 콘서트 개최, MD 제작 등 힙합 컬쳐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팔로워 1천 3백만의 거대한 브랜드로 성장하였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 장르 특화 플레이리스트는 그 영향력이 강력한데요, 현재 기준 1천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플레이리스트 5개 중 3개가 장르 특화 플레이리스트이고(힙합, 라틴, 레게), 나머지 2개는 인기곡 차트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아마 스포티파이는 K-Pop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고, K-Pop 특화 플레이리스트를 더 성장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플레이리스트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다만, 가장 스포티파이스러운 이벤트 중에 하나였던 'RapCaviar DAY 1 CLUB'의 소개하며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RapCaviar에서 언제 이 아티스트의 노래를 처음 들었으며, 스트리밍 횟수가 상위 몇%인지를 보여주고 이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온/오프라인 이벤트였는데, 링크에 상세한 내용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출처 : Behance 내 RapCaviar Day 1 Club 게시물
출처 : Behance 내 RapCaviar Day 1 Club 게시물

참고로 현재 가장 팔로워 수가 많은 K-Pop 플레이리스트는 팔로워 280만의 'K-Pop Daebak'입니다. 케이팝 대박!

 

이 런칭은 시작의 끝이다

스포티파이 코리아의 런칭은, 비유하자면 EPL 스카우트 사무실을 한국에 오픈한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 EPL을 소개하러 온 것이 아니라, EPL에서 선수 생활을 할 제 2의 손흥민을 찾으려고 왔다는 것입니다. 스포티파이도 한국 시장 장악보다는, 원활한 K-Pop 아이돌과의 협업을 위해 들어왔을 목적이 커 보입니다. 그렇기에 음악 애호가들이 예측했던 것처럼 국내 서비스가 망하는 일은 당장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스포티파이가 아이유를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처음 런칭했을 때부터 권리자들과 지겹게 싸움을 해왔던 스포티파이인지라 이런 문제에는 아주 전문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만약 아이유의 음원 계약을 체결하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정말 게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인도에서도 런칭 1년 후에야 워너 뮤직의 음원을 서비스를 할 수 있었지만, 그해 말 시장 점유율이 15%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김루씨의 간단 요약

  1. 한국 스트리밍 시장은 포화되어 있기 때문에 진출할 매력이 없는 곳이다. 
  2.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K-Pop은 매우 핫한 아이템이다. 
  3. 따라서 스포티파이는 K-Pop 관련 콘텐츠 제작의 거점으로써 한국에 진출했을 것이다. 

 


참고 자료

스포티파이 한국 런칭 보도자료 (링크)
인도 시장 규모 관련 (링크1) (링크2)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자료 (링크)
유튜브 조회수 랭킹 (링크)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랭킹 (링크)
스포티파이 인도에서의 워너 뮤직 런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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