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퍼주면 남는 게 있나요?

진짜로 남는 거 없고, 아무튼 고객은 이득인 음악 플랫폼의 할인 경쟁 시대

2021.03.22 | 조회 1.8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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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오늘의 뉴스레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 
- 음원 플랫폼의 할인 구조가 궁금하신 분
- 번들링 상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신 분
- 음원 플랫폼의 향후 가격 경쟁의 방향성이 궁금하신 분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대음악스트리밍시대'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시장을 2016년 벅스가 페이코와 손잡고 한번 흔들었고, 19년에는 플로가 SKT와 함께 침공했으며, 20년에는 유튜브뮤직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고, 21년에는 스포티파이가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죠. 

끽해야 1천만 명인 한국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10개 가까이 되는 업체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걸 보고 있으면, 대체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러나 싶기도 한데... 뭐, 어쨌든 이들의 경쟁이 가져온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들의 엄청난 할인 공세 덕분에 사람들이 음악을 저렴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거겠죠. 부지런하게만 움직인다면 1년 내내 거의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인을 끊임없이 해줘도 과연 남는 게 있을까요? 사람들이 할인만 받고 바로 나가면 어떡하죠? 진짜 땅 파서 장사하는 거면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죠? ...어라?!??

 

진짜로 땅 파서 하는 할인 프로모션

음악 플랫폼의 할인이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음악 플랫폼의 정산 구조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음원 비용의 정산은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라고 정해진 국룰이 있는데, 보면 좀 어려워서 저도 가끔씩 보면 헷갈립니다(제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죠...).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음원 비용 = 정상가 x 65%

* 징수 규정에서는 '매출액'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오해를 방지하고자 실제로는 '정상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 65%는 스트리밍 상품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정상가'입니다. '정상가'는 할인 금액을 모두 포함한 가격으로, 이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판매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만 원 짜리 상품을 할인해서 100원에 판다고 한다면 이 때의 정상가는 1만 원, 판매가는 1백 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플랫폼의 손익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정상 판매할인 판매
매출10,000100
비용6,5006,500
손익3,500-6,400

즉, 플랫폼은 이용권을 정상적으로 판매를 하면 3,500원의 이익을 볼 수 있는데, 100원 판매를 하면 -6,400원의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겁니다. 이해가 좀 되시나요?

그럼 여기서 한 스텝만 더 나아가서... 만약 처음 1개월 100원 판매를 한다고 했을 때, 최소한 손해를 안 보게 하려면 고객이 프로모션 이후에 2개월, 총 3개월은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분1개월2개월3개월
매출10010,00010,000
비용6,5006,5006,500
손익-6,4003,5003,500
누적-6,400-2,900+600

3개월 째 되는 달에야 비로서 누적 손익이 플러스로 돌아서니까요. 자 그렇다면 만약 2개월 100원 판매를 한다? 그러면 고객이 최소 6개월은 써야 되겠죠. 

구분1개월2개월3개월4개월5개월6개월
매출10010010,00010,00010,00010,000
비용6,5006,5006,5006,5006,5006,500
손익-6,400-6,4003,5003,5003,5003,500
누적-6,400-12,800-9,300-5,800-2,300+1,200

말이 어려웠습니다만... 결론만 얘기하자면 아무튼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비용은 꽤 큰 돈이기 때문에, 이걸 메꾸려면 프로모션으로 끌어모은 가입자를 오래오래 남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벅스도 결국 그걸 실패했는데요 뭐. 

 

언젠간 끝날 수밖에 없는 가격 할인 공세

벅스는 2016년과 2017년, 같은 NHN의 서비스인 '페이코'와 함께 엄청난 할인 공세를 펼칩니다. 특히 2016년에 진행했던 6개월간 월 900원, 거기에 페이코포인트 캐시백까지 더한 프로모션은 확실히 딥 임팩트였습니다. 제 친구 하나는 실제로 "야 나는 요새 벅스 쓴다. 엄청 싸." 라고 꿀팁을 줄 정도였으니까요. (나 벅스 안 다니는데... 고맙다...)

사실상 무료 선언
사실상 무료 선언

덕분에 벅스가 폭발적으로 가입자를 모은 것은 사실입니다. 2015년 40만이었던 가입자는 2016년 2배 성장한 80만을 기록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겉모습에 흔들려 진실을 보지 못하면 아니 되는 법. 벅스가 이런 파격적인 프로모션의 비용을 회수하려면 얼마나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 주어진 내용으로만 빠르게 확인해보면... 우리는 기본적인 조건들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고정비 : 6개월간 할인 가격 48,000원 + 페이코포인트 18,000원 = 66,000원
  • 변동비 : 음원 사용료 8900 * 65% = 5,785원
  • 이익(가격) : 8,900원
  • BEP : 5785*n + 66000 = 8900*n

이걸 그래프로 그려보면...

벅스 프로모션의 손익분기점 추정
벅스 프로모션의 손익분기점 추정

이 프로모션의 손익분기점은 고객이 21.2개월 사용한 시점이라는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21.2개월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최소 22개월, 거의 2년 동안 사용해야 본전을 뽑는단 얘기겠죠. 그런데... 과연 모든 가입자가 벅스를 2년 넘게 사용해줄까요? 정답은 "절대 아니다" 입니다. 

벅스 플랫폼 사업 실적(단위 : 억원, 만명)(출처 : 공시자료, 가입자는 기사 기반 추정)
벅스 플랫폼 사업 실적(단위 : 억원, 만명)(출처 : 공시자료, 가입자는 기사 기반 추정)

보이시나요. 프로모션이 끝나가는 시점부터 가입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2019년에는 17년 대비 가입자의 2/3가 이탈했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건 말이죠, 공격적 프로모션이 끝난 2018년 부터 벅스가 영업이익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프로모션 덕에 가입자는 늘어났지만 적자가 커지고, 그래서 프로모션을 멈추니 흑자 전환은 했지만 가입자는 반토막이 나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속에서 벅스의 돌풍은 결국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군비 경쟁과도 같은 국내의 프로모션 경쟁

벅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입자를 끌어 오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그 가입자들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악 플랫폼들은 서로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UX 또한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고객들은 언제든지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죠. 각각의 제품이 주는 가치가 유사하다고 한다면, 결국 소비에 결정적인 요소는 가격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때문에 누군가가 가격 할인을 시작하면 경쟁사들도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덩달아 할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018년 말부터 플로가 대대적으로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다른 플랫폼들도 할인을 하기 시작했는데, 반대로 프로모션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벅스는 근 5년 내에 가장 낮은 가입자 수치를 기록했을 정도니까요. 

자료 : 코리안클릭
자료 : 코리안클릭

그렇다면 누군가 망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프로모션 경쟁에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요? (뭐... 소비자 입장에서는 끝나지 않아도 상관없겠지만 말이죠...)

 

자본주의 끝판왕, 번들링 상품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묶음 상품(번들링)'입니다. 묶음 상품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봤어도, '아마존 프라임'은 한 번쯤은 들어보셨겠죠? 월 12.99달러, 우리 돈으로 15,000원만 내면 아마존 무료 배송은 물론, 영화, 음악, e북 등 다양한 콘텐츠 혜택을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은 1.5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번들링 상품이죠. 덕분에 아마존 뮤직의 시장 점유율도 15%로 굉장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처 : 카운터포인트
출처 : 카운터포인트

국내의 경우 네이버의 멤버십 서비스의 콘텐츠 혜택에 바이브가 포함되어 있으며, 지금은 종료했지만 11번가의 멤버십 서비스에는 플로가 포함되어 있었죠. 그리고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아마존 바라기' 쿠팡도 그들의 멤버십 혜택으로 음악을 추가할 수도 있고, 카카오 또한 멜론을 이용한 번들링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번들링 상품의 기본 전략은 "싸고 혜택이 많다"는 것인데, 이 "싸다"와 "혜택이 많다"로 인하여 번들링 상품의 방향성은 일반 콘텐츠 플랫폼과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우선 번들링 상품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번들링 상품이 회사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의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제1번 목적은 아마존 프라임으로 돈을 벌자가 아니라 아마존에서 물건을 많이 사게 하자이고, 네이버 멤버십의 제 1번 목적은 네이버 페이, 네이버 쇼핑을 많이 쓰게 하자입니다. 

다시 말해, 번들링 상품 자체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진짜 돈을 버는 BM에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면 전체 회사의 이익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메인 BM 외에 나머지들은 '혜택'이기 때문에 거기에 리소스를 막대하게 투자할 이유도 딱히 없는 거죠. 혜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니까 특출나게 좋을 필요도 없고, 적당히 쓸 만 하기만 하면 큰 문제 없으니까요. 

따라서 번들링 상품 판매자는 음악 상품 하나만으로 모든 벌이를 해야하는 일반 플랫폼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가격 vs 퀄리티의 경쟁

소비자들은 조금 아쉽겠지만, 앞서 살펴본 음원의 정산 구조로 인하여 땅 파서 장사하는 지금의 할인 경쟁은 향후 1~2년 내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자본을 바탕으로 한 가성비의 번들링 상품 대 정가를 내고서라도 쓸 가치가 있는 고퀄리티 상품의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음악 플랫폼들이 앞으로 어떤 진영에서 경쟁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입니다. 본인들을 번들링 상품으로 묶어서 판매할 후견인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목숨 걸고 R&D에 투자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서비스가 될 것인지 말이죠. 

 

김루씨의 간단 요약

  1. 음원 플랫폼은 '정상가'의 65%를 비용으로 지불함. 
  2. 따라서 판매가를 0원으로 하는 경우, -65%의 손해를 봄. 
  3. 비용의 부담 때문에 0원 프로모션의 대안으로 번들링 상품이 등장하고 있음. 
  4. 번들링 상품은 음악이 보통 부가 혜택이기 때문에, 운영 비용을 메인 상품의 마케팅 비용 정도로 인식함

 


참고 자료

음원 정산 구조에 대한 기사 (링크)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 관련 보도자료 (링크)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링크)
벅스 프로모션 실적 관련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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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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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o89

    0
    over 3 years 전

    👍👍👍👍👍👍👍

    ㄴ 답글 (1)
  • 알랑이

    0
    over 3 years 전

    이번 포스팅도 잘 읽고 갑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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