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_큐레이터의 삶(1)

VIBE 에디터 원지훈

2021.08.30 | 조회 3.3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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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에 합류하게 된 소담골입니다🙌

저는 음악 큐레이터입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라 갈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하고, 플레이리스트에서 발생한 지표들을 분석하며, 그 지표들을 바탕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음악을 넣고 빼는 등의 운영 업무를 하고 있죠.

최근의 음악 플랫폼들은 '플레이리스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TOP100 차트만 듣던 시대에서, 개인의 취향과 무드에 맞는 곡들로 가득 찬 플레이리스트를 즐기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플레이리스트를 누가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쉐프는 누구인지, 요리는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매일 재생하는 플레이리스트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하죠.

그래서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대표 음악 플랫폼에서 근무하고 계신 큐레이터들을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요. 그들이 생각하는 음악 큐레이션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요.

구독자님이 듣고 계신 플레이리스트,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첫 번째 게스트로 음악 앱 바이브(VIBE)에서 힙합/R&B 큐레이션을 담당하는 원지훈 님을 만났습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A&R로 일하고 있는 원지훈입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 디렉팅과 발매 이후 마케팅을 맡고 있고 사이드 잡으로 음악 앱 바이브(VIBE)에서 흑인음악 플레이리스트 에디터를 하고 있어요. 

출처 : VIBE
출처 : VIBE

 

사이드 잡으로 플레이리스트 에디터를 맡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2019년 초부터 참여하고 있는 음악 커뮤니티 '매디(Maedi)' 얘기부터 할게요. 다양한 음악/IT 업계 종사자분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곳인데요, 그중 네이버 바이브(VIBE) 직원분께서 적극적으로 음악 에디터들을 구인 중이셨어요.

미팅해보니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 추천을 통해 청자들에게 최대한 즐거운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는 모토가 저와 잘 맞아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큐레이션에 취미가 있었나요?

사실 본업을 하는 와중에도 플레이리스트와 큐레이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업무 미팅 중 알게 된 유튜브 채널(essential, mellowbeatseeker, Kozypop)들을 구독하면서 선곡 리스트를 유심히 봤거든요.

출처 : Kozypop

제가 활동하는 '매디(Maedi)'에서 음악 웹진을 운영하는데, 거기서는 제가 필진으로서 종종 힙합/R&B 신인들의 음악을 리뷰 해왔습니다. 신보들의 홍수 속에서 이렇게 묻히기엔 아깝다고 느낀 아티스트와 음악들이 많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만의 큐레이션을 해오다가 정식으로 넘어온 셈이죠.

 

뮤지션으로 시작해서 현재 A&R 업무와 플레이리스트 에디터를 병행하고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창작(Creation)과 큐레이션(Curation)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창작은 자신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스토리와 콘텐츠를 시장의 기준에 맞춰 만들고 다듬는 작업이에요. 아마추어 시절엔 랩과 힙합 비트를 작곡했고 직장인인 지금은 아티스트의 신보 컨셉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요. 창작의 주체는 다르지만, 이 결과물이 상업적으로 발매/유통된다는 점, 불특정 다수가 듣고 반응한다는 점을 기준 삼아 퀄리티 컨트롤을 한다는 점이 같아요.

반면에 큐레이션은 제가 발견한 좋은 콘텐츠를 감상자의 시선에서 분류하고 (소속된 회사의 입장에 따라) 게이트키퍼의 공정성을 유지하며 유저들에게 배포하는 작업에 가까워요. 여기에서 콘텐츠 분류는 시장의 기준과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제가 고른 음악은 팔고 홍보하는 관계자들의 관점에 따라 선택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의 관점에서는 기획된 플레이리스트의 컨셉과 테마에 부합한다면 유저들에게 소개할 만한 빈티지스럽고 재미있는 감성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간의 음악 창작과 음반 디렉팅 경험이 큐레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그간의 업무 경험들이 저의 큐레이션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A&R은 아티스트의 커리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늘 고민하는 직종이에요. 아티스트가 창작 과정에서 벽에 부딪힌다면, 그 과정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신보를 접할 때 이들이 최종 결과물을 발표하기까지 수없이 해왔던 고민을 조금씩 인지할 수 있게 돼요. 아티스트들의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예민하게 알아채는 직무인 만큼 좀 더 신중한 큐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위한 선곡 과정이 궁금해요.

일단은 발매된 신보들을 장르별로 제가 듣는 음악 앱의 보관함에 저장해요. 저는 국내 힙합/R&B와 해외 힙합/R&B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맡은 장르에서 발매된 모든 신보를 주력 타이틀 곡 위주로 빠르게 들어봅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든 앨범들은 별도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생성해서 다 저장합니다.

이후에는 해당 플레이리스트를 쭉 들으면서 곡을 삭제할지 남겨둘지를 결정해요. 살아남은 곡들을 중심으로 제가 담당하는 테마에 맞게 최종 선별 작업을 하면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됩니다.

 

퀄리티 있는 선곡을 위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플레이리스트의 제목과 짧은 카피, 그리고 커버 아트에서 유저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해당 플레이리스트의 탄생 의도에 최대한 충실한 선곡을 하려고 합니다. 가령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의도로 제작된 대중적인 플레이리스트라면 첫 곡이 주는 분위기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매끄러운 선곡을 지향하는 식이죠.

 

현재 맡고 계시는 플레이리스트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담당하는 플레이리스트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에요. 바이브 내에서 이미 제작된 플레이리스트 중 제 담당 장르에 부합하는 것들과 제가 새로 제안해서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이 중 후자에 속하는 세부 힙합 장르 플레이리스트들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의 최애 플레이리스트 TOP3 
그의 최애 플레이리스트 TOP3 

지난 몇 년 간 해외 흑인음악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화로 인해 세부 장르 플레이리스트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쇼미더머니'가 떠오르던 시절과 달리 지금 한국 힙합 뮤지션들이 내는 신보만 해도 단순히 트랩이나 붐뱁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운드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때 준비된 플레이리스트가 단순히 '최신 국내 트랩' 정도라면 기존 플레이리스트의 정체성도 흐려지고 유저의 만족도도 떨어질 거라는 판단이 섰어요.

가령 영국에서 유행하는 드릴이나 그라임 장르를 하는 뮤지션들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해당 장르 뮤지션으로 소개되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이런 분들을 정확히 소개할 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플레이리스트 에디터로서 느끼는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기획사나 플랫폼 종사자들이 비슷하겠지만, 특정 아티스트들과 연결된 업무들을 해왔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할 때 저도 모르게 드러날 수 있는 편향성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해요. 큐레이터로서의 제 삶은 본업과는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정체성을 분리하려고 합니다.

 

인상 깊게 본 다른 큐레이션 채널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있을까요?

바이브에서 힙합/R&B 디렉터로 활동하시는 김봉현 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서 매번 업데이트하실 때마다 흥미롭게 듣고 있어요. 제가 새로운 흐름을 찾고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면, 봉현 님은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한국 힙합의 역사와 맥락을 아카이빙하시는 것 같아서 많은 리스펙트를 보냅니다.

그 외에 인상 깊게 본 채널은 'i'm cyborg but that's okay' 라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주로 고전 영화 감성의 영상과 인디/얼터너티브 장르의 곡을 매시업(Mashup)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여기서 느껴지는 독특한 무드가 기억에 남아요. 해당 영화와 사용되는 곡, 각각이 주는 원래의 심상을 아는 입장에서도 이 채널의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샘플링이 매우 잘 된 힙합 트랙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죠.

출처 : i'm cyborg but that's okay

 

에디터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장르 간의 결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요. 가령 요즘은 힙합과 하이퍼 팝이 결합한 결과물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죠. 이런 미래적인 흐름을 반영한 플레이리스트를 국내에서 가능하면 가장 빠르게 소개하고 싶어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활동하는 플랫폼에는 댓글 기능이 없다 보니 제가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들어주는 분들의 구체적인 반응이 항상 궁금해요. 아직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유저 반응을 접하게 되면 더 좋은 플레이리스트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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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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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노예

    0
    about 3 years 전

    현장의 흥미로운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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