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부제에 더 주목하세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 일단 표부터 봅시다. 작년 미국의 예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AI 활용하는 비율이 60% 정도.

출력물, 결과물만 놓고보면 AI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자명한 일이라 학생도 선생도, 그 비율을 점차 늘여가며 AI를 학습의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죠.
아이들은 특히 흡수가 더 빠릅니다. 저는 제 아들의 인터넷을 어느 정도 통제하기 위해 그의 컴퓨터에 설치되는 앱들과 브라우저에서 최초 방문하는 일부 사이트에 대해 저에게 알람이 오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요즘들어 내가 전혀 모르는 AI관련 도구들이 속속들이 보인단 말이지. 프레젠테이션 만들 때 도움 되는 Canva까지는 좋았어. 이 놈이 무슨 자동차 기차 모델링을 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sketchfab, blenderkit같은 사이트에 열렬히 접속하더니, 이번 달부터는 https://use.ai, https://www.genspark.ai 같은, 아예 도메인이 ai로 끝나는 사이트들에 자주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참고로 얘네들은 ChatGPT, Gemini, Claude, Perplexity등의 AI 모델을 하나의 사이트에 모아 제공하는 이른바 all in one AI 사이트랍니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좋은데 나는 이 다음 단계가 걱정이 되는 것이에요. 이코노의 분석 그대로.
아래 표는 MIT에서 학생들에게 간단한 글쓰기 테스트를 시키되 순전히 뇌로만(오른쪽), 검색 엔진 써서(중간), 그리고 AI써서(LLM: Large Language Model) 진행한 결과입니다. 왼쪽의 무지개 색깔은 EEG(electroencephalogram: 뇌전도)의 수치이고요, 그 측정 기준인 dDTF는 direct/dynamic Directed Transfer Function, 즉 간단히 말해 뇌 속의 뉴런들이 서로 다이나믹하게 직접 연락하느냐의 정도로 보면 됩니다. 수치는 높을수록, 즉 빨간색에 가까울 수록 뇌의 자발적인 활동이 크게 일어난다는 뜻이겠지요. (관련기사 - https://time.com/7295195/ai-chatgpt-google-learning-school/)

내가 이전 뉴스레터에서 런던 택시기사 얘기 했나몰라. 지금은 잘 안 읽지만 한참 자기계발서 읽는다고 난리치고 있었을 때 거의 두 권에 한 권 꼴로 런던 택시기사 얘기 나옵니다. 악명 높은 런던의 골목골목을 다 외워야만 택시기사 면허를 받기 때문에 런던 택시기사의 뇌 구조는 통계적으로 위의 표 오른쪽과 비슷하다는 내용입니다. 관련하여, 잠시 영어로 잘난체 하자면 이 문구가 항상 기억에 남아요: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해석하면 아마도 유사한 자극을 집중하면 더 강한 뇌 속 회로가 생긴다, 라는 뜻)
AI가 자연스럽게 교육과 성장 과정에 녹아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추세인 것 같아요. 게임, 장남감 등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 할 수록, 장난감을 갖고 놀면 놀 수록 그 패턴을 학습하여 게임 안 하고는, 장난감 안 물고는 못 떨어지게 만들고 있어요. 비지니스 용어로 하면 stickiness. 이코노에서는 또, Italian Brain Rot이라고, AI를 통해 생성된 사물+인간 형상의 기괴한 인터넷 밈(meme)이 급속하게 번져 아이들이 한 때 이거보느라 완전 정신이 팔렸었다는 얘기도 하고 있는데, 맞어 맞어, 반년 전에 이웃 가족이랑 밥을 먹었었어. 그 집 애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나보고 케빈아자씨 이거 봐봐 키키키 재밌지 재밌지 캬캬캬 하면서 그 영상을 마구 보여주더라고. 대략 이런거에요. 유튜브는 여기. 1분 짜리임. 현재 6700만 조회수.
어른인 내가 봐도 웃기고 재밌다 캬캬캬. 이걸 애들이 보면 어찌되겠어요. 하루 종일 코박고 이런거만 봅니다. 그러다 질리면 Tiktok으로 이동, endless scroll 야호~ 그러다 질리면 Instagram YAY~ 다시 youtube 워메~ 그러다 새벽 세 시 되는거야.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면 어떻게 될 것 같어요? 시드니 사는 지인한테 들은 얘긴데, 작년엔가 대학생 조카가 친구 몇을 데리고 놀러 왔대. 마침 방이 남는게 있어 재워줬다고. 이미 대학생이니 핸드폰 쥐고 태어난 MZ세대까지는 아닌데도, 우리가 보기에 이게 이게 친구지간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들 밥 먹을 때나 생활할 때나 지들 핸드폰 쳐다보고 조용히 있다가, 그래도 지인이 조카한테 물어보면 아 네 베스트 프렌드 맞아요, 이런다는거야. 뭘 같이 이놈 저놈하며 옥신각신하고 술처먹고 해야 친구가 되던지 말던지 하지, 핸드폰 속의 너와 내가 무슨 인간적인 교류며 공감이 생긴다는 것인가요.
이 얘기 하다보니까 한국 출장때 실로 오랜만에 만난 대학 때의 단짝 쥰이와 세이가 생각나네. 그들은 공부를 잘해서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나는 군대 다녀와 복학생으로 남은 두 학기를 보내게 되어 나의 졸업까지 같이 어울려 다녔지요. 오랜만에 만나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30년 넘은 학창 시절 얘기 있는 거 없는 거 다 박박 긁어냈더니 우리 과 110명 정원 중에 한 절반은 그 날 술자리에 이름 한 번씩 다 나왔지. 이빨 탈탈 털고 이히히 즐거워 하던 중 쥰이가 그러는거야. "그 때 말이야, 왜그렇게 후회할 말들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어." 으흐흐 이 빙신아, 그래도 니는 참 착한 애였다구, 옆에서 보면 항상 모범적인 대학생이었어. 공부 공부 사진반(그가 속한 동아리) 농구 공부 공부, 그래서 내가 한 번은 이대 나온 여자애도 소개해 줬었대. 전혀 기억없는데 ㅎㅎ.
이렇게 착한 애도 스스로 바보 멍청이같았다고 회고하는 대학 생활의 추억이, AI 온실 속에서 바르고 선하고 착하나 기계적이고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마마보이 마마걸로 자라게 될 MZ세대들에게도 부디 새록새록 만들어 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호 마감하며 우리 쥰이한테 한 마디 해주고 싶어요. "후회할 말 많이 했다고? You are not alone, brother." 아우 생각도 하기 싫어 나는. 왜 그때 그런 소리 했나, 어떻게 한 번 친구들 앞에서 여자들 앞에서 있는체 잘난체할려고 되지도 않는 얘기 지어내며 허풍을 떨고 나녔다니까. 얼굴이 다 빨개지네.
추신인데요, 제가 다음 달에 중국어 시험 HSK6급을 봅니다. 2024년 12월에 떨어진 후 근 1년 반만의 재수라서 이번엔 꼭 붙고 싶은데 구독자분 중에 HSK6 쪽집게 과외 해 주실 분 있으신지요(화상으로도 가능). 참고로 저의 2024년 당시 성적은 듣기 32점 읽기 56점 쓰기 61점 합계 149점이었습니다. 합격 커트라인이 180점이므로 대략 30점을 더 올려야 하는데 나름대로 그동안 공부는 꾸준히 해 왔습니다만 자신이 없고요, 꼴등이라도 어떻게든 시험에 붙고 싶으니 막판 시험 전략같은거, 알고 계시면 과외 해주세요. 예를 들어 이런거: 듣기나 지문에서 공안, 시진핑 얘기 나오면 그건 무조건 정답, 서유기 나오면 손오공이 정답, 삼국지 나오면 조조가 정답, 답안은 대체로 가장 긴 것이 정답, 만일 답안 길이가 비슷하면 그 때는 A로 찍는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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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우와 중국어시험!! 합격을 빕니다! 저도 올해 12월에 JLPT 시험을 함 보려고 합니다! ㅋㅋ 8월에 시험등록이더라구여!!
KK Biz 뉴스레터
그집이나 이집이나 평생 공부 운명이네. 싱가폴댁은 무조건 합격입니다 공부 안 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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