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나왔을 무렵, 많은 청년들이 환호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적이 있었다.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책 내용은 잘 몰랐지만, 제목부터 표지에 나와있는 문구까지, 별로 읽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 집에 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발견해서 훑어봤다. 내용을 대충 얘기하자면, 불안하고 힘든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들을 비판하고 다소 불안하고 힘들지언정 꿈을 꾸며 참고 견디라는 내용은 다소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는 대부분 꿈을 이룬 자에 대해서만 주목하지, 그러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자는 누구나 불안하다. 하지만 정말 꿈을 꾸는 자에게 필요한 건 성공하기까지 참고 견디는 자세이며, 꿈꾸는 자는 위로와 공감받아야 할 대상일까?
한 평생을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그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며, 노래를 작곡했다. 그가 낸 앨범은 단 두장. 그 음반의 판매량은 단 6장이었다. 그의 이름은 '로드리게즈',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이다. 그는 평생을 힘들게 살았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노래를 했으며, 철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시장의 꿈을 안고 출마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의 음악은 성공한다. 몇십 년 동안 본인만 모르는 채로,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서 수십만 장의 앨범을 팔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에이 뭐야 결국 성공했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수익금도 얻지 못했다. 또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렇게 무명의 가수가 유명해지는 감동적인 '성공스토리'나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로드리게즈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로드리게즈는 과연 그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꿈을 위해 참고 견디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꿈을 꿨을까? 로드리게즈가 살아온 과정과 유명해진 뒤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
로드리게즈는 꿈을 이루지 못해 실망하기보단 더 나은 앨범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시장에 출마하며 새로운 꿈을 안고 살아갔다. 후에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각종 콘서트에 참여하며, 꽤나 많은 돈을 벌었지만 대부분을 주변인들에게 나눠 주고 여전히 디트로이트에 있는 낡은 숙소에서 거주했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여전히 일용직 노동을 한다.
어쩌면 꿈을 꾸는 자에게 필요한 건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며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버티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우리가 믿고 있었던 슈가(Sugar), 달콤한 꿈을 '이룬다'는 개념은 잘못됐을 수도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로드리게즈처럼 그저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행하는 것. 성공과 실패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묵묵히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일이라고 믿는다.
꿈을 꾸는 자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보다는 이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을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를 홍보하는 슬로건을 만든다면 이렇게 하겠다. '꿈을 꾸었습니다. 수많은 '로드리게즈'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글쓴이 : 유령 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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