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연구를 읽다가 조금 뜨끔했습니다. 미국 링크드인 프로필 2,940만 개를 추적한 NBER 연구에 따르면, 5명 중 1명(19.7%)이 이미 떠난 직장의 직함이나 설명을 나중에 고쳤습니다. 연구진은 이 사람들을 '시간 여행자'라고 부릅니다. 30세 미만에서는 그 비율이 38.1%까지 올라갑니다(출처: NBER, 2026).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2024년 12월에 끝난 SAP 경력의 직함을 2026년 7월에 다시 썼습니다.
1. 저도 과거 경력을 고쳤습니다
Q. 이미 끝난 경력을 고치는 건 문제일까요?
연구진의 정의부터 보겠습니다. 퇴사한 뒤에는 맡은 일이 바뀔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때의 수정은 일이 아니라 일을 설명하는 방식을 바꾼 것입니다. 수정 시점의 중앙값은 퇴사 후 4년이 넘었습니다(출처: NBER, 2026).
제가 한 일도 정확히 이것입니다. 7월 뉴스레터에서 SAP 항목 7개를 3개로 줄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Managing Director 오피스 항목의 직함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수정 전: Office of the Managing Director
수정 후: Managing Director Office – Business Operations & Strategic Projects STAR Program Intern
'Business Operations & Strategic Projects'는 제가 그 자리에서 실제로 맡은 일의 이름입니다. APJ CEO 방한 운영, SAP × FC 바이에른 뮌헨 행사, €80K 규모의 CSR 예산 관리. 설명란이 이 단어를 전부 뒷받침합니다.
다만 직함 칸은 레퍼런스 체크에서 공식 기록과 대조되는 자리입니다. 설명란보다 무게가 무겁습니다. 저는 이 수정을 번역이라고 보지만, 번역이 허용되는 범위의 가장자리에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한 일은 그대로 두고 그 일을 부르는 이름만 바꿨다면, 그것은 번역입니다.
2. AI에게 같은 항목을 맡겨봤습니다
Q. AI에게 맡기면 어디까지 고칠까요?
연구에 따르면 ChatGPT 출시 이후 과거 경력에 AI·GPT·LLM 같은 단어를 덧붙이는 수정이 5배 넘게 늘었습니다(출처: NBER, 2026). 그래서 직접 시켜봤습니다. 대상은 SAP Global Events 항목이고, 사용한 AI는 Claude입니다. 프롬프트는 이렇습니다.
아래 링크드인 경력 항목을 2026년 채용 검색에 잘 걸리도록 고쳐줘. 직함과 설명 모두 수정해도 돼. 수정한 버전만 보여줘.
AI가 바꾼 것은 이렇습니다.
- 직함: Co-lead, Global Events Team → Global Events Program Lead | Cross-Functional Stakeholder Management, Event Marketing & Community Engagement
- 동사: Co-led → Led, Coordinated → Owned, Coordinated → Designed
- 원문에 없던 내용: budgeting coordination, while completing four job rotations, documenting processes
- 스킬 목록 마지막 줄: Generative AI
의외였던 점은 AI가 본문에 'AI'를 마구 끼워 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신 더 조용한 곳을 건드렸습니다. 공동 리드를 단독 리드로 올렸고, 제가 쓴 적 없는 예산 업무와 '로테이션 4개'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AI라는 단어는 스킬 목록 끝에 한 번 붙였습니다.
AI가 만든 왜곡은 눈에 띄는 단어보다 조용한 동사와 숫자에 숨어 있었습니다.
3. 경계선은 '물으면 답할 수 있는가'입니다
Q. 그럼 어디까지 고쳐도 될까요?
한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 데이터를 쓴 미심사 워킹페이퍼라 한국에 같은 비율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지금 프로필만 보면 ChatGPT 출시 전의 AI 역량을 약 30% 과대평가하게 되고, 프로필을 고치는 시기에는 이직할 가능성이 66% 높았습니다(출처: NBER, 2026). 다들 이직을 앞두고 과거를 고칩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프로필을 다시 열어보고 고친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Global Events 항목에 "Integrated AI-powered tools (breakout rooms, interactive activities)"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AI를 주제로 진행한 행사였는데, 이 문장만 보면 소회의실 기능을 AI 도구라고 부른 것처럼 읽힙니다. 한 일은 맞는데 문장이 틀리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AI-Themed Programming" 문장으로 바꿨습니다.
또 하나는 동사입니다. 7월 글에서 최종 동사로 Coordinated, Managed, Facilitated, Partnered를 골랐다고 써놓고, 정작 프로필에는 Led, Orchestrated, launched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에 모두 7월 기준으로 맞췄습니다.
면접관이 "그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다면 번역이고, 답할 수 없다면 왜곡입니다.
오늘 확인해보실 것
경력란에 있는 단어 중, 그 회사에 다닐 때는 쓰지 않던 단어가 있습니까? 그 단어 아래에 증명할 숫자나 사례가 붙어 있습니까?
AI에게 경력 정리를 맡긴 적이 있다면 동사를 한 번 다시 보시면 어떨까요. Co-led가 Led로 바뀌어 있지는 않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고친 경력 한 줄은 무엇이었나요?
참고 자료
- Nicholas Bloom, Gideon Moore, Lisa K. Simon, Caelan Wilkie-Rogers, "Time Travel on Professional Profiles" (NBER Working Paper 35546, 2026년 7월): https://www.nber.org/system/files/working_papers/w35546/revisions/w35546.rev0.pdf
- 7월 뉴스레터: "링크드인 경력 정리, 더하기가 아닌 빼기" (2026년 7월 1일): https://maily.so/leadjaeil/posts/1gz2e1pwz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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