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 레터, 평소와 조금 다르지 않나요? 에디터 레터와 야간비행 특집 레터에 이어 새로운 특집 레터로 찾아왔습니다. 이번 <달의 항해>는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한 리드나잇의 특별 항해인데요. 영화제와 상영 작품,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시선들을 차례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첫 항해를 함께 시작해볼까요? ⛵

최근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 데 이어, 곧 서울국제도서전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행사가 이어질 예정인데요. 그중에서도 저희는 이달 22일부터 인천아트플랫폼, 애관극장, 한중문화관에서 개최되는 '디아스포라영화제'를 만나보았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주, 난민, 경계 등 다양한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삶과 문화 사이의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영화제인데요. 이 영화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오늘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의 이혁상 프로그래머님과 함께 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Q. 먼저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와 맡고 계신 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이혁상입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 선정과 더불어 영화제의 성격과 정체성을 총괄하는 길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주와 경계, 정체성과 공존과 같은 동시대 중요 이슈를 영화를 통해 관객과 연결하는 역할입니다. 영화제라는 형식을 통해 소외된 디아스포라 당사자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요?
1902년 제물포항에서 102명의 한인 이민자가 하와이행 배에 오르며 한국인들의 이민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인천과 하와이의 각별한 관계를 기리기 위해 인하대학교가 탄생하기도 했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또 인천에는 한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또 인천 곳곳에는 다양한 이주 배경 공동체가 선주민과 어우러져 살고 있죠. 인천의 항구와 공항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수많은 발걸음이 교차하는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 인천은 낯선 문화가 만나고 섞이는 접경의 공간입니다. 또 포용의 광장이기도 하죠. 이런 인천만의 특성을 반영한 영화제가 바로 디아스포라영화제입니다. 영화를 통해 이주와 이산의 역사를 배우고,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연대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어요.


Q. 다른 영화제에 비해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갖는 차별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른 대규모 영화제와 달리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특별한 점이죠.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주와 이산, 전쟁과 난민 등의 동시대 첨예한 이슈를 담은 영화를 통해 경계의 의미, 다양성의 존중, 공존의 방식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소수자를 발견하고, 그 존재와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려 한다는 것이 디아스포라영화제 관객들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디아스포라영화제와 오랜 시간 함께해오신 만큼, 프로그래머님께 영화제를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죠. 이 지구라는 행성이 매우 넓긴 하지만, 인간과 비인간은 국경과 대륙을 뛰어넘어 촘촘히 관계 맺고 있어요.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민주화 투쟁과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란의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전 세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어요. 며칠 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이 피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에요. 만국의 시민들이 단결해야 합니다.
디아스포라의 문제는 우리가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세계인’이기에 직시해야 하는 이슈입니다. 결코 현재완료형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니죠. 시대와 사회가 변화하는 매 순간, 이주와 이산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더 나은 삶을 향해 경계를 넘는 건 생존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그에 발맞춰 혐오와 차별 역시 다른 얼굴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요.
디아스포라영화제 역시 늘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며 그 질문에 응답하는 작품들을 발견해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Q. 최근 혼란스러운 세계정세가 상영작 선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개막작도 이란 작품인데요, 상영작을 선정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매년 개막작은 당대 우리가 절실히 고민해야 할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올해엔 세 단편을 개막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창문의 빛〉, 〈친구처럼, 사슴처럼〉, 〈테헤란에서 나 홀로〉는 이란 사회의 억압을 재현하며 자유와 민주화를 향한 이란 시민의 의지를 담은 작품들입니다.
이란의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곧 투쟁이자, 삶을 지속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슬람 정권의 억압과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공의 문제를 알리고,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란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개막작을 선정했습니다.

Q. 올해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장하며 경험형 영화제로서의 모습을 강조하셨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최근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영화제가 가진 분위기와 가치, 경험 자체를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방식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 역시 영화를 매개로 서로 다른 사람과 문화, 감각이 만나는 자리인 만큼 관객들이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히 디아스포라라는 주제가 다소 어렵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열린 방식으로 영화제와 연결되기를 바랐습니다.
올해 선보이는 LAFLAF 키즈시네마 역시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상영관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웃고, 반응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요. 기존의 ‘조용히 앉아서 관람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상영관의 규칙에서 조금 벗어나, 아이들이 영화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즐거운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경험에서 나아가 직접 참여하고 몸으로 느끼는 경험까지 확장하는 것이 올해 프로그램의 중요한 방향 중 하나였습니다.

에디터⏰: 부대 프로그램은 총 4개의 카테고리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 상영과 프로그램 모두 무료로 참여 가능하지만, 인기 상영작과 프로그램은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둘러 사전 신청해 보세요!


⭐ 콘텐츠에 대한 프로그래머님의 한 마디 ⭐
좋은 작품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뽑기 참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를 통해 한국 첫 상영 영화를 보시는 게 좋겠죠? <몬트리올, 내 사랑> <피우메 아니면 죽음을!> <아이샤는 날 수 없어> <신 유대인> <100 선셋>은 이미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검증받은 화제작인데 인천에서 첫선을 보입니다. 해외 출신으로서 한국으로 이주한 감독들이 한국에서 촬영한 <리빙 을지로> <빨대>도 새로운 시각을 담은 신선한 작품들이죠. 그 반대로 한국 출신 감독이 해외에서 제작한 <피크 엔드> 역시 독창적인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아스포라의 눈’ 섹션에서 상영되는 김보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객원 프로그래머이신 정희진 여성학자가 직접 선정하고 토크를 진행하실 예정인데요. 이제는 교과서가 된 저서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많은 영감을 주었던 정희진 선생의 특별한 시각과 해설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특집 레터,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은 이혁상 프로그래머님과 함께 ‘디아스포라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다음 주에는 에디터들이 직접 골라온 디아스포라영화제 기대작과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에디터 타임 -



⭐️ 더 많은 리드나잇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