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죽고 낭만에 산다! 낭죽낭사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 어쩌면 우리는 낭만에 진심인가 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낭만'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렛츠 이번 주 주제는 '낭만'인데요! 낭만의 의미부터 낭만적인 시티팝, 나만의 낭만적인 경험까지! 낭만의 다양한 이야기로 이번 주 다시 달려보도록 할게요!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젊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 이세계, <낭만젊음사랑> -
릴스나 쇼츠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노래, 이세계의 <낭만젊음사랑>입니다. 20대 초반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낭만, 젊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말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젊음이나 사랑은 알겠는데, ‘낭만’은 정확히 무엇일까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낭만’에 대하여입니다.
흔히 ‘연애’라는 문화는 서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죠. 연애, 사랑, 사랑의 기운 등을 뜻하는 Romance(로맨스)는 낭만의 어원입니다. 또, Romance(로맨스)는 Roman(로망)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중세 유럽에서 음유시인들이 지역의 역사와 전설, 영웅의 모험담 또는 사랑 이야기를 로망어로 노래했는데, 여기서 ‘12~13세기 연애담이나 무용담 따위의 통속소설’을 뜻하는 로맨스(romance)라는 단어로 발전한 것입니다.
고전주의와 계몽주의에 반발해 18세기 말부터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낭만주의’라는 예술 사조가 전파됩니다. 낭만주의는 개성과 자아를 표현하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로 억제되지 않는 자유로움과 열정을 담고 있죠.
일본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는 Romanticism(낭만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Romance(로맨스)를 일본어 발음이 같은 한자어 ‘浪漫’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렇게 번역되어 전해진 단어 浪漫은 일본식으로 읽으면 ‘로망’이지만 한국식 한자로 음을 따지면 ‘낭만’이라고 읽히게 되었던 거죠.
반면, 물결 랑(浪)과 흩어질 만(漫)으로 구성된 ‘낭만’이라는 단어는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 아시나요?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낭만은 ‘정처 없이 떠돈다’, ‘방탕하다’의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던 단어였답니다!
이후 한국도 영향을 받아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라는 오늘날의 낭만의 의미가 자리잡게 됩니다. 낭만의 어원과 사전적 의미를 함께 해석해 보면, 계산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나 심리와는 정반대 되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라고 생각이 드는 일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치에 맞고 실리를 따져 묻는 일이 낭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마음을 다하는 일이 낭만이 아닐까요?
보통 과거를 생각하며 ‘그 때 낭만 있었지~’ 라는 말을 하는데요. 젊었던 나날들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 내키는 대로 했던 행동과 그 시절 분위기를 추억하곤 하죠. 연인을 위해 3단 도시락을 싸고, 대학 동기의 이별 소식에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하며, 주변인의 경조사에 내 일처럼 울다 웃다 하는 그런 ‘낭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낭만은 무엇인가요?
By. 에디터 히예
이번 렛츠의 주제 ‘낭만’ 사람에 따라 이것은 시간이 될 수도, 공간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제가 최근에 느꼈던 낭만은 이번 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을지로 거리에서 남자친구와 시티팝 <Stay with me>를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광경도 한몫했지만, 밝고 경쾌한 시티팝의 멜로디가 그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백예린의 <La La La Love Song> 커버를 들으며, 처음 시티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시티팝이 유행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요. 이런 시티팝의 열풍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백예린을 필두로 한 여러 젊은 세대 가수들이 시티팝을 재해석하면서 일어난 결과이기도 하죠. 또한 한 노래가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비트가 아닌 아름다운 멜로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여러 대중문화 평론가들의 말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발전한 일본의 음악 장르로, 일본의 팝 음악과 서양의 펑크, 소울, 디스코 등의 요소가 혼합된 것이 특징입니다. 도시 생활의 활기찬 분위기와 감성을 담고 있으며, 버블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죠.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통해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유로웠던 일본의 리즈시절을 느낄 수 있죠.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쿠라모토 료코, 마리야 테츠야, 테리야마 유코 등이 있습니다.
혹자는 시티팝을 많은 면이 불안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낭만처럼 느껴져 가장 구슬프게 들리는 장르라 표현했는데요. 찬란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노래로라도 남아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팍팍한 일상에서 단 몇 분만으로 내가 있는 이 시간, 이 공간을 ‘낭만의 순간’으로 만드는 게 노래가 가진 힘이니깐요. 오늘은 마지막으로 시티팝에 입문하기 딱 좋은 곡들을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시티팝으로 오늘을 낭만으로 채워보는 건 어떠신가요?
1. Stay with me-Matsubara Miki(1980)
‘우리가 사랑했던 그 계절이 눈 앞에’
2. Plastic love-Takeuchi Mariya(1984)
'날 진심으로 사랑하지 말아요. 사랑은 그냥 게임일 뿐이니깐.'
3. Fantasy-Nakahara Meiko(1982)‘
사랑은 환상이 빚은 프리즘일까?’
4. La La La Love Song-Kubota Toshinobu(1994)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계속 퍼져나갈 사랑’
By. 에디터 S
“굳이데이”라는 것을 아나요? 가수 우즈(WOODZ)가 만들어낸 말로 한 달에 한 번 “굳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을 말합니다. 인천에 가서 새우 구이를 먹는 것처럼 ‘굳이’스러운 일을 하는 날을 일컫죠. 낭만을 찾기 위해서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낭만’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찾아 나서는 걸까요?
낭만은 물결 랑(浪)과 질펀할 만(漫)이 결합한 한자어입니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과 감정에 충실한 태도’를 일컫는 말로 나의 꿈과 감정에 충실하다는 말만으로,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나의 감정에만 충실했던 그 순간들이 모여 낭만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낭만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니 저의 낭만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1. 한강을 건너는 순간
지방에 살다 서울에 올라와서 일을 하며 지냈던 순간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지하철을 타고 노을 진 한강을 건널 때입니다. 영화제에 근무 당시 잠실나루역에서 강변역을 왔다 갔다 하는 2호선을 타고 출퇴근했습니다. 출근할 때 아침 해가 가득한 한강의 모습과 퇴근할 때 노을 진 한강의 모습을 날마다 볼 수 있었죠. 그렇게 한강을 볼 때면 상경했다는 사실에 들뜨기도 했고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저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창문 밖을 뚫어지게 바라봤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제게 낭만이었습니다.
#2. 혼자 여행하는 순간
첫 혼자 여행은 24살 체코 프라하였습니다. 처음 혼자 해외에 나왔다는 사실에 호텔에 짐을 풀기 전까지 긴장만 가득했습니다. 짐을 풀고 호텔을 나와 프라하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걸어가면서 어느새 긴장은 풀어지고, 마치 영화 속 당찬 여자 주인공이 여행 나온 듯 들뜨기만 했습니다. 처음 보는 풍경과 이방인이라는 존재 탓에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 순간은 현실이 아닌 여행지 속 나의 감정으로만 채워졌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순간입니다. 혼자 여행은 때론 심심하기도 하지만, 온전한 나의 감정으로만 그 여행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 낭만 가득한 여행이 되기도 합니다.
#3. 하늘이 분홍으로 뒤덮인 순간
파랗던 하늘은 해질녘이 되면 다양한 색깔을 띠기 시작합니다. 하늘의 모든 색을 좋아하지만, 분홍의 색으로 뒤덮인 순간을 특히 좋아합니다. 길을 걷다가도 멈추어 한참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색깔이죠. 좋은 노래가 함께한다면 낭만의 순간은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시간은 어느새 느리게 흘러가고 똑같은 거리도 마치 새로운 곳에 온 것처럼 느껴지고는 하죠. 하늘은 한순간도 똑같은 색을 띠지 않기에 시간이 만들어내는 색은 더욱 특별합니다.
이런 특정한 순간이 낭만이 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볼 때, 날이 좋은 하늘을 올려다볼 때, 음악을 듣는 순간, 눈이 내리는 순간처럼 저에게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낭만은 때로는 일상이 되기도 하고 ‘굳이데이’처럼 수고스럽게 찾아 나서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각자가 가지는 낭만의 순간들은 아주 다양할 것입니다. 그대들의 낭만은 언제인가요?
By. 에디터 단단
더 많은 이야기가 보고싶다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낭만에 대해 구석구석 알고나니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인데요! 이번 주 렛츠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너무 바쁜 나날이어도 내가 좋아하는 순간을 즐기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도 낭만 가득한 하루였어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
아차차! 잊지 않으셨죠? 렛츠는 항상 여러분을 위해 독자 투고함을 활짝 열어두었으니 언제든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툭 넣어두고 가셔요! 📬 그럼 진짜 안녕!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