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요즘은 독립출판 또는 1인출판을 위해
출간 과정을 짚어보는 편지를 보내는 중인데,
이번 순서는 '기획 및 집필'이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판에서 기획과 집필이야말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정이다 보니
할 말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아마 이 주제만으로도 수십 통의 편지를
당신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해봤는데,
이번 편지에서는 기획을 처음 할 때
간과하기 쉬운 점을 추려보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세 가지만 이야기할게요.
첫째, 분명한 타겟독자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누가 이 책을 읽을 것인가'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막연히
글쓰기부터 시작하는 분이 많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책은 상품이에요.
독자가 돈을 내고 구입해줘야만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액이 크든 작든,
돈을 낸다는 것은 꽤 높은 진입장벽이죠.
그래서 '돈을 내고서라도' 기꺼이
내 책을 사줄 독자는 누구인지,
그들에게 내 책이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성별, 연령대, 직업군, 거주환경,
소득수준, 주로 사용하는 소통채널, 정치성향,
잠재적 불안은 무엇이며, 어떤 것에 흥미있는지.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기획이 좋아집니다.
둘째, 책의 물리적 형태
내용(원고)만 기획하고,
정작 출간된 책의 물리적인 모습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겪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책이 예뻐야 팔리는 시장에서는
어떤 디자인으로, 어떤 종이에,
어떤 제본과 후가공을 사용할지를
출간 단계에서부터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히 예쁜 것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책의 메시지나 독자층을 고려하면
신뢰와 호감을 주는 책 모양,
눈에 잘 띄는 책 모양,
잘 읽히는 책 모양이 모두 달라지지요.
특히 인쇄와 제본은 모든 과정에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미리 잘 계획하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독립출판인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지요.
셋째, 물류와 유통 문제
자, 책이 인쇄되어 나왔습니다.
이제 어디어 보관할 생각이신가요?
배송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부분을 간과한 채 일단
인쇄부터 돌리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책이 나온다고 무조건 팔리지도 않지만,
팔린다고 해도 그 책을 어떻게 배송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단 집 한 쪽에 쌓아놓고,
직접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실 건가요?
책 한 권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피같은 택배비를 쓰시려는지,
게다가 그 중노동을 날마다
어떻게 감당하시려는지.
출판업계에는 이 분야에 특화된
창고 겸 물류사들이 있습니다.
인쇄를 돌리기 전에 잘 알아보시고
가격과 서비스를 꼼꼼히 비교하신 후
미리 계약을 체결해두시기 바랍니다.

돈을 벌려고 독립출판을 하는 게
아니라는 분도 분명 계시겠지요.
네, 뭐,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별로 못 버실 겁니다.
그러면 보람이라도 있어야죠.
내 책을 사람들이 읽어준다는 보람.
문제는 그 보람조차도 현대사회에서는
책이 '팔려야' 얻을 수 있다는 거.
팔리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 거니까요.
그러니 책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 해도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대중에게 사랑받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외면받는 건 정말 쉽거든요.
당신의 소중한 아이디어가
멋진 책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널리 팔리고 읽혀서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저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여전히 당신의 책을 응원하는
임효진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