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지난번 편지에 이어 오늘은
독자가 책을 만날 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제목 짓기는 아마 책 만들기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가 책을 선택할 때 8할 이상은
제목이 영향을 주니까요.
저는 "제목 짓다가 토나온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게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며칠 내내 제목 생각만 하다 보면
진짜로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거든요.
그만큼 제목은 중요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별로면
읽힐 기회조차 얻기 어려우니까요.
제목 짓기에도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만,
여기서는 저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간과하기 쉬운 점 3개만 짚어볼게요.
첫째, '나만의 언어'에 갇히지 말 것.
작가 본인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독자는 의미를 곧바로 알 수 없게
제목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
혹은 너무 평범한 어휘를
사용할 경우 그렇지요.
예를 들어 "나의 어릴 적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고 합시다.
집어서 펼쳐볼 것 같으신가요?
솔직히 저는 그냥 지나칠 것 같습니다.
독자가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독자의 시각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나의 타깃독자가 어떤 어휘에
호기심을 가질 지
깊이 생각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내용을 제대로 반영할 것
제목만 보면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까 가볍거나
뻔한 이야기만 써놓은 책이 꽤 많습니다.
흔히 '낚인다'고 표현하지요.
예를 들어 제목은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10일 완성"인데
내용은 그냥 작가가 글을 썼던
개인적 경험만 나열하고 끝났다면?
아마 독자는 분노를 느낄 겁니다.
돈도 아깝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 들인
시간도 아까우니까요.
어쩌면 '이 저자의 책은 믿고 거른다'는
부정적 후기까지 쓰게 될 지 모르지요.
책의 모든 내용을 제목에 담지는 못해도
'낚였다'는 느낌은 주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검색에 적합한 키워드를 사용할 것
이제 출판시장도 온라인서점이 대세지요.
예전에는 지나가다가 광고를 보고
"오, 저 책 재밌겠는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무언가 검색을 하다가
관련된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에도 검색에 유리한
키워드가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키워드가 분명하면 독자가
제목을 기억하기에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를 규칙적으로 사는 법"이라는
제목이 호감을 줄지는 몰라도
기억하기에는 너무 평범하지요.
검색을 많이 하는 키워드를 넣어서
"규칙적 하루를 위한 다이어리 작성법"이라고
지짓는 게 조금 더 나아 보입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저는 제목 아이디어를 찾을 때 주로
검색창에 쳐보면서 이것저것 만들어봅니다.
이 제목이 검색이 잘 되는지,
아니면 비슷한 주제인데 검색이 잘 되는
키워드가 있는지 등을 찾아보면서
제목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지요.
제 경험상으로는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제 나름의 요령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볼게요.
오늘 말씀드린 세 가지만 기억하셔도
훨씬 나은 제목이 나올 거예요.
제목 짓기는 카피라이팅과 비슷해서
아이디어 싸움이면서 동시에
타겟팅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요.
좋은 제목을 통해 당신의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도 제목 때문에 고민 중인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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