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오늘도 1인출판(독립출판)을 위한
출판의 과정을 계속 알아볼게요.
오늘은 이름 그대로
편집자의 가장 핵심 업무인 '편집',
그리고 교정교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편집이라는 과정을
조판(본문디자인)과 혼동하시는데,
사실 조판은 디자이너가 합니다.
편집자는 저자가 넘겨준 원고를
조판에 적합한 형태로 다듬을 뿐이죠.
또, 많은 분들이 편집이라는 과정을
교정교열과 혼동하시는데요.
오탈자를 찾아내고, 띄어쓰기를 통일하고,
비문(문법이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일은
편집 과정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물론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지만요.
그러면 대체 '편집'이란 게 뭐냐?
정확히 말하면, 디자인만 입히면 바로
책이 될 수 있는 수준의 '완전원고'가 되도록
원고 내의 모든 텍스트를 손보고,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실제 편집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오탈자와 비문 수정하기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수정합니다.
기준은 국립국어원 지정 '한글맞춤법'이지만,
워낙 예외규정이 많다 보니
출판사 내부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숫자, 단위 표시, 사람 이름, 전문용어 등은
미리 내부규정을 확인하고
책 전체의 텍스트를 통일해야 합니다.
참고로, 수정한 내용은 반드시 메모를 남겨서
저자 확인을 받아야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목차 정리 및 제목 다듬기
상당수의 저자들은 목차 위계를
미처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십니다.
'제0장'에 들어갈 내용을 '제0부'로 놓거나
챕터를 너무 세부적으로 쪼개거나
반대로 챕터를 안 나누고 통째로 쓰시지요.
이런 부분을 적당히 재배치해서
목차 형식과 위계를 통일하고,
필요하면 순서도 바꿉니다.
결국 목차를 정리한다는 것은
원고를 전체적으로 손본다는 뜻입니다.
이때 장제목, 중간제목, 소제목 등을
내용과 전체 방향에 맞게 다듬는 일도
편집자의 역할입니다.
표 내용 정리하기
본문에 들어가는 표를
'캡처'해서 넣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면 표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표는 '텍스트가 긁어지는 형식'으로
만들어야만 책에 넣을 수가 있지요.
그래서 한글의 '표' 기능을 활용하거나
엑셀 형식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저자가 이 작업을 안 해준다면
편집자의 역할은 두 가지.
저자에게 해달라고 닦달을 하거나,
어쩔 수 없이 직접 한 글자씩 입력하는 것.
주의사항은 표 내부의 텍스트도
반드시 오탈자를 확인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숫자와 그 숫자의 합계가
틀리지 않았는지 계산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물론 표에 적합한 제목을 달아주는 것도
편집자의 일입니다.
이미지 자료 챙기기
책에 들어가는 이미지도 일종의 원고이므로
저자가 제공해주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미지가 원고에 포함되어 있다면
조판에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지는 별도의 파일로 저장되어야 하거든요.
가능한 형식은 JPG, PNG, PDF(EPS) 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해상도입니다.
실제 인쇄되는 크기에서 dpi가 200 이상,
최소 150은 되어야 봐줄 만하더라고요.
그 이하로 해상도가 낮으면 인쇄했을 때
모자이크처럼 깨져서 나옵니다.
그래서 편집자는 이미지 상태를 모두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받아야 합니다.
디자이너가 파일을 제대로 불러올 수 있게
파일명을 정확히 정리해서
메모를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할 경우 이미지 제목과 캡션도 달고요.
본문 외 텍스트 만들기
본문만 잘 다듬으면 편집이 끝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책에는 본문 외에 들어가는 텍스트가 많아요.
그것들도 모두 편집자의 몫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판권면입니다.
저자, 초판 몇쇄, 발행인 및 발행처 정보,
참여한 스태프들의 이름, ISBN 등이
들어가는 바로 그 페이지 말입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글자들도 모두
편집자가 확인해야 합니다.
가끔 '일러두기'도 들어가지요.
그 내용도 편집자가 씁니다.
그리고 가끔 속표지(도비라)에
본문을 내용을 요약해주는 글(발문)도
들어가는 걸 보셨을 텐데요.
그것도 역시나 편집자가 씁니다.
책의 뒷쪽에 들어가는 다른 책 광고도
당연히 편집자가 만들지요.

요약하자면, 편집이란
책에 들어가는 모든 글자는 물론
선 한 줄, 점 하나까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편집자의 주업무이고요.
'편집자는 업무량이 많은 직업'이라고
맨날 말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쭉 늘어놓고 보니 상당하지요?
여기에 다른 업무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과정에서 꼼꼼해야 하고요.
어떠신가요?
아직도 해볼 만하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출판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봅니다.
오늘도 업무량에 눌려 사는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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