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요즘 제가 연속으로 보내드리고 있는
독립출판 & 1인출판 준비자들을 위한
출판 과정 훑어보기 시리즈가
과연 도움이 되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는 좋아하지만
독립출판까지는 생각이 없는 분이라면
조금 지겨울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오늘은 책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잘 읽히는 책, 시선을 끄는 책,
그리고 호감을 주는 책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지요.
디자이너 섭외가 중요하다
사실 좋은 디자인의 책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좋은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것.
감각 있는 디자이너를 만나면
책이 멋지게 만들어지고,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를 만나면
작업이 수월해지지요.
그럼 어떤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냐?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도, 경험도, 가격도 아니고
'나와 결이 맞느냐'입니다.
나는 전문적인 느낌을 원하는데
디자이너는 감성적인 느낌을 추구한다?
나는 빠른 작업이 중요한데
디자이너는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쓴다?
나는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데
디자이너는 자꾸 후가공에 집착한다?
이렇게 서로 안 맞으면 당연히
작업 과정 내내 삐그덕거릴 것이고,
원하는 방향의 책이 나오기도 어렵지요.
문제는 아무리 경험 많은 디자이너라도
이러한 '결'을 한 번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것.
오랫동안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다면 모를까
한 번에 나와 잘 맞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건
삼년은 덕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방법은 하나뿐이지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 책은 어떤 느낌이면 좋겠는지,
어떤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지,
제작비는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원하는 작업 속도와 마감시한은 언제인지,
디자인 비용은 얼마인지 등
자세히 대화할 수록 부딪힐 일이 줄어듭니다.
디자이너는 어디서 구할 수 있나
출판 쪽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프리랜서 시스템이 일반적이었던 곳입니다.
그만큼 재야에 숨은 실력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어디서 찾아내느냐가 문제지요.
여러 채널이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곳은 '북에디터'라고 하는
무척 단순한 느낌의 오래된 홈페이지예요.
'구인구직' 게시판을 보시면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양한 출판계 종사자들이 활동합니다.
제가 주로 활용하는 것은 인스타그램.
많은 북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기 좋게 올려놓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았다면
DM을 보내서 구체적으로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크몽에서도
디자이너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잘 활용하지 않지만요.
어느 채널이든 중요한 것은
직접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위에 말한 부분을 자세히 논의하고
제대로 합의한 후에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와 잘 소통하는 법"은 매우 중요한데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다루겠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시선을 끌어야 한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시안을 멋지게 만들었어도
최종 결정은 편집자인 당신이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표지 디자인의 경우
어떤 것에 중심을 두고 보면 될까요?
첫째는 텍스트의 배열입니다.
디자이너는 편집자에 비해
'예쁨'을 더 중요하게 보거든요.
그래서 가끔 텍스트를 '예쁘게' 배치하느라
제목이 한 번에 안 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텍스트가 흩어져 있거나 끊어져 있는 경우,
너무 작게 배치되어 있는 경우,
어떤 것이 제목이고 어떤 것이 카피인지
헷갈리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제목은 무조건 한눈에 들어와야지요.
어쨌든 이건 그림이 아니라 책이니까요.
이 부분은 디자이너에게 분명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둘째는 요소의 중요도입니다.
어떤 책은 제목이 한눈에 뽝! 들어와야 하지만
어떤 책은 배경과 감성적으로 조화돼야 하고,
또 어떤 책은 저자사진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이 책에서는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를
미리 디자이너에게 충분히 이야기해주세요.
그래야 디자이너도 두 번 일을 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다른 책과 함께 놓일 때입니다.
의외로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인데요,
한 권만 놓여있을 때는 그럴싸해보이던 책이
다른 책들 사이에 놓여있으면
확 죽어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시안이 나오면 종이로 출력해서
교보문고에 가서 몰래 매대 위에
올려놔보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은 온라인 서점이 대세이다 보니
그냥 화면에서 잘 보이는지만
체크해도 충분합니다.
본문 디자인은 가독성이 우선이다
본문은 너무 화려하면 안 되고,
모든 기준을 '가독성'에 맞춰야 합니다.
표지가 눈에 띄기 위한 디자인이라면
본문은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책을 읽을 때 자꾸만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면 안되고
글의 내용이 눈에 들어와야 한단 뜻이에요.
오래 읽어도 눈이 편한 글꼴,
아른거리지 않는 적당한 글자간격,
답답하지도 벙벙하지도 않은 적당한 줄간격,
가끔씩 포인트를 주는 요소 등.
있는지조차 인식 못하지만 왠지 읽기 편한
그런 디자인이 좋은 본문입니다.
주의하실 점은 본문 시안은 반드시
종이에 실제 크기로 인쇄한 후
살펴보시라는 겁니다.
화면에서 보는 것과 종이로 인쇄된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역시나 오늘도 적어놓고 보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네요.
그렇지만 이것 역시
출판을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
당신이라면 충분히 잘 해내실 겁니다.
디자이너를 전적으로 신뢰하되
방향성만큼은 놓치지 말 것.
이것만 기억하셔도 충분히
멋진 책이 만들어질 거예요.
...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싶은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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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기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습니다. 임 작가님의 기다려지는 한 쪽 편지를 열어볼 때마다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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