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요즘 날씨 정말 좋지요?
특히 하늘은 정말 예쁘더군요.
당신이 있는 곳의 하늘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는 얼마 전 홍대입구역에서
업무상 볼일이 생겨 다녀왔답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주로 운전을 하지만
이날은 인천 영종에서 출발을 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공항철도를 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지요.
경치를 보려면 대중교통이 최고라고.
늘 정면만 보고 달리던 영종대교에서
고개만 돌리면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누가 서해바다는 별로라고 했나요.
다리를 모두 건널 때까지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당신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한 번
스마트폰 영상으로 담아봤지만,
워낙 똥손이라 그 멋짐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좀 속상하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건
방금 입국한 듯한 외국인들과 저뿐.
한국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왠지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러 바다 보러 여행도 가는데
이 멋진 풍경을 공짜로도 안 보다니!
"다들 고개 들어서 저기 좀 보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오지랖이 는 걸까요?
저와 달리 그분들은 자주 오고가는 길이라
별로 감동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요.
외국인들도 당장 스마트폰이 잘 되었다면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사실, 풍경 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게
비난받아야 할 일도 아니지요.
사는 게 바쁘고 여유가 없다 보면
전철 밖 풍경 따위는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요.
그렇지만 안타깝긴 합니다.
행복이란 것도 사실 별 거 아닌데,
이런 소소한 일상 속 기쁨에서 오는 건데,
요즘 세상은 그런 소소한 기쁨을
애써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으면
누리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모두가 도파민 중독을 걱정하면서
애써 '디지털 디톡스'를 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굳이 디톡스라 이름 붙일 필요도 없이
이렇게 잠깐 잠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보다 기분 좋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세상에도 기쁨은 존재하겠지요.
그래도 아날로그 세상에서 느끼는 기쁨은
종류가 전혀 다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조망할 때
새삼스러운 깨달음도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이날 저는 결심했답니다.
일상과 밥벌이가 아무리 바빠도
앞으로는 종종 눈을 들어서
주변을 바라봐야겠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뜻밖의 행복감을 얻다 보면
일상이 조금은 충만해지지 않을까요?
지금 눈을 들었을 때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이나요?
당신의 일상이 궁금한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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