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세 번째ㅣ오후 네시의 햇살처럼 #모호

💥 나는 음악을 왜 할까?

음악이 좋아. 기타를 치며 음악을 만드는 내가 좋아서 어떻게든 지속해 나가다보니 이런 글을 전하는 날도 오는구나.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창작을 한다는 것이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을 넘으면 꼭 즐거움으로 오고야마니 이 삶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롹커로 날고 싶고, 기타 한 대 들고 음유하고 싶고, 흐느적이며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일을 꾸미고, 팀을 꾸리다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음악들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물론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했던 일들, 잘 가다가 멈춰버린 프로젝트도 있었지. 그래서 더욱, 뭐가 되든 일단 판을 벌여야 선택의 기회가 생긴다고 믿어. 
가진 것보다 머리는 언제나 바쁘고, 마음은 시시콜콜해서 결국은 행동해야 하는 몸이 느려 놓치는 것들도 있지만, 언제는 이루기도 하니 역시 무엇하나 앞서지 않는 삶이구나.

사실 찬찬한 사이를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 마음이 작아서 세상과 이야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 각종 SNS의 계정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이렇게라도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더 큰 마음을 따라가 보기로 했어.  
현재 나는 ’모호 프로젝트’라는 솔로팀과 ‘호와호’라는 듀오팀의 활동을 하고 있고, 이것을 발송하는 세 달 동안 솔로 앨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전해보려 해. 

💥 어느 것은 더이상 없고, 어떤 것은 변하였다.

'나는 모호'는 '모호 프로젝트'가 되었고, 오랜 기간 내 삶의 중심이던 밴드 '구텐버즈'를 그만 두고는 꽤 긴 시간을 헤맸어.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고, 그것과 좀 멀찍이 떨어져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 어떤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었으니까. 힘을 빼는 시간을 갖고 싶었달까.. 

어느 덧 내 세월의 곱절을 넘은 나이에도 우다다 달려가는 고양이를 애지중지하며,
숙련의 길로 접어 든 집안 일을 하고 (빨래 후 건조대에 널어 둔 것들을 넋 놓고 보고있는 기분이란..),
주위를 휘휘 감아 돌아다니는 음들을 멈춰 세워 곡을 떠올리고, 
때로는 음악 초년생들을 만나 내가 경험한 기억을 끌어모아 전하고,
어느 시기에는 닥쳐오는 문화 예술 공모사업들에 열심히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결과의  당<락을 오가며 마음의 상처 따위에 굳은 살을 쌓으며 
지냈고, 지내고 있어. 

💥 음악 안에 있네

2019년 3월이었구나.
나의 음악 생활을 고민해주는 한 친구가 계획없고 느린 나를 부추기던 때가...
내가 하고싶은 음악을 중심으로만 굴리는 작업의 펜을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더 넓게 써보라고, 그때 그때의 단편적 아이디어들을 방치하지 말고 더 끌고 나아가 완성시켜 보라면서 자신에게 일주일에 한 곡씩 납품을 하라더라고.
그 제안을 들은 순간에는 뭐가 넓어져야 하는지, 왜 그래야하는지 하는 의문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나를 동요시켰어. 그래서 ‘이봐, 나는 롹커라고!’라고 말하며 아주 잠깐 이상하고 유치한 저항을 했던 것 같아. 그러나 다른 말은 있어도 틀린 말은 없었으니 거부할 도리가 없었지.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정말 불가능한 상황일 때를 빼고는 거의 납기에 맞춰 곡을 보냈어. (나를 칭찬한다.) 음...곡의 폭넓은 스타일에 대해서는...나름 다양하게 해보다가도 자꾸 까먹...말잇못... 친구의 성에는 아주 차지 않았음 정도로 해두기로 할게.
그렇게 작업한 곡들을 듣다보니 멀어졌던 공연장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겠구나 싶었지. 고맙게도 흔쾌히 문을 열어 준 곳들이 있었고, 모호 프로젝트로 무대에 서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었어. 그러니 그 친구에게, 또 지속적으로 생산했던 그 때에게 그리고 다시 만난 관객들이 너무 소중하고 고마울 뿐이야.

💥 그리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이 있지

그러는 동안 음반 계획을 수없이 하고 뒤집고를 반복했어. 이상하게 출발의 결심이 안 서더라고. 왜 이러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혼자 계획하고 혼자 바꾸고 있고..혼자 변명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걸 알아챘어. 그!래!서!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가까운 음악가 친구들에게  “앨범을 만들고 싶어. 도와주세요!” 
부탁이 끝나기 무섭게 진행 일정을 읊어주고, 곡에 대해서, 요즘의 음악씬에 대해서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며 왁자지껄 했던 기억이 선명하네. 혼자서 질질 끌고 있던 일들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약간 흐린 날의 오후 4시의 햇살처럼 반갑게 들어오기 시작한거야. 

여전히 나는 매일 고민하지만 어느 날은 두 손을 놓아 보기도 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담아가며 이 뉴스레터의 이름처럼 찬찬한 사이들과 찬찬히 음반 작업을 진행중이야. 

다음 소식에서 계속 전해볼게. 

🎧 다시 찾아 들은 노래

🤹‍♀️ 엄연한 광고 :: 호와호 소식

🐈 이 편지의 노래

편지를 쓰는 동안 생각나는대로 짧은 즉흥곡을 지어봤어. 
가볍게 듣고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래.  

📮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모호 mohho
기타치고 노래하는 사람. 솔로프로젝트인 ‘모호프로젝트(Mohho Project)’와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이다.

이호 eeeho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과 출신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이호(eeeho)’,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 때의 마음을 좇다보니 현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트리키네코 trickyneko
싱어 송라이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감정의 세계를 소리로 맞바꾼다. 2011년 EP ‘꿈의 통로’, 2015년 1집 ‘모든 계절의 밤’, 2019년 2집 ‘수면 아래’. 마포FM 게릴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홍한나 annaHong
시각예술분야 종사자. 비 가시적인것과 가시적인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작업과 생활을 병행한다. 아트랩반 개인전 Circuit Mode(2018), REC Mode(2018), 별관 개인전 General Error(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