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세 번째ㅣ기타와 두루미 #모호

요즘의 일교차보다 심심한 날들이다. 라고 써 놓고 보니 이제는 밤낮없이 덥다가 툭. 비가 주룩이는 날이다. 싱크대에 컵을 가져다 두고 오며 불쑥 이런 다채로운 날씨를 쓰게 되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 드네. 다시 의자에 앉아 빗소리를 배경삼고 등불을 조명삼아 글을 이어본다. 

옷장 정리는 했어? 난 여태 두꺼운 옷들을 널부러 두고는 내내 모른척 하다가 이제서야 넣고 꺼내기를 시작했어.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것이 행운이라 배우며 당연한 듯 동화되어 살았었는데, 언제부터일까---아마 내 손으로 옷장 정리를 한 이후?--- 이 자연의 변화가 가져오는 불편, 불안, 불평등 등의 요소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저 귀찮음 밖에 없기도 하고 그렇네. 그리고 늘 버릴 것을 늘어나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 

여전히 한 곡 한 곡에 색을 채우고 있고, 아마도 이달 말부터는 녹음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며 악기들을 만져보고 있지. 지난 편지에서 이야기 했던 서로를 돕고 나누는 음악 친구들에게 편곡한 곡들을 공유하여 의견을 듣고, 수정을 하고, 고집도 부려보며 그렇게 계속 해나가고 있어. 여전히 여느 일들처럼, 이게 진행이 되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심경일 때도 있고, 결정한 어떤 것들에 만족스러울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짠~하는 날을 만나겠지? --이렇게 뭉뚱그리지 않고 몇월 몇일 몇시에 보자! 고 말하고 싶다. 

나름 일년지대사를 준비하는 일이니 차근히 하는 수 밖에... 맘처럼 속도가 나지 않을 때는 며칠을 놓기도 하는데 사실 몸은 멈추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대. 이처럼 몸과 마음이 부대낄 때는 담배를 피우러 일부러 살짝 멀리 다녀오곤 하는데, 그곳으로 가는 길에 인테리어 가게가 하나 있거든 그리고 거기 계시는 분이 통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어.

날이 화창하던 그 날은 마침 문을 열어두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계시더라. 이끌리듯 그 분이 나를 볼 수 없는 곳에 잠시 멈추어 서서 가만히 들었지. 지나가는 스쿠터 소리, 사람들의 발과 말 소리에 묻혔다 살아나는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노래 소리가 나를 꼼짝없이 그곳에 있게 하더라고. 기타를 뜯으며 너무 굵지 않은 나긋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집중의 시간과 곡을 마치고 목을 가다듬으며 악보를 넘기는 소리가 왜 나를 설레게 하는지…  게다가, 정말, 갑자기, 믿을 수 없게도 무대 위 조명처럼 가로등에 불이 딱 켜지는거야!  이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무성함 속에 있네

매일 잠깐이라도 산책을 다녀온다. 어쩌다보니 반 강제로 시작된 일상인데 어느덧 무성해지고 짙어진 냇가를 걷는 시간을 점점 즐기게 돼.  그곳에는 오리, 갈매기, 참새, 비둘기 그 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그 두루미.  오늘 본 이 두루미가 어제 저 두루미인지 그제 저 오리가 오늘 그 오리인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자리에 있으니 그것이 그것이려니 하며 잠깐이라도 지켜보게 되더라.  걸음을 걷고, 다리를 들고, 물을 마시고, 날아가고, 날아 앉는 모습들을 목격하는 것이 좋아.  네가 하늘을 나는 것이 나의 걸음일까? 뜀박질일까? 이런 가당찮은 비교도 해보고 말야.  

그 날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냇가를 따라 걸었지.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을 택해 가던 중이었는데 놀랍게도 두루미의 식사 장면을 보게되었어. 재빠르게 나의 손이  핸드폰의 카메라를 켰지. 물 속의 물고기를 한 번 놓쳤다가 이내 성공하여 꿀덕꿀덕 넘기고는 풍선처럼 몸을 부풀리더니 마치 양치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도 같았어. 내내 우와 우와 하면서 지켜보았어.  아래 영상은 그간 본 두루미들 중 몇을 모아 본 거야. 같이 볼래? 

이 편지의 노래 

나에게는 갸륵한 내 첫 고양이 시로가 어미가 되어 낳은 남매 오로와 조로 그렇게 세 고양이가 있었고.........오로는 인간 나이로 올해 19살이야. 내가 사는 집은 오로의 우주이니 최선을 다해 우주를 구성하며 모시고 있어. 예전에는 내가 노래하면 다른 곳으로 사라지곤 했는데 어쩐일인지 요새는 잘 들어주네? 오로가 참을성이 늘었나.. 아~ 드디어 나의 노래를 인정하는 것인가!! 

'괜찮은, 잔잔히 그리고 적당히' 일명 괜.잔.적으로 줄여 말하는 곡의 일부인데, 짧지만 이 영상을 이 편지의 노래로 전할게.  

엄연한 광고 1.

올해 처음 하게 될 공연이야. 야외에서 무선 헤드폰을 쓰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공연을 볼 수 있는 형식의 공연이래. 난 5월 29일 토요일에 그곳에서 노래를 부를거야. 다시 보고 듣는 즐거움,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정식 포스터가 나오면 인스타 등을 통해 다시 알리겠지만, 레터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어서 스케쥴 포스터지만 올려본다. 

엄연한 광고 2.

호와호의 새로운 싱글은 믹싱을 마쳤어. 중간에 보컬 파일이 문제가 생겨서 다시 녹음하느라 고생 좀 했지. 다음 주면 마스터링을 하게 될거야. 발매일은 5월 말, 6월 초가 될 것 같아.  따로 영상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것도 기대해 줘. 호와호의 여러 채널들을 통해 곧 확정된 소식들을 전할게.  아래 링크트리를 통해 팔로우, 구독, 좋아요, 댓글, 알람설정을 할 수 있어.

https://linktr.ee/howaho

마치며 

편지를 전하면서 전보다 일상을 곰곰히 대하게 되었어. 내가 누구와 함께이고, 어디를 지나고, 무엇을 왜 그렇게 하는지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달까? 

최근에 본 인상깊은 영상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친다.  

📮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모호 mohho
기타치고 노래하는 사람. 솔로프로젝트인 ‘모호프로젝트(Mohho Project)’와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이다.

이호 eeeho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과 출신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이호(eeeho)’,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 때의 마음을 좇다보니 현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트리키네코 trickyneko
싱어 송라이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감정의 세계를 소리로 맞바꾼다. 2011년 EP ‘꿈의 통로’, 2015년 1집 ‘모든 계절의 밤’, 2019년 2집 ‘수면 아래’. 마포FM 게릴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홍한나 annaHong
시각예술분야 종사자. 비 가시적인것과 가시적인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작업과 생활을 병행한다. 아트랩반 개인전 Circuit Mode(2018), REC Mode(2018), 별관 개인전 General Error(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