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의 연결' 주광입니다.
지난 화요일, 우리는 "왜 AI 시대에 다시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요약과 정리가 자동화된 시대일수록, '나만의 연결'을 만드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가슴이 두근대셨나요? 당장 새로운 도구를 켜고, 노트를 시작하고 싶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주세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나의 상태 진단하기' 입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 인바디를 먼저 측정하고,
영어를 배우려 할 때 레벨 테스트를 먼저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노트 시스템(혹은 메모 습관)은 안녕하신가요?
나를 알아야, 개선할 지점도 보입니다.
당신의 노트법은 현재 어떤 단계인가요?
많은 분이 "노트를 열심히 하는데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합니다.
제가 여러 사람의 세컨드 브레인을 컨설팅하며 발견한, 가장 흔한 '세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모습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1. 수집가형 (The Collector)
> "일단 저장해. 나중에 다 쓸 데가 있을 거야."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이분들의 '나중에 읽기(Read Later)' 목록이나 스크랩북은 보물창고입니다.
좋은 아티클, 유튜브 영상, 뉴스레터가 에버노트와 노션에 가득 쌓여 있죠.
- 증상: '저장하기' 버튼을 누를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보를 소유하는 것만으로 지식을 얻었다고 착각합니다.
- 진단: 이것은 지식 관리가 아니라 '디지털 저장 강박' 에 가깝습니다. 다시 열어보지 않는 정보는 내 것이 아닙니다. 정보 비만 상태에 빠져, 정작 내 생각을 움직일 공간이 없습니다.
2. 건축가형 (The Architect)
> "이 템플릿 멋진데? 분류 체계부터 완벽하게 짜야지."
도구와 꾸미기를 사랑하는 유형입니다.
노션 페이지를 예쁘게 꾸미고, 복잡한 태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폴더 구조를 짜는 데 몇 시간을 씁니다.
- 증상: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열정적이지만, 정작 그 안에 '내 생각'을 채우는 건 미룹니다. 완벽한 노트를 쓰려다가 지쳐서 포기합니다.
- 진단: '정리를 위한 정리' 를 하고 있습니다. 노트 시스템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합니다. 집을 짓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그 집에 들어가 살 힘이 없는 상태입니다.
3. 속기사형 (The Transcriber)
> "토씨 하나 빼먹으면 안 돼. 다 적어야 공부한 거야."
학창 시절의 모범생 습관이 남아있는 유형입니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적습니다.
- 증상: 팔이 아플 정도로 적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합니다.
- 진단: '노동을 공부로 착각' 하는 경우입니다. 뇌를 거치지 않고 손만 움직이는 필기는 기억 보조 장치일 뿐, 사고 확장 장치가 아닙니다. 내 언어로 바뀌지 않은 지식은 금방 증발합니다.
죽은 노트에서 산 지식으로: '정원사'가 되는 길
우리가 제텔카스텐을 통해 지향해야 할 모습은 위의 세 가지가 아닙니다.
바로 '정원사(The Gardener)' 입니다.
정원사는 식물을 대할 때 이렇게 합니다.
- 씨앗을 심고 (정보 습득)
- 물을 주고 가꾸며 (내 생각 덧붙이기)
- 다른 식물과 어우러지게 배치하거나 가지치기 (연결과 확장)
정원사의 정원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물들이 자라나고 서로 얽히며 풍성한 숲이 됩니다.
수집가는 정보를 쌓아두고, 건축가는 정보를 가두지만,
정원사는 정보를 자라게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화려한 노트 시스템을 갖추는 게 아닙니다.
투박하더라도 내 생각이 꿈틀대는 '살아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과제: 당신의 '노트 병목 구간' 찾기
이번 주 과제는 거창한 글쓰기가 아닙니다.
제텔카스텐이라는 새로운 항해를 떠나기 전, 잠시 닻을 내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 질문들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답을 적어보세요. 이때 아니면 언제 내 습관을 돌아볼까요?
[과제 가이드]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간단히 메모해서 저에게 공유해주세요.
현재 뉴스레터 메일로 '답장' 해주시거나 iam@jkpark.me 로 메일 보내주세요.
필수는 아니며 편하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공유를 안하셔도 질문에 대해서는 꼭 고민해주세요. 도움이 많이 됩니다.
- 나의 노트 유형은? (수집가 / 건축가 / 속기사 중 어디에 가깝나요? 혹은 복합적인가요?)
- 가장 답답한 병목 구간은? (예: "자료는 1년 치가 쌓여 있는데 검색이 안 돼요", "막상 글을 쓰려면 백지가 돼요", "정리하다가 지쳐요")
- 제텔카스텐으로 해결하고 싶은 '단 하나'의 문제는? (욕심부리지 말고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인가요?)
자신의 '아픔'을 정확히 적는 것이 처방의 시작입니다.
"나는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이야"라고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단지 아직 '연결하는 방법' 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죽은 노트'를 심폐소생하여 '연결의 도구'로 만드는지 실전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내 노트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
그것이 나만의 세컨드 브레인을 만드는 첫 단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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