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의 연결' 주광입니다.
지난 시간,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템플릿의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템플릿 다이어트)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템플릿은 좀 가벼워지셨나요?
오늘은 제텔카스텐 시스템 구축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이자,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원자적 노트, 링크, 그래프, AI 활용법 등등... 시스템을 만드는 건 즐겁습니다. 도파민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시스템을 3개월 뒤, 1년 뒤에도 쓰고 있는가?' 입니다.
저처럼 ADHD 성향이 있거나 쉽게 싫증 내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도 '귀찮음'이라는 벽 앞에선 무력하게 무너집니다.
오늘은 이 귀찮음을 이기고, 시스템이 내 삶에 공기처럼 스며들게 하는 유일한 전략, '마찰력 줄이기'와 이를 지탱하는 '주간 리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의지력은 믿지 마세요, 마찰력을 믿으세요
우리가 노트를 쓰지 않게 되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노트를 쓰기까지의 과정에 '마찰'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 앱을 켠다 (1초)
- 폴더를 찾는다 (3초)
- 새 노트 버튼을 누른다 (1초)
- 템플릿을 고른다 (2초)
- 제목 형식을 고민한다 (5초)
- 태그를 뭘 달지 생각한다 (10초)
벌써 20초가 지났습니다. 우리의 뇌는 이 미세한 마찰들을 '고통'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적자"라며 회피하게 되죠.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의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쓰는 것'이 '안 쓰는 것'보다 쉬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 수집은 '쓰레기장'처럼 하세요 (Capture Dirty)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예쁘게 적으려 하지 마세요. 오타가 나도 좋고, 문법이 틀려도 좋습니다. 분류도 하지 마세요. 그냥 '수집함(Inbox)'이라는 쓰레기통에 일단 던져 넣으세요. 정리는 '나중에' 하는 것이지, '쓰는 동시에' 하는 게 아닙니다. 입력과 정리를 동시에 하려다 둘 다 망칩니다.
- 결정의 순간을 줄이세요 "이거 어디 폴더에 넣지?", "이거 태그를 뭐라고 달지?" 이 고민은 뇌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합니다. 수집 단계에서는 모든 결정을 유보하세요. 그냥 'Inbox' 단 한 곳에만 넣으세요. 생각 없이 넣을 수 있어야 시스템이 굴러갑니다.
엔트로피 법칙과 '주간 리뷰'의 필요성
"주광 님, 그렇게 마구잡이로 던져 넣으면 나중에 엉망진창이 되지 않나요?"
맞습니다. 방치하면 노트 시스템은 쓰레기장이 됩니다. (이것을 '엔트로피 증가'라고 하죠.)
그래서 우리에겐 마구잡이로 던져둔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최소한의 청소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주간 리뷰(Weekly Review)'입니다.
매일 완벽하게 정리하려다 지쳐서 포기하는 것보다,
평일엔 대충 던져두고 주말에 딱 30분 만에 몰아서 정리하는 것이 훨씬 지속 가능합니다.
이것은 제가 경함한 실패 끝에 얻은 결론입니다.
실습: 주간 리뷰 루틴 (정리 + 다음 주 계획)
이번 주 목요일 실습은 여러분의 캘린더에 '작은 약속'을 잡는 것입니다.
가장 편안한 시간(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을 골라 딱 30분만 할애해 보세요.
[주간 리뷰 프로세스 4단계]
- 수집함 비우기 (Clear Inbox) - 10분 - 1주일 동안 카카오톡, 메모장, 음성 녹음 등에 쌓인 '임시 메모'들을 봅니다. - 삭제: 쓸모없는 건 과감히 지웁니다. - 이동: 프로젝트와 관련된 건 프로젝트 노트로 옮깁니다. - 원자화: 좋은 통찰은 '원자적 노트'로 다듬어 영구 보관소(Zettelkasten)로 보냅니다. - 목표: 수집함을 '0'으로 만드는 쾌감을 느끼세요.
- 프로젝트 점검 (Current Projects) - 5분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노트들을 엽니다. - 멈춰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다음 행동이 명확하지 않아서일 겁니다. - 다음 주에 해야 할 '아주 작고 구체적인 행동 하나'를 적어두세요.
- 우연한 연결 즐기기 (Serendipity) - 10분 - 여기가 제텔카스텐의 하이라이트입니다. - 정리하다가, 혹은 그냥 노트 목록을 훑어보다가 과거의 노트를 두어 개 열어보세요. - "어? 저번에 쓴 이 노트가 오늘 정리한 생각과 연결되네?" - 의무감 없이 노트를 산책하세요. 의외의 연결은 이 느슨한 시간에 발견됩니다.
- 다음 주 설계 (Next Week) - 5분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주에 집중할 '단 3가지' 목표만 정합니다.
과제: 주간 리뷰 인증하기
이번 주 과제는 글쓰기가 아닙니다.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 캘린더 등록: 이번 주말, '주간 리뷰'를 위한 30분의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고 알람을 설정하세요.
- 실행: 실제로 타이머를 켜고 위 4단계 프로세스를 진행해 보세요.
- 회고: 리뷰를 마친 후, "수집함이 비워졌을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한 줄 소감을 저에게 보내주세요.
마지막으로,
완벽한 시스템은 '정교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내가 가장 지치고 힘들 때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평소엔 마찰을 줄여 쉽게 쓰고,
주말엔 주간 리뷰로 리듬을 찾으세요.
이 리듬이 생기면, 여러분의 제텔카스텐은 멈추지 않는 영구 기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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