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해 온 세계를 함께 사랑해 줄 사람

나를 살려온 것들의 증인을 찾아서

2026.05.24 | 조회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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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와 덮었다. 계산 없이, 설명 없이." Generated by Gemini

오리 사냥꾼이 오리 한 마리를 쏘았다. 오리는 땅에 떨어져 심하게 다쳤다. 그때 암컷 오리 한 마리가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 다친 짝 위에 내려앉아 날개로 덮었다.

사냥꾼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조용히 앉아서 느껴보니, 그 암컷 오리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오리는 계산하지 않았다. 위험을 따지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날아와 덮었다.

내가 눈물을 흘린 것은 슬픔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었다.

늘 거기 있었던 나의 참자기를 만난 것 같았다.


아픔의 위치

그 무렵, 나는 어느 교회에서 관상기도를 소개하는 수련을 인도하고 있었다.

한 분이 그 이야기를 꺼냈다. 왜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가. 이것이 성경적인가.

나는 답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몸 어딘가가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서 느껴보니, 아픔의 위치가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관상기도를 배우길 원했던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원했던 것인가.

잠시 그 질문과 함께 있었다.

나는 내가 귀하게 여겨온 세계를 누군가 함께 귀하게 여겨주길 원했다. 그 세계 안에는 침묵이 있었다. 느림이 있었다. 깊은 경청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나를 살려온 것들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방법으로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보물로 함께 기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 저항할 때 내가 느끼는 것은, 더 오래되고 더 조용한 것이었다.

나를 살려온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배 위의 이불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큰 배 위에 있었다. 갑판 같은 곳에서 어떤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 누워 자고 있는데,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이불을 펴고 집에서 자는 것처럼 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잠에서 깨고도 그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들려오던 말 같았다.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여기서 맞지 않는다고.

벨든 레인(Belden Lane)은 이렇게 말한다.

"광야는 단지 신뢰를 위해 필요한 취약함이 드러날 기회를 줄 뿐이다." (Wilderness simply occasions the vulnerability necessary for trust.)

그 목소리는 그날 처음 들린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목소리였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외면받을 때마다, 내 방식이 너무 느리다거나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아픔 아래에는 그러나 여전히 갈망이 있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에서도, 목마름과 노래가 함께 있었다.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그 오리 장면으로 돌아가면.

암컷 오리는 짝을 덮었다. 그러나 짝을 대신해서 날아주지는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저항하는 사람도, 못 따라오는 사람도 끝까지 붙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오리는 그냥 거기 있었다. 덮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저항 앞에서 아팠던 것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랑 안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덮으려 했지만, 어딘가에서 알아봐 주기를 원했다. 품으려 했지만, 어딘가에서 변화를 기대했다.

암컷 오리는 그런 기대 없이 날아왔다.

그래서 그 사랑이 사냥꾼을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지 않아도 된다. 몇 명이면 충분하다. 집이 되기에.

그 사람들이 있다. 이미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는 오늘도 들릴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보다 더 오래된 다른 목소리도 안다. 총 맞아 쓰러진 짝 위로 조용히 날아 내려와, 아무 말 없이 날개를 펼치는 것 같은 목소리.


당신이 귀하게 여겨온 것 앞에서, 지금 당신은 어디 서 있나요?

신이 살아온 것을 함께 귀하게 여겨줄 증인이 곁에 있나요?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함께 걸어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올 여름 7월, 한국에서 3박 4일 침묵기도 수련회를 안내합니다. 에니어그램을 나침반 삼아 자신의 보호 패턴을 알아차리고, 센터링 침묵기도 안에서 참자기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기도하고, 성찰하고, 쉬는 — 그 단순한 리듬 안에서.

2025년 7월 15일(수) — 7월 18일(토) | 수련 안내: 이대섭

센터링 침묵기도 수련 안내 링크: https://hanabokedu.org/courses/centering-pray/


앞으로 몇 달에 대해

뉴스레터는 5월 30일까지 발행됩니다. 6월은 책 집필을 위한 깊은 몰입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7월은 한국에서 센터링 침묵기도 수련회를 안내합니다. 8월 9일에 새 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 마음에 심어진 것들이 고요히 자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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