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달라지던 날
오랫동안 하지 않다가 이번 겨울 다시 탁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꽤 자유로웠다. 공을 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6부 수준일 때 몸이 앞으로 향해 있었다. 이기든 지든 크게 상관없었다. 경기 자체가 기쁨이었다. 그런데 3부 수준에 오르면서 뭔가가 달라졌다. "지금처럼 계속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매 경기가 증명의 자리가 되어 있었다. 기쁨은 있었지만, 마음의 부담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몸으로 느꼈을 때, 탁구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나의 사역 이야기였고, 책 쓰기 이야기였고, 공동체를 세워온 이야기였다.
그러다 문득 보았다.
유지하려는 순간, 두려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창조는 방어로 바뀌어 있었다.
두려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두려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잃을까 봐. 줄어들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더 깊이 들어가니, 두려움 아래에 하나의 착각이 있었다. 내가 시작했다고 믿었기에, 내가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공동체가 나의 것이라는 착각. 이 사역이 나의 노력으로 서 있다는 착각.
기도 중에 이런 말이 들렸다.
네가 공동체를 세운 것이 아니다. 네가 지금까지 삶을 유지한 것도 아니다. 내가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네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도하는 것이다.
붙잡고 있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그룹영성지도(GSD)를 안내하면서 나는 이 움직임을 반복해서 보아 왔다.
어느 날, 한 참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외로 대학을 간 자녀가 힘들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만 두고 돌아와도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내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 안에 온전히 맡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문제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조금 더 넓어져 있었다.
주의가 하나님의 현존으로 돌아오는 순간, 더 큰 이야기가 가능해지기 시작한다.
GSD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공간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붙들고 있던 에고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안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공동 현존의 자리이다.
나는 이것이 탁구 경기에서도, 매일의 사역에서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자리에서도 같은 원리라는 것을 본다. 매 공마다 증명하지 않는다. 매 공마다, 지금 여기에 계신 분께 주의를 돌린다.
한 문장씩, 받아서
이번 6월, 마음에 품어온 책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룹영성지도에 관한 책이다. 에고의 이야기에서 참자기의 이야기로의 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관상기도와 관상적 경청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깨어남을 함께 보게 되는지를 담으려 한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책임과 기대의 무게에 눌려 한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것을 지키려 애쓰게 된 이들—목회자도, 영성지도자도, 직장인도, 부모도—그들과 함께 앉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
솔직히,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내는 순간 이미 그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번에 잘 썼으니, 이번에도 잘 써야 한다." 그 마음을 알아채는 것, 그것이 이미 이 책의 첫 문장이다. 그래서 나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한 문장씩, 받아서 쓰기로 했다. 나 자신도 새롭고, 함께 읽는 이도 새로워지는 글이 되기를—그런 마음으로 앉는다.
6월에는 책을 쓰고, 7월에는 한국에서 관상기도 침묵 수련을 안내하며, 잠시 글도 함께 쉰다. 내가 만들어 가는 수련이 아니라, 허락하신 분이 이끄시는 자리에 함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돌아와서 함께 나누겠다.
뉴스레터는 8월 초에 다시 시작된다.
당신의 삶에서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붙잡고 있는 손을 조금 느슨하게 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함께 걸어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올 여름 7월, 한국에서 3박 4일 침묵기도 수련회를 안내합니다. 에니어그램을 나침반 삼아 자신의 보호 패턴을 알아차리고, 센터링 침묵기도 안에서 참자기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기도하고, 성찰하고, 쉬는 — 그 단순한 리듬 안에서.
2026년 7월 15일(수) — 7월 18일(토) | 수련 안내: 이대섭
센터링 침묵기도 수련 안내 링크: https://hanabokedu.org/courses/centering-pray/
듣는마음 공동체(Listening Heart Community)의 사역—관상기도, 관상적 경청, 관상적 삶—을 함께 지지해 주시기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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