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받은 사람

증명하기 전에 이미 선택된 삶에 대하여

2026.03.29 | 조회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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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먼저 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직,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은 채." Generated by Gemini

이메일 하나가 왔다

같은 지역의 관상기도 공동체가 수련회를 연다는 안내였다. 읽으면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내가 배운 전통 안에서 함께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연결되고 싶었다. 그런데 동시에 주저하는 마음도 올라왔다.

그 두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거부당할까봐가 아니었다. 드러날까봐였다. 내가 이제 수련을 안내하는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선다면, 나를 가르쳤던 바로 그 사람들은 나를 평가할 것이었다. 그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따라가다 보니, 더 오래된 무언가를 만났다.

 

숫자가 거울이 되던 시절

수련을 몇 명이나 이끌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그 숫자들이 나를 정의하는 거울이 되어 있었다. 잘 되면 안도했고, 안 되면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수련이 잘 될수록 다음 준비가 더 무거워졌다. 책이 거의 완성될수록 마지막 단계가 더 느려졌다. 이루면 이룰수록, 몸은 그 앞에서 더 자주 멈추었다.

이것이 게으름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이것은 보호였다. 끝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 드러나지 않으면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완성하지 않음으로써 안전을 유지하는 것 — 그것이 수년간 내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던 구조였다.

 

두려움이 가리키는 곳

나는 오랫동안 두려움이 사라지면 비로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신이 생길 때까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사실이 보였다. 중요한 일일수록 더 두려웠다. 사소한 것들 앞에서는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이 강하게 일어나는 자리가, 종종 내 영혼에게 실제로 중요한 곳이었다.

그 이메일 앞에서 느낀 것도 그랬다. 위험이 아니었다. 드러나는 것, 연결되는 것, 평가의 세계가 아닌 관계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 그것이 두려웠다.

 

아직 받은 편지함에 있다

그 이메일은 아직 받은 편지함에 있다.

가고 싶은 마음과 주저하는 마음이 여전히 함께 있다. 이냐시오는 이런 상태를 알고 있었다. 두 방향으로 동시에 끌릴 때, 어느 쪽으로 기울 때 생명을 향하는지, 어느 쪽으로 기울 때 멀어지는지 — 그 움직임을 바라보라고 했다. 강요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는 지금 그 바라봄 안에 있다.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고, 이 두 마음을 품은 채 기도 안에 머물고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생명 쪽인지, 주저하는 마음이 보호 쪽인지 —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기다린다.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것은 안다. 도망치지 않고 이 질문 앞에 앉아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도 — 무언가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힘이 올라올 때, 나는 이 질문을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잘 보이러 가는가, 아니면 그냥 거기 있으러 가는가?

아직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질문 앞에 앉아 있다는 것,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나는 무엇을 끝내지 않음으로써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이 두려움은 나에게 무엇을 보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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