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삶을 붙잡고 있는가

참 자기로 살아간다는 것, 내려놓음과 참여에 대하여

2026.05.10 | 조회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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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보인다. 하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걷는다." Generated by Gemini

그날 아침, 꿈에서 나는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공헌했던 팀이 나를 거절했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잔디를 가로지르며 내려오는데 눈물이 났다. 화가 났다. 큰 돌을 들어 내던졌다.

꿈에서 깨어나 조용히 앉아 있을 때, 하나의 질문이 올라왔다.

나는 지금 삶을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참여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오래 남았다. 어떤 모임의 반응을 기다릴 때, 원고를 보내고 소식을 기다릴 때, 준비한 것이 충분한지 스스로를 점검할 때 — 나는 그 언덕을 알고 있다. 거절당하면 무너지고, 인정받으면 안심한다. 이 구조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는 신호다.


삶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알란 왓츠 (Alan Watts)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시대에도, 안전은 잠시 동안만 존재하는 겉모습이었다."

나는 계속 기다렸다. 삶이 충분히 안정되면 그때 비로소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조금만 더 준비되면. 이것만 자리를 잡으면. 하지만 어쩌면 삶은 처음부터 멈추도록 설계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내가 준비되기 전에, 내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기 전에, 삶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역설적으로 가슴이 조금 열린다.


신념 (Belief)이 아닌 신앙 (Faith)

왓츠는 또 말한다.

"신념 (Belief)은 붙잡는다. 하지만 신앙 (Faith)은 놓아준다."

신념은 확신하고 거기에 기댄다. 신앙은 알지 못해도 신뢰하며 앞으로 걷는다.

내 안의 많은 것들이 신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신념, 곧 붙잡음이다. 확실해져야 움직이려 한다. 출판사가 허락해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신앙은 그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모른 채 들어간다. 그리고 그 걸음을 뗄 때, 삶이 다시 살아난다.


몸이 먼저 안다

영성지도 (Spiritual Direction)를 받으면서 영성지도자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몸 이야기를 많이 하시네요. 예전에는 거의 하지 않으셨는데."

참 자기 (True Self)를 안내하면서 점점 분명해진 것이 있다. 몸 없이 참 자기에 머물 수 없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글의 방향을 두고 몸으로 확인해보면 분명히 느껴진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명치가 조여든다. 경험에서 그냥 써 내려가기로 결심할 때 가슴이 가벼워진다. 그것이 신호다.

영성지도와 영성수련 (Spiritual Formation) 안내 — 어느 자리에서든 마찬가지다. 더 훌륭하게 가르치려 할 때 몸이 굳는다. 그런데 이 한 문장으로 들어갈 때는 달랐다.

나는 오늘 증명하지 않고 안내한다.


꿈의 마지막에 있었던 것

거절당하고, 가방을 잃어버린 후, 꿈의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누군가가 커다란 수표를 탁자 위에 내어놓았다. 동그라미를 세었다. 가늠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오래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온 것은 이것이었다.

나는 충분하다. 참여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거짓 자기 (False Self)는 계속 묻는다. 어느 쪽에서 내가 더 인정받는가. 숫자가 맞는가. 하지만 참 자기 (True Self)가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숫자가 맞지 않아도, 어느 기관에 속하지 않아도, 이미 자리가 있다는 것.

나는 이미 속해 있다. 나는 사랑받는다. 나는 충분하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으로는 아직 낯설다. 그날 영성지도 시간이 끝날 무렵, 그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배 아래로 조금 내려왔다. 조금씩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 내 안에서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이고, 굳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있는 자리에서 — 어디에서 내 몸이 가벼워지는가?

"나는 충분하다"는 말이 가장 믿기 어려운 자리는 어디인가?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함께 걸어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올 여름 7월, 한국에서 3박 4일 침묵기도 수련회를 안내합니다. 에니어그램을 나침반 삼아 자신의 보호 패턴을 알아차리고, 센터링 침묵기도 안에서 참 자기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기도하고, 성찰하고, 쉬는 — 그 단순한 리듬 안에서.

2025년 7월 15일(수) — 7월 18일(토) | 수련 안내: 이대섭

센터링 침묵기도 수련 안내 링크:https://hanabokedu.org/courses/centering-pray/

 

앞으로 몇 달에 대해

뉴스레터는 5월 30일까지 발행됩니다. 6월은 책 집필을 위한 깊은 몰입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7월은 한국에서 센터링 침묵기도 수련회를 안내합니다. 8월 9일에 새 글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 마음에 심어진 것들이 고요히 자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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