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랜만이야! 다음에 편지할 땐 한 발자국이라도 나간 후에 쓰겠다고 했는데 아직 한 발자국은 못 나갔어(대신 반 발자국 정도 나갔는데 그건 이따 아래에서 이야기해줄게). 그 대신 뒤돌아서 이전의 걸음들을 살펴봤어. 종종 헤매던 발자국들과, 이건가 싶어 한 곳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는 발자국들과, 아닌가 싶어 되돌아간 발자국들이 보였어.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따금 보이는 흐트러진 자국들이었어. 꼭 가만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것처럼.
언젠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그런 말을 했어. "지속된 고용 안정성은 제게 너무 힘들어요." 90년대생 친구들은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을 거야. '평생직장' '공무원' '명예퇴직' 나는 부모님과 내 장래 희망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는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더더욱 '오래 버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공무원이 되진 않았지만, 한 회사에 들어가면 끈질기게 버티는 게 한 사람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지.
그런 게 성실함이라면 나는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1년 반만에 나왔고, 그 후로도 짧게는 한 달 안에 관뒀어. 조금 더 버틴다 싶으면 3개월이었지. 아르바이트와 회사를 전전했는데, 그만둘 때마다 도망치다시피 그만뒀어. 성실하지 못하고, 끈기도 없고, 의지도 부족하지.
하지만, 이 이야기를 덧붙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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