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2️⃣Making] 위기의 LVMH?!

"어서오세요!😄 마커머 드라이브 스루 입니다!"

월요일 출근길과 금요일 퇴근길, "우리가 사랑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포장해 드립니다!

🥡 오늘 포장해드릴 마케팅 소식은 <위기의 LVMH?!>입니다.

  최근 유럽 명품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약 2400억달러(약 321조원) 증발했다는 소식, 알고 계셨나요?!😦 현재 글로벌 소비재 시장에서 럭셔리 소비재 기업들의 매출 부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명품 시장을 이끄는, 저희가 사랑하는 브랜드 디올의 모회사인 LVMH(Moët Hennessy·Louis Vuitton S.A.)의 주가 또한 하락하고 있습니다📉 LVMH의 글로벌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주가가 하락하게 되었으며, 현재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같이 알아보시죠!  

  왜 주가가 하락했을까?

1️⃣ LVMH의 아킬레스건이 된 중국?!

  현재 중국의 소비 심리 악화가 명품 시장을 흔들고 있는데요. 그동안 명품 소비의 주축은 중국 소비자였으며, 올해 9월까지의 LVMH 매출 중 29%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3분기 매출은 16%나 줄었는데요.

  이는 ‘아시아 명품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 둔화로 지갑을 열지 않게 된 결과였습니다. 단일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명품 시장인 중국의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LVMH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죠. 신한 투자 증권 글로벌 주식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고가제품 수요 감소가 두드려졌으며, 중국 소비심리가 사상 최저수준에서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일본도 아시아 국가인데, 왜 일본을 제외한 것이지?’라고 생각이 드실 것 같은데요. 그동안 일본의 매출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의 화폐가치 하락과 관련이 있는데요💴일본의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값비싼 명품 매출이 급증한 것입니다. 즉, 일본에서 엔으로 팔리는 명품 가격이 다른 국가에서 파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이죠. 그 결과 수많은 중국인이 관광뿐만 아니라 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의 일본 매출을 살펴보면, 일본에서의 매출 증가세도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LVMH의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일본의 매출 상승률은 20%를 기록했지만, 2분기의 57%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죠. 그 이유는 최근 엔화 가치 상승으로, 저렴한 엔화를 이용하던 중국 관광객의 일본 원정 명품 구매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 악화되는 경제상황, 변화하는 트렌드🛍

  팬데믹 이후로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현재 전 세계는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를 추구하던 MZ세대의 소비 습관이, 꼭 필요한 상품만 구매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 소비 트렌드로 변화했는데요. 지난 8월 NH농협은행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 소비자들의 과시형 제품이나 장신구 소비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Z세대 사이에서 명품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듀프는 복제품을 뜻하는 영단어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을 줄인 말로, 비싼 브랜드 상품의 대체품을 의미합니다. 듀프 소비가 점점 두드러지는 곳은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인데요. 중국 쇼핑객들이 유명 명품 브랜드를 찾던 과거와 달리, 이제 점점 더 저렴한 대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은, 지난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소셜미디어에서 듀프 검색 횟수가 3배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틱톡에선 ‘dupe’로 검색하면 향수부터 가구까지, 각종 카피 제품 구매를 자랑하는 무수한 영상이 뜨는데요. 이런 대체품 리뷰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63억 회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침체로 명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접근 가능한’ 중가 럭셔리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과 업사이클링 전략 등으로 Z세대의 니즈를 적중시킨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로 엄마 가방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철 지난 브랜드로 여겨졌던 패션 브랜드 코치(Coach)를 들 수 있습니다.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는 2024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1% 늘어나 66억7000만 달러(8조87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LVMH·케어링 등 유럽의 초고가 명품 기업의 저조한 실적과 대비되는 기록입니다.  

  코치와 함께 흥행하는 중간 가격대 브랜드로 롱샴이 꼽히는데요. 실제로 롱샴은 지난 2023 회계연도에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44% 증가했습니다.  

 이 두 브랜드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21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Y2K 트렌드와 경기 침체 현상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에 유행한 디자인을 재해석해 MZ세대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입니다.

 코치는 1980~90년대 빈티지 핸드백의 인기가 올라가는 흐름을 타고, ‘리 러브드(Re-loved)’라는 친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고객의 묵은 가방을 수리 및 업사이클링 할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롱샴의 대표 상품은 1993년 출시되어 2010년대 초까지 인기를 끌었던, 나일론 소재의 접을 수 있는 가방 ‘르 플리아쥬’인데요. 배우 정려원, 가수 강민경 등 국내 유명인들이 롱샴의 가방을 들면서 조금씩 화제가 됐었죠! 2020년 르 플리아쥬 핸들파우치를 출시하며 다시 주목받았고, 이제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잇백(it bag)’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던 중간 가격대의 ‘미들 럭셔리’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갑이 얇은 2030 젊은 세대 사이 더 확산되고 있는데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품질 좋은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이죠!

3️⃣LVMH의 기업 윤리 문제 🏢

 지난 6월, 크리스챤 디올의 제품 원가가 8만원이며 중국 업체가 제작했다는 뉴스기사, 다들 보신 적 있으실텐데요🤔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디올은 명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불법 중국 이민자들이 최저위생 기준에도 미달하는 더러운 공장에서 만든 원가 8만원짜리 가방은 명품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원가 논란’과 더불어, 디올 가방을 만드는 한 하청업체에서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을 주로 고용해 공장이 24시간 휴일 없이 돌아가는 등 ‘노동 착취’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에 더욱 불거졌죠.

 이렇듯 LVMH의 기업 윤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떨어져서 환불하고 싶다”, “예뻐서 가방을 사긴 했는데 기사가 나온 후로 들어도 괜찮을 지 눈치가 보인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VMH는 지난 1월에 가방 및 의류 제품 가격을 최대 12% 넘게 올린 이후, 7월에는 국내 면세채널에서 디올 코스메틱 가격을 평균 3.2%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의 가격 인상은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데요.🧐

 실제로 기업 윤리 문제가 불거진 6월 25일 이후, LVMH의 주가 또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기업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게 된 것이죠.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들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보고 가치를 매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곧 소비자들의 감성•감정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LVMH가 노동 착취를 통해 원가 절감을 했다는 사실은 소비자가 기업을 떠올렸을 때 ‘노동 착취’, ‘원가 절감’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으며, 결국 현재의 주가 하락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죠. 📉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위기 대응 방법🚨

그렇다면 LVMH를 비롯한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어떻게 위기를 대응하고 있을까요?

1️⃣상품 가격 인하 정책 : 버버리(BURBERRY), 생로랑(Saint Laurent)

 오픈런 등 인기에 힘입어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그동안 계속 치솟았는데요, 하지만 앞서 설명드렷듯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자 콧대 높던 하이엔드 브랜드들 중에서도 ‘제품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바로 생로랑과 버버리입니다. 생로랑은 최근 국내 가격을 3~15% 가량 인하했는데요, 고가 전략을 펼치던 버버리 또한 최근 국내 가격을 20% 가량 인하했습니다. 심지어 인기 제품 또한 제품의 가격을 내렸죠. 이 뿐만 아니라 버버리는 과거 코치(COACH) 등 입문 단계의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었던 조슈아 슐먼을 새로운 CEO로 임명하며, 더 넓은 고객층을 겨냥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2️⃣ 불황 속에서도 고공행진! : 에르메스

 대부분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주가 하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는데요, 바로 명품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입니다. 에르메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13% 증가함과 더불어 하이엔드 브랜드 소비의 중심인 아시아 지역을 넘어 북미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요,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에 집중한 반면,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존의 좁은 고객층을 겨냥해 꾸준한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죠!

 게다가 에르메스는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등으로 부를 은근히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의 선두주자 브랜드로, 최근 ‘로고 없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지며 이러한 선호가 소비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LVMH는 무엇을 하고 있나?

 LVMH는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요, 경제침체 시기와 맞물리며 어패럴 등 주요 부문에서 매출 감소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자신감을 유지하고 럭셔리 상품군에서의 글로벌 리더십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즉, 경제침체기는 모든 브랜드들이 동시에 겪고 있으니 위기가 아니며, 가격을 인하하는 등 럭셔리 브랜드의 입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대처는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LVMH는 불필요한 부분에서의 지출을 막고, 핵심 분야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1️⃣ 중국시장 ‘세포라’ 인력 감축

  LVMH는 자회사인 '세포라'를 한국에서 철수한 것에 이어, 중국에서도 구조조정을 택했습니다. '세포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올리브영 즉, 화장품 편집샵과 같은 곳인데요, 한국에서 뷰티시장은 올리브영이 과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뿐더러, 럭셔리 코스메틱은 주로 백화점에서 유통 및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포라가 한국에서 빛을 보긴 어려웠죠.

  중국의 경우엔, 알리바바와 티몰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저렴한 코스메틱 제품들이 이미 많은 가운데, 경제 침체까지 더해져 더욱 중국은 이러한 온라인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로레알과 에스티 로더 등 타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들도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LVMH는 세포라가 중국에선 매력도가 크지 않은 사업이라 깨달음과 동시에 중국 본사 인력 12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습니다. 도전적인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중국에서의 미래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본사 조직 구조를 효율화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 오프화이트 매각

 LVMH는 지난 9월 30일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 오프화이트 LLC를 매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프화이트는 故 버질 아블로가 창립한 브랜드로, LVMH는 지분 60%를 갖고 2021년에 인수하였습니다. 당시 버질 아블로는 LVMH가 갖고 있는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했죠.

 오프화이트는 2021년 LVMH라는 막강한 자금력과 파워를 등에 업고, 얼마나 더 성장할지에 대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버질 아블로가 암으로 급작스레 사망하며 판도가 바뀌게 됩니다. 버질 아블로와 오래 합을 맞춰왔던 ‘이브라힘 카마라’가 오프화이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의 유산과 스피릿을 지켜오려 노력했으나 너무 어려웠던 것이죠.

 버질 아블로가 없는 오프화이트는 팬층의 이탈과 매출의 감소로 이어졌고, LVMH 입장에서도, 더이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력 사업 분야도 아닌 스트리트 브랜드를 더 오래 갖고 있을 필요는 없던 것입니다.

립스틱 효과 톡톡히 보기💄

 위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세포라’의 부진을 언급하긴 했지만요, 전체 부문에 있어서 LVMH의 '향수' 및 '코스메틱' 분야의 매출은 상승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약 5% 매출 신장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매출 성장률 자체는 분기가 지날수록 다소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성장세가 '+'라는 점에서 주목해볼만 합니다.

 세포라처럼 코스메틱 제품의 유통이 아닌, LVMH가 소유한 럭셔리 브랜드의 뷰티 브랜드들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타사인 '프라다'도 올해 7월 '프라다 뷰티'를 런칭하는 등 현재 럭셔리 브랜드들이 뷰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러한 배경엔 바로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가 있습니다. 립스틱 효과란 소비자들이 경제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치품 소비로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어패럴, 슈즈, 백 등 고가 품목에 비해 향수나 뷰티제품들로 지갑이 덜 부담스럽게 열망하는 브랜드를 소유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상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의 품질이나 디자인 자체를 만족하여 소비한다기보단, 그 속에 깃든 브랜드 가치와 헤리티지 등에 깃든 이데올로기를 소비하는 것에 주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실 립스틱 효과는 경제불황기에 주로 나타난다지만, 명품을 비교적 쉽게 소유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의 럭셔리 뷰티 시장은 경제력이 비교적 약한 어린 소비자층을 겨냥하는 등 새로운 소비자 집단을 발굴하고,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 주연 

저는 LVMH의 대처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면 친절할수록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갖고 싶다는 '열망' 속 쉽게 구하거나 살 수 없는 '희소성'처럼 때로는 불친절한 부분들이 오히려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것에 기여하기 때문이죠.

 만약 디올이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백 만원을 하루 아침에 내리는 친절을 베풀었다고 가정해 보면요, 이때다 싶어 사는 '일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가격이 또 내려갈 수도 있겠다며 생긴 '기대'는 럭셔리 브랜드가 갖는 '열망'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디올의 역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그려온 여성상은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죠. 같은 의미로 디올의 앰버서더인 지수와 김연아 역시 그에 걸맞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곧이어 브랜드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브랜드 이미지에 '아무나', '저렴하게'라는 빈틈을 보이는 건 장기적으로 과연 괜찮은 선택일까요? (같은 의미로 버버리와 셀린느가 추구하는 전략은 또 무엇일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특히나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사는 시장에서는, 더더욱 브랜드 이미지를 신경써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톰브라운은 의도치 않았으나, 특정 소비자 집단에 의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해를 입기도 했으니까요. 헤리티지가 깊을수록 럭셔리 시장에서 포지셔닝할수록, 지켜내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 수경

저도 LVMH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인데요! 그 이유는 저의 실제 경험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어요. 앞서 설명드렸듯, 경기 침체 속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립스틱 효과’를 기대하는데요, 사실 저도 여기에 기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작년, 엄마의 생신을 맞아 좋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는데요, 제겐 ‘좋은 선물 =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이라는 관념이 있어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을 서치해 보았어요. 가방, 옷, 신발 등 정말 좋은 제품들이 많지만… 하이엔드 브랜드의 제품은 가난한 대학생 신분으로는 선뜻 구매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거쳐 샤넬의 립스틱과 향수를 선물로 드렸어요. 비록 엄청난 고가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엄마도 좋아하셨고, 저도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을 드렸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죠.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립스틱과 향수가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이라는 이유로 럭셔리하고 고급진 분위기가 풍기는 것처럼 말이죠. 브랜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 덕분에 저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럭셔리’가 핵심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따라서 LVMH가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임에도 가격 인하 정책을 내세우지 않는 대처 방법이 현재 높은 위치에 있는 브랜드 가치를 견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타 헤리티지 브랜드처럼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땐, 현재의 주가 하락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땐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첫번째 니즈인 ‘럭셔리’라는 가치를 떨어뜨려 결국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죠. 럭셔리가 빠진 하이엔드 브랜드는 결국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서현

저는 LVMH의 대처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인데요. 시대가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브랜드의 신념만 고수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와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 요노족과 듀프 소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 소비자로부터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소수의 초고소득층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산층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높은 가격대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희소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다른 브랜드의 가격 인하 정책을 긍정적으로 봤어요. 가격을 인하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럭셔리 이미지, 브랜드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진정한 명품의 가치는 디자인, 브랜드가 지닌 스토리, 장인정신, 그리고 오랜 역사 속에서 쌓아온 명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예술,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특별한 존재로 소비자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노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는데요. 특히 디올이 원가 논란, 노동 착취 등 윤리 문제를 빚었던 만큼, 더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시점이죠. 투명한 제작 과정, 장인 정신 계승 등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럭셔리 이미지만을 바라보는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 자체를 사랑하는 ‘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디올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다가갔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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