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로봇 AI 비전 회사에서 유일한 PO로 근무 중입니다. 제조업 계열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뤄야 하고 로봇이라는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다보니 지금까지 모두 PoC를 통해서만 매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PoC 만으로 매출을 내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업무들은 이전 회사에서의 PM/PO의 업무와 동일하지만 이번 회사에서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서 해당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SI로 매출이 잘나오고 있다면 굳이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매출이 잘 나오는데 굳이 제품을 위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는 현재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지금도 충분히 바쁜데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으며, 마지막으로는 긴 SI로 인해 제품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품화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더 큰 매출을 만들고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제품화가 왜 SI보다 더 큰 매출을 일으킬까요? 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만들까요?
사실 SI도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 중 한 가지 일 뿐이지 SI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들 모두 제품입니다. 다만 제품의 재사용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표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목적에 의하여(Why) 어떤 시장에서 어떤 문제(What)를 겪고 있는 고객(Who)에게 무슨 서비스를 제공(What, How)하여 해결할지 정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 제품이 판매 가능한 영역을 조금 더 폭넓게 잡으면서 전달할 수 있는 가치에 선택과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큰 매출을 만들고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고객 혹은 몇 개의 고객에 대해서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고 고민할 거리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럼 SI가 주인 회사에서 제품화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요?
먼저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품화를 했을 때 가져올 장점과 단점, 제품이 있을 때 변화될 우리가 일하는 방식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단순히 업무적으로 변화 뿐만 아니라 회사의 문화도 어떻게 변해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업무적으로 SI를 진행하면서 고객마다 다른 요구사항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제품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원팀으로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고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며, 요구사항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하고 어느 부분까지를 범용 제품화할 것인지 각자 고민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제품의 기준을 잡는 것입니다. SI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품에 커스텀을 제외할 수 없는 형상이며 공통 부분만 제품으로 가져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또한 납품했던 제품들이 고객 가치 중심적이 아닌 고객 생각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범용으로 가져갈지 어디까지를 커스텀을 할지 기준을 잡아야 하며 그 기준은 고객 가치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많은 의견을 듣고 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세 번째로 제품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팀을 만드는 것, 조직구조가 반드시 변경되어야 하는 이유는 기존 SI를 하던 조직구조에서 벗어나 제품을 만드는 팀이 명확히 선언되어야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조직구조로도 제품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만약 그 조직이 프로젝트 업무의 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제품이 출시되는 기간은 하염없이 늘어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MVP 기능보다 빠른 출시에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첫 제품을 만든다면 정말 중요한 것이 빠른 출시를 통한 고객의 피드백 수집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판매할 수 없다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운 MVP를 선정하여 빠르게 시장에 출시해 피드백을 들어야 합니다. 또한 빠른 출시 목표를 통해 우리 조직의 개발 속도를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제품을 만들게 되면 SI 하던 때와 달리 정말 빠르게 핫픽스 혹은 마이너 업데이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발 속도를 아는 것은 조직 운영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요구사항에 대한 빠른 개발 과정을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빠른 개발 과정을 가져갈 수 있는 조직이라면 고객의 피드백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다음 제품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제품을 만든다면 MVP를 선정할 때 왜 이것을 개발해야 하는지, 확장성을 가질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