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응터뷰] 52년치 일본 카피를 분석한 28년차 광고인

(일린🍳) : 구독자, 해외 광고 레퍼런스 자주 봐? 일린은 서정적거나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 레퍼런스 하면 일본 광고부터 찾아보게 돼. 병맛부터 가슴 한켠을 울리는 감각적인 문구까지, 좋은 광고라 하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지🥰

이번 응터뷰는 광고업계에서 28년째 근무하면서, 무려 52년 치 일본 광고를 수집하고 분석하신 정CD✍님의 인터뷰를 담아봤어. 레퍼런스 수집에 고민 많은 응답이들! 오늘 응터뷰에서 넘치는 인사이트 얻고, 🎁200개의 엄선된 일본 카피가 담긴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도서 이벤트에 응모해서 꼭 받아 가😎

(일린🍳)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CD✍) : 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뒤, 1997년부터 종합광고대행사에 입사하여 28년째 대행사와 제작사를 오가며 광고 일을 하고 있어요. 3년 전부터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 미디어 학과에서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을 하고 있답니다.

작년에 ‘한 줄 카피’라는 책을 처음 집필하였고, 이번에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을 출간했어요. 그 외에도 최근에는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하며 앞으로도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할 예정입니다.

(🍳) : 대행사에서 AE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직무로의 전환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 : 그 당시에 저는 주변에 광고 대행사에 다니는 사람도 없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하게 광고 일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운 좋게 광고대행사에 취업하여 기획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제작 파트에서 선배들의 눈에 띄어 직무 변경의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제가 신입 사원 때부터 회의에 들어가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 쓰고 막 콘티를 짜서 가져가고 하니까 그 모습을 선배들이 눈여겨 보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 제안 주신 거죠.

(🍳) : 유명 국내외 클라이언트의 광고, 홍보 영상, 전시 영상, 디지털 영상 등 1,000여 편의 제작에 참여했다고 하셨는데요. 수많은 광고를 디렉팅하실 때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영감 어디서 얻으시나요?

(✍) : ‘광고계의 한 획을 그 대단한 아이디어를 내겠어!’ 의 거창한 포부로 접근하면 오히려 힘이 들어가서 더 안 나올 때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영감이 흘러나오기 위해서는 평소에 레퍼런스를 접하는 것을 일상화해야 해요. 한국에서 일할 때 한국어를 접하고 잘하는 게 당연하듯, 아이디어를 내는 직업을 가졌다면 다양한 레퍼런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회 초년생이던 때는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었어요. 대신 회사에 잘 된 광고 작품들만 모아 놓은 책들이 분기마다 월마다 자료실에 쌓이곤 했죠. TV 광고도 비디오로 정리되어 가득 있었고요. 아날로그 시대에는 지금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그치만, 그래서 더욱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죠. 뭐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 심심할 때마다 자료를 들여다보곤 했거든요.

새로운 아이디어,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다채로운 인풋이 필요해요. 지금은 키워드나 매체 검색을 기반으로 손쉽게 자료를 얻을 수 있지만, 다양한 레퍼런스를 접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어요.

(🍳) : 많은 회사들이 글로벌 사업에 진출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외국의 문화나 언어에 따른 장벽을 해소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 :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아주 문화적이거나 언어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전략을 직접 짜는 것은 쉽지 않아요. 글로벌을 타겟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많지만 그럼에도 현지의 감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녹여내기란 어려웠어요.

전자제를 판매하는 모 대기업의 해외 TVC와 글로벌 전시 콘텐츠를 3년간 담당하면서, 문화적 디테일보다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감탄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했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 시각적인 아름다움 등 특별한 문화적 특성이 담기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공감대는 있으니까요.

(🍳) : 일본어 카피라이팅 SNS 계정을 운영 중이시던데 카피라이라이팅을 이렇게 깊게 다루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 저는 일본 문화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예요. 이전까지는 마냥 가볍게 즐기기만 일본 콘텐츠였는데, 50대가 지난 어느날 뉴진스의 하니가 커버하여 큰 화제를 모았던 푸른산호초부터 시작하여 원곡자인 마츠다 세이코의 과거 교차편집까지 다 찾아보게 되었어요. 특히 가사에 집중했죠. 그야말로 덕질을 시작했어요. 마츠다 세이코에 대해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어 학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파이롯트의 인쇄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두 줄의 일본어 카피가 바로 해석이 되는 것에 처음 놀라고, 그 뜻이 마음에 와닿음에 두 번 놀랐어요.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에서 일본어 카피를 아카이빙 하기 시작했고, 현재 인스타그램은 1.8만 명의 팔로워분들이 생겼어요. 취미이긴 한데 팔로워가 많아지니까 더 좋은 카피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 욕심이 커지네요.

(🍳) : 정CD님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직접 쓰신 카피는 무엇인가요?

(✍) : 제가 한 것 중에서는,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진행했던 현대증권의 ABLE 캠페인 카피를 좋아해요. 슬로건은 'ABLE' 하나였어요. 가능함을 의미하는 접미사로 여러 가지 단어 끝에 쓰이잖아요. Believable(신뢰할 수 있는), Profitable(수익성 있는) 등 다양한 단어에 브랜드의 가치를 간결하고 강렬하게 녹여내었어요.

그중에서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실제로 광고 모델로 한 영상에서 쓰인 카피가,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직접 쓴 기획서, 직접 쓴 메인 카피와 콘티로 캠페인을 1년 이상 이끄는 기회를 가지기란 쉽지 않잖아요. 당시 프로덕션 기획실장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였는데, 제 제안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져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캠페인이 됐어요. 모델부터 영상 퀄리티까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었죠.

(🍳) :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광고 카피와 명언을 수집하고 계시던데, 어디서 주로 찾으시나요?

(✍) : 처음에는 핀터레스트에 ‘일본 광고, ‘일본 카피’ 등 한국어로 검색하다가 한계를 느끼고는 일본에 광고 전문 잡지 사이트나 일본 광고대행사의 홈페이지 내 포트폴리오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한국 대행사들과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 그런 자료들을 많이 올려뒀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더 나아가서는 덴츠(일본의 국제적인 광고대행사) 어워즈나, 도쿄 카피라이터스클럽(TCC)에서 출간하는 연감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TCC에서 매년 발행하는 전년도 우수 광고들을 모은 연감에는 상을 받거나 상은 못 받아도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훌륭한 레퍼런스들을 볼 수 있죠. 권당 6~700개의 카피가 수록되어 있어요.

제가 1972년부터 2024년까지 1973년 거 하나 빼고 52년 치의 연감을 가지고 있어요. 50년이 넘는 기간의 카피 영감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국내는 물론 일본에도 없을 거에요. 제가 소개한 작품이 다음 해에 발행된 연감에 소개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카피를 보는 제 안목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뿌듯한 마음도 들어요.

(🍳) : 이렇게 많고 좋은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하신 만큼, 정CD님이 선별하신 명카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말 궁금한데요. 이번에 발행되는 신간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 :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은 어디를 펼쳐도 감명 깊은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리했어요. 50여 년에 걸친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어떤 카피를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한 끝에 총 200개의 카피를 선정했어요.

크게 인생, 일상, 꿈, 일, 관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아카이빙 했고, 일본어 원문과 카피가 실린 작품의 배경, 번역 과정에 담은 고민을 모든 카피마다 수록해 두었어요. 책을 통해 단순히 문장을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공감하고 생각에 잠겨 보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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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신간 ‘일본어 명카피 핸드북’에 수록된 카피 중 정CD님이 가장 애정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 책 표지에 넣은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역설적이지만 인생의 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카피라고 생각해요. 문학적인 일본어 카피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카피죠. 또 마침 설 연휴 직전이 책 출간 일자였고… 많은 분들이 한눈에 공감하고 책에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 표지에 녹여보았어요.

(🍳) : 정CD님이 생각하는 일본어 카피의 특징이나, 외국어 카피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 한국은 메시지 자체에 힘을 주어 간결하고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 카피는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형태가 많아요. 타겟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에 공감을 유도하죠. 그래서 문학적으로 느껴지는 카피가 많아요.

그래서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카피는 제품과 배경을 충분히 알지 않으면 오역하기 쉬워요. 뭐든지 더 알고 보면 재미있고 깊이 이해할 수 있죠.

(🍳) : 정CD님이 앞으로 꿈꾸는 커리어가 있으신가요?

(✍) : 50살에 시작한 덕질로부터 비롯된 취미생활이 작가라는 전환점을 맞으며 새로운 인생을 이끌어가고 있어요. 정말 꿈같은 일이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이가 더 들어서라도 일본에 유학을 가고 싶어요. 지금은 본업과 병행하고 있어서 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와 카피라이팅에 관한 연구만 푹 빠져서 해보고 싶어요.

(🍳) : 마지막으로 신간에는 없지만, 응답이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카피가 있으신가요?

(✍) : 잡지 FILT의 표지에 실렸던 카피예요. 저 역시 광고만 하고 광고하는 분들만 만나다가 우연히 시작한 일본어 공부로부터 새로운 일들이 이어지고 제 인생이라는 무대에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응답이 분들도 이 카피처럼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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