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와, 드루와' 게임과 e스포츠를 향한 사우디의 더 달콤한 유혹

사우디는 왜 e스포츠에 투자할까?

사우디 아라비아의 게임, e스포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1년 반 전이었습니다. 엄청난 상금 규모로 화제였던 대회 Gamers8 소식을 접한 뒤 '사우디는 왜 e스포츠에 투자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죠. 그 결과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 쥬콘(jucon.kr)과 함께 이런 영상을 제작합니다.

영상이 길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 사우디 아라비아는 석유 시대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사우디의 행보는 본격적이어서 국부펀드와 새비 게임스 그룹은 e스포츠 대회 주최사이자 프로덕션인 ESL을 인수했고, EA, 닌텐도, 블리자드, 넥슨, NC 등 게임사들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게임사를 인수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게임과 e스포츠는 전략적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이슬람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전 세계 젊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좋다. 또한 네옴시티에 거주할 사람들을 위해서는 즐길거리가 필요하다.

✔️ Gamers Without Borders, 게이머들에게는 경계가 없다는 Gamers8 슬로건을 통해서 사우디가 게임과 e스포츠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2022년, 2023년 두 번의 Gamers8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어본 사우디는 2024년 대회 규모를 확 키웠고, 과감히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EWC(e스포츠 월드컵)를 개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EWC는 시청자 지표, 대회 만듦새, 기발한 기획력 그리고 여러 파트너, 스폰서들과 함께 순항 중이죠. 

키디야 프로젝트의 일부가 된 e스포츠

얼마 전 흥미로운 외신이 있었습니다. 제목의 가장 앞에 있는 단어 Qiddiya(이하 키디야)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서 남서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지구(District)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T1이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에서 우승한 곳이 바로 '키디야' e스포츠 아레나죠. 

영국의 Esports Insider는 Esport Advocate의 보고서를 인용해 키디야가 다수의 e스포츠, 게임 관련 업체들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키디야는 e스포츠 기업과 게임 회사를 도시로 유치하기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계해왔다. 그 결과 '키디야 클럽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 10개 이상의 토너먼트 주최사, 30개의 e스포츠 기업, 25개의 게임 스튜디오 및 퍼블리셔, 30개의 소비자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자 한다. 리야드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우선적으로 최소 15개 팀이나 기업들을 유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맺으려면 사우디 아라비아내 법인 설립, e스포츠 아카데미 참가, 행정 직원 고용, 아랍어 콘텐츠 제작 등 여러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이 외에도 Esports Insider는 '키디야 클럽 프로그램'이 이번 EWC 클럽 지원 프로그램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총 30개의 팀이 선정된 EWC 클럽 지원 프로그램은 '여섯 자리(최소 십만 달러 이상이라는 의미로 추측)'의 재정적 보상과 EWC 흥행에 기여 한 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여기서 잠깐, 네옴시티 축소된다는데?

최근 여러 보도를 통해 사우디가 네옴시티와 키디야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15개의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상황에서 당초 계획과 달리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들이 한정적인 재원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키디야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 발표되어 2019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었고, 식스플래그 테마파크를 비롯해 워터파크, F1 서킷, 박물관, 호텔, 공연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프로젝트라는 뜻입니다. 

저는 국제 정세, 경제 전문가는 아니므로 정확한 예측과 분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e스포츠와 게임 프로젝트는 비교적 가성비가 좋고, 2024년에는 EWC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도 빠르게 내고 있다는 분석은 가능합니다. 

덕분에 사우디가 네옴시티를 비롯해 여러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디야 프로젝트를 통해 다수의 e스포츠 기업이나 게임사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흘러나왔다고 보여집니다.

사우디는 문화콘텐츠 인프라를 키워 젊은층의 민심을 잡고, 키디야를 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키워 32만 5천 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연간 4,8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EWC를 통해 증명된 게임과 e스포츠 콘텐츠의 파워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향후 전망은?

사우디와 관련된 일들은 전망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록 현재 EWC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e스포츠 대회를 이 정도 규모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이슬람 문화권과 정치적인 이슈도 불안요소입니다. EWC 개막 전 북미에서는 유명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에서 '보이콧'의 움직임이 있기도 했었으니까요.

이에 대해 Esports Insider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인권, 특히 성소수자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정책으로 비판 받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사우디 정부가 'e스포츠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EWC를 중심으로 한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의 정책에 동참하는 전세계 e스포츠 팀들은 적지 않습니다. 재정적인 문제에 빠져 마땅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팀들에게 사우디의 게임, e스포츠 정책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겠죠.

일단 '키디야 클럽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일 곳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팀들이 파트너십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파트너십을 맺었을 때 팀들의 활동과 게임사들의 게임 개발에 사우디 정부가 영향을 줄 것인지, 국제 정치적인 이슈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WC가 갖고 있는 불안요소 중 하나는 'e스포츠 종목이 되는 게임은 개발한 게임사가 소유하는 IP'라는 점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회를 열려면 게임사의 승인이 필요하고, 유명 프로게임단이나 프로게이머들의 참가도 늘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키디야 클럽 프로그램'에 유력 게임사와 게임단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습니다만, 누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사우디 e스포츠 연맹과 EWC는 게임사, 선수와 최소한 동등하거나 그 이상에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키디야 클럽 프로그램'은 계속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 업데이트가 확인되면 알기 쉽게 해석해서 전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스포츠 크리틱을 운영하는 mdk는 e스포츠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를 희망하는 전문가입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소식과 의견을 꾸준히 전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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