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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월드컵 CEO가 밝힌 트로피 이야기

Ralf Reichert "각 팀들의 여정에 시각적 서사를 만들기 위한 기획"

2024.07.11 | 조회 2.1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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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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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우디에서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 월드컵(EWC)이 화제입니다. T1이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이 성황리에 끝났고, 7월 11일 현재 EWC는 총 8주 중 2주차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으로는 <철권 8>, <스트리트 파이터 6>, <스타크래프트 2>, <오버워치 2> 등이 남아 있습니다.

T1의 우승, 상금 규모, 다양한 스폰서와 파트너 외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트로피 시스템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EWC 트로피 & 토템 시스템 요약

모든 참가자는 내부와 변두리가 분리되는 삼각형 모양의 키를 지급 받는다.
모든 참가자는 내부와 변두리가 분리되는 삼각형 모양의 키를 지급 받는다.
내부(Inner Key)는 우승을 했을 때 트로피 중앙에 결합된다.
내부(Inner Key)는 우승을 했을 때 트로피 중앙에 결합된다.
변두리(Outer Frame)는 거대한 비석(Totem)에 꽂힌다.
변두리(Outer Frame)는 거대한 비석(Totem)에 꽂힌다.
탈락 팀의 Inner Key는 파괴되고, 조각들은 비석 아래에 묻힌다. 
탈락 팀의 Inner Key는 파괴되고, 조각들은 비석 아래에 묻힌다. 
우승 팀은 3개의 파편을 골라 트로피 아래에 꽂아 박제를 시킬 수 있다.
우승 팀은 3개의 파편을 골라 트로피 아래에 꽂아 박제를 시킬 수 있다.
패배한 팀은 도달한 라운드가 기록된 테두리를 가지고 돌아간다.
패배한 팀은 도달한 라운드가 기록된 테두리를 가지고 돌아간다.

CEO Ralf "각 팀들의 여정에 시각적 서사를 만들기 위해" 

출처 - ESports Insider
출처 - ESports Insider

EWC의 CEO인 Ralf Reichert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트로피 시스템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설명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0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유니크한 기회다.

✅ 단순히 토너먼트를 주최하는 것을 넘어 승리와 영웅들을 축하하고, 그와 연결된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트로피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 키를 깨뜨리고 우승자의 트로피에 조각을 추가하는 것은 각 팀의 여정에 시각적인 서사를 만들고, 하나 하나의 승리가 위대함을 향한 한 걸음이 된다.

✅ 트로피와 토템은 e스포츠 월드컵 기간 동안 일어난 일을 전 세계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트로피 시스템에 대한 EWC의 기획 의도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설명이었는데요. 상당히 영리하고 전략적인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산을 만들기 위한 EWC의 영리한 기획

MLG도 한 때 꽤 멋진 대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출처 - 디스이즈게임)
MLG도 한 때 꽤 멋진 대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출처 - 디스이즈게임)

그 동안 정말 많은 e스포츠 대회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데요. 대회 방식을 독특하게 하거나, 상금 규모를 키우거나, 국가대항전으로 기획 한다거나, 독특한 입장 세리머니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e스포츠는 영상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쇼(Show)'적인 측면도 강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의 대결 그 이상'의 것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EWC는 화제성을 두루 갖춘 대회입니다. 사우디 오일머니 파워를 앞세워 압도적인 상금을 책정했고, 8주 동안 무려 21개 종목의 최강자를 가리게 됩니다. 하지만, 현대의 e스포츠는 게임사들이 주도하는 메인 리그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벤트성 대회인 EWC는 흥행과 권위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권위는 사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권위는 흥행과 화제성에서 시작이 됩니다. '그냥 가끔 열리는 상금 많이 주는 대회'가 되지 않는 것이 EWC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니었을까요?

상금도 크고 권위도 있는 대표적인 대회, Dota2 The International
상금도 크고 권위도 있는 대표적인 대회, Dota2 The International

내부키(Inner Key)과 테두리(Outer Frame)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장치였습니다. 패배한 팀의 내부키를 파괴하고, 우승 팀이 3개의 파편을 트로피 하단에 박제하는 것은 자극적이기도 했지만, EWC에서 열린 대회들이 흡사 진짜 전쟁을 하듯 치열하고 진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석(Totem)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는 상징물입니다. 특별한 일이나 인물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세워지고, 비석들은 각 문화권이나 민족, 국가의 유산(Legacy)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로피보다 이 토템이 더 영리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가 끝난 뒤 비석이 어딘가에 전시가 되고, 대회가 거듭될 수록 비석이 하나씩 늘어난다면 그 장소는 자연스럽게 EWC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장소이자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죠.


EWC의 트로피와 토템 시스템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막 전 발표 됐을 때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너무 자극적, 도발적이다',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든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EWC EN 공식 틱톡
이미지 출처 - EWC EN 공식 틱톡

그러나 지금은 호평 일색입니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이나 컨텐츠적 만듦새가 좋기도 했지만, 토템 맨 위에 <리그오브레전드> 종목 초대 챔피언 T1의 테두리(Outer Frame)를 꽂아 넣는 '페이커' 이상혁의 모습 하나만으로 평가가 끝나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운이 좋기도 했는데, 만약 우승을 하지 못한 T1의 내부키(Inner Key)가 파괴되고, 그 일부가 다른 팀의 트로피 아래 박제가 됐었다면 최소한 국내에서는 좋은 평가를 못 받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트로피 & 토템 시스템으로 대회 초반부 화제는 제대로 챙긴 EWC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떤 화제를 더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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