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션 및 패널 소개
'세계 최정상에 선 한국 이스포츠'라는 이름의 세션에서는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종합 2위에 오른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 팀 역량 강화를 위해 스포츠 훈련 방식, 멘탈 케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과 스포츠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이스포츠가 국가대표 팀 운영을 위해 어떤 부분들을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지에 대한 어젠다를 던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패널로는 BNK FearX를 운영 중인 SBXG의 김인호님이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한국이스포츠협회(KeSPA)의 회장이자 국제이스포츠연맹(IESF)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만 회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6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선수가 참석했습니다.
김관우가 전하는 아시안게임 이야기
스트리트 파이터6 금메달리스트 김관우는 아시안게임 이후로 상당한 유명세를 겪었습니다. 1979년생, 40대의 나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저변이 넓지 않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스트리트 파이터6에서 나온 금메달이라는 점 등 김관우가 가진 화제성은 '유퀴즈'에 출연할 정도로 흥미로운 요소들이었습니다.
"광주에 가는 길이었는데 휴게소에 잠시 멈췄을 때 핫도그 파는 분이 나를 알아봐서 상당히 놀랐었다"는 김관우 선수는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추억했습니다.
내가 어릴 때는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단이라는 개념이 대중적이지 않았으니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장점을 이용해서 게임 개발사에서 일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스트리트 파이터6가 아시안게임 종목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대표가 되면 좋겠다는 다음으로 도전했을 뿐이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김관우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겪은 특별한 훈련 방식과 선수 케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번 세션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습니다. 스포츠 과학을 어떻게 활용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이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국가대표가 된 이후에는 한국이스포츠협회와 국가대표 감독님과 함께 체계적인 연습을 하게 됐다. 항저우에서 열리는 내 경기 시간을 미리 체크해 연습과 휴식을 그 시간에 맞추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몸 상태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면서 신체 리듬을 조절했는데, 스포츠 과학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신체적인 컨디션이 경기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즉각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한국스포츠과학원의 노하우 접목
한국이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은 스포츠 과학 중 이스포츠와 연관성이 있는 항목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한국스포츠과학원의 노하우를 활용해 종목별로 특화된 선수 관리 방법을 도입했다는 것이죠.
경기에서 졌을 때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는지가 중요한 이슈였다. 이를 위해 한국스포츠과학원이 가진 노하우를 활용했는데, 종목별로 멘탈, 피지컬 관리를 따로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FC온라인의 경우 아이트래킹을 도입해 어떤 상황에서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지는지 체크하기도 했다.
한국이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김인호 모더레이터는 "이런 과학화, 선수 중심의 준비 과정을 보면 이스포츠와 양궁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스포츠도 데이터, 과학화와 잘 어울리는 카테고리인데, 아시안게임에서 그런 지원들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숙소와 경기장까지의 이동거리, 도핑에 걸리지 않는 음식물, 실제 경기에서 사용되는 기기 준비, 선수들에 대한 멘탈 관리, 신체 리듬 조절을 위한 분석 등이 아시안게임 베이스캠프에 모두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이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한국이스포츠협회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국가대표 스포츠과학지원센터와 함께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국가대표 팀에게 제공하기 위한 과학적인 지원을 준비했는데요. 지난 2023년 7월에는 글로벌 이스포츠 캠프에서 스포츠 심리, 영상&데이터 분석, 체력&컨디셔닝 등 아시안게임 대표팀에게 제공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KeSPA 리더스에서 정리한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프로게이머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연구와 지원은 프로게임단들의 몫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LCK 같이 규모가 큰 종목에 한해서만 발전해왔죠. 프로게이머들의 훈련, 심리 케어 등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개별 팀 차원에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아시안게임 같은 제도권 스포츠 국제 대회를 계기로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스포츠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것처럼 수준 높은 지원이 제공되고, 이를 통해 이스포츠에 특화된 과학적 훈련 및 지원법이 연구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준회원이자 국가대표 선발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이스포츠협회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연구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스포츠 종주국이라면?
대한민국이 이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이스포츠 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이스포츠는 산업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국, 유럽, 북미보다 불안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이스포츠 선도국의 지위를 내려 놓은 것은 아직 아닙니다. 여전히 수준 높은 프로게이머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PC방이라는 인프라는 해외에서 봤을 때 부러움과 신기함의 대상이죠.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선보인 이스포츠 훈련과 선수 관리의 과학화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이스포츠 종주국의 지위를 지켜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년부터 올림픽 이스포츠 게임즈가 시작되는데, 그에 대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나 다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국제이스포츠연맹의 역할이 아마 더 중요해질 것 같다.
한국이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아마추어 인프라 구축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스포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전통 스포츠 제도권 역시 이스포츠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수익 산업으로써의 프로 이스포츠만큼 아마추어, 생활 체육으로써의 이스포츠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게임이 특정 게임사가 소유한 IP라는 한계점은 여러 측면에서 연구되어야 할 한계점이지만요.
엘리트 스포츠에 비해 아마추어 씬은 신경쓰지 못하지만,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이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이를 통해 한국 이스포츠는 아마추어 씬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소년체전에 이스포츠 종목이 들어가고, 그걸 통해 프로 무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전국체전이다.
한국이스포츠협회 김영만 회장
✅ 세션에 대한 소감
'세계 최정상에 선 한국 이스포츠' 세션은 WES 24의 초반부에 참가자들의 '아이스 브레이킹'에 용이한 주제였습니다. 실제로 어떤 과학화 된 훈련이 있었을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자료화면이나 PPT 등이 함께 소개되었다면 더 좋은 세션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주로 외국인인 참가자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아시안게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북미, 유럽에서 온 참가자들에게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이스포츠 팀의 과학화된 훈련 및 선수 관리 방식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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